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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순 교회 어린이들 6명과 상주로 향했다.
일명 '농촌체험'을 하겠다는 것이었고, 그 내용은 포도따기였다.
학교 다니는 것에 더해 학원에 가야해서 바쁜 친구들을 불러 모아 금요일 오후 늦게 출발했다.
당연히 상주에 있는 집에 도착하니 9시가 훌쩍 넘었다.
서울 아이들에게 농촌의 볼품없는 집이 어떤 인상으로 비춰질까 약간은 긴장도 되고,
막상 잠자리 들기 전 한두시간 뭘 해야 하나 걱정도 되었는데,
들어서자 마자 아이들의 모든 관심을 송두리채 집중하게 한 작은 생명이 있었다.
검은 색의 주먹만한 강아지!
강아지 한 마리로 이틀은 충분했다.

이튿날 아침 식사 후에 백화산(933m) 계곡 물에 발 담그고
곧바로 향유네 포도원에 가서 포도를 땄다.
실은 좀 많이 따주고 싶었는데 이 놈들, 어찌나 말이 많던지
향유아빠가 네 줄 정도 마칠 즈음, 그 정도면 됐단다.
길진 않지만 우리를 위해 남겨둔 대여섯 줄이 더 있었는데...

암튼 예기치 않은 어린이들과 함께한 경험,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들 덕에 꼬마 손님 치르느라 분주하셨던 부모님께도 감사하고,
기꺼이 시간 내서 아이들과 함께해 준 향유아빠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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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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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도 에어컨들은 열심히 돌아간다.
낮의 기온이 높기 때문에 더위를 면하기 위해선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더위를 면하려고 하는 것일까?
일하기 위해서다.
일을 잘 하려면 시원한 온도를 유지해 줘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좀 엉뚱한 생각이긴 하지만, 왜 더운 날에 할 수 없는 일을 시원하게 만들어가면서 해야 할까?
어쩌면 더우면 그 더위에 맞게 쉬던지, 잠을 자던지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억지로 전력을 써가며 에어컨을 돌려 시원하게 만들어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하나님께서 지구를 만드시고 각 지역마다 그 지역에 맞는 기후를 주셨고,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그에 맞는 일을 하면서 살면 된다.
아마도 과거 농업을 주로 할 때는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 지역과 상관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
긴 시간 자연과 동떨어져 살면서 생산력을 높여서 만들어 내는 것들이
전혀 자신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그런 것들이 실제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 지고
그것을 소비시키기 위해 과대 광고를 하고
과소비를 시켜서는 또다시 부를 창출해 축적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어쩌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과다하게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혹사하고 있다.
대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이는 마치 노예와 같은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높이를 부르짖으며 전진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삶의 진정한 가치는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비친 자신을 전부로 여기고 있다.
이처럼 종속된 삶이니 노예라는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에어컨 얘기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지만
우리들이 스스로를 위해 만들고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지고 있는 것들
과연 그것들이 정말 우리를 위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싶어서다.
어찌 에어컨 뿐만 그럴까?
자동차도 그렇고, 냉장고도 그렇다.
멀리 갈 수 있는 이동수단이 생겨서 편리하지만 그것으로 잃어 가는 가치는 얼마며
소위 저장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 것으로 인해 우리 몸은 자연과 더 멀어졌다.
그래서 작은 변화만 있어도 우리 몸은 취약성을 곧바로 드러내는 것 아닌가.
면역력 저하는 어쩌면 저장 기술의 발달과도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길러낸 농산물을 두고두고 먹으며 몸을 채우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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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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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 '문화인류학'이라는 과목을 듣게 되었는데
첫 시간에 좀 독특한 과제를 해야 했다.
2050년의 일기 써오기, 그것도 로봇이 들어가게.
다른 수강생들 써 온 것을 세 편 정도 들었는데,
무슨 공상과학 소설을(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을 방불케 하는) 대하는 듯했다.
그에 비해 내가 써 간 것은 너무나 소박하고 신변잡기적이었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접근이었다고 자평하며 올려본다.


2009년 8월 9일에 쓰는
2050년 8월 9일 김민태의 일기

운동부족!
원래 운동하는 것을 싫어했다.
특히 동그랗게 생긴 것을 하나 놓고 죽자고 뛰어다니는 것은 더욱 싫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뛰며 흘리는 땀 냄새가 그립다.
온종일 소위 최적의 온도에 꼼짝 않고 앉아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당최 사는 것 같지가 않다.
정부에서는 최상의 실버서비스를 실현한다고 하면서
결국 저 실버도우미 한 놈을 안겨 주었다.
뭐 나름 편리하긴 하지만 저 놈은 나를 돕는 척하면서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로봇이면 로봇의 본분을 지켜야지 웬 말이 그리 많은지.
이래라 저래라 마누라보다 잔소리가 더 많다.
일어나라, 이 닦아라, 밥 먹어라, 걸어라, 씻어라, 누워라 등등.
그래봐야 콧구멍만한 방에서 하는 일인데.
이 놈 없이도 할 수 있는데.
이까짓 귀찮은 놈 안겨 놓고는 내 새끼에게서 돈을 뜯어가겠지.
나쁜 놈들.
저 놈이 컴퓨터에 쓰는 일기는 훔쳐보는 것 같아서
오늘부터는 옛 기억을 살려 만년필로 끄적거려야겠다.
놈! 속이 좀 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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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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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님과 부교역자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
나야 뭐 아직 비중도 없고, 내가 할 이야기도 제한적이어서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회의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을 때 '교육'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왔다.
내가 무슨 얘길를 했느냐를 떠나서 그런 자리에서의 나의 태도는 딱 두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조용히 있는 것이고, 또 하나는 말을 하되 높은 톤으로 한다는 거다.

문젠 두 번째!
말을 하더라도 차분히 해야하고, 내용은 전후 맥락 가운데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고,
앞뒤를 잘라내 버리니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잘 전해질 수가 없다.

왜 목소리가 커지고, 또 크든 작든 감정이 실리기까지 하는 걸까?
말에 감정이 실리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듣는 사람도 감정으로 듣게 된다.

예전부터 말하면서 감정을 실어서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들을 싫어했는데
그래서 늘 나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을 했었는데,
지금 보면 내가 딱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게 하고 나면 그 전에 가만히 듣고 있었던 것도 제대로 경청하지 않은 것이 된다.
어쩌면 잘 듣는 것을 못했으니 내 말도 잘 전달하지 못하는 거다.

결국 마음의 문제로 귀결된다.
안정감을 갖고 있지 못하기에 잘 듣지 못하고,
공격이 두려워 먼저 공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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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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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운 영성적 삶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묶이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

과거에 있었던 상처가 지금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 않고,
미래 일어날 일들이 나를 불안하게 하지 않도록
지금 나와 함께 하시는 그 분을 바라보며
그 분이 아닌 것들에 의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아파하고 가슴 조렸는가?
하루도 한 순간도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거기에 더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정작 나 자신을 버려두었다.
잘 하지 못할까봐, 실수할까봐, 사람들이 싫어할까봐, 버림받을까봐 움츠러들었다.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걸...

하나님의 함께하심을 느낀다면 이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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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나와 관련해서 한두 가지 결정될 일이 있다.
그 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이래도 저래도...
중요한 것은 내가 그런 일들 가운데 일이 아닌 하나님을 볼 수 있느냐 이고,
최고의 순간은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하는 나의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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