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아 네 영광이 산 위에서 죽임을 당하였도다 오호라 두 용사가 엎드러졌도다'(삼하 1:19)

다윗이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을 애도하면 부른 조가의 시작부분이다.
아홉 절에 걸쳐서 다윗은 진심으로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요나단은 그렇다 쳐도 사울의 죽음을 그리 슬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울은 다윗을 죽이려고 창을 던지기도 했고, 군대를 이끌고 좇아 다녔던 사람이다.
그 사울이 죽었다는 것은 더이상 목숨을 노리는 자가 없어졌다는 것이고,
다윗이 이미 사무엘에게 기름부음을 받았으므로 왕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기에
기뻐해야 할 일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윗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진심으로 사울의 죽음을 애도한다.

어디 그 뿐이랴.
다윗은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사울과 왕자들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를 지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그들에게 사신을 보내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너희가 너희 주 사울에게 이처럼 은혜를 베풀어 그를 장사하였으니 여호와께 복을 받을지어다 너희가 이 일을 하였으니 이제 여호와께서 은혜와 진리로 너희에게 베푸시기를 원하고 나도 이 선한 일을 너희에게 갚으리니'(삼하 2:5-6)
만약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어디 이런 행동을 취할 수 있었을까?
당장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마음 한 켠에 저런 괘씸한 놈들이 있나 하며 칼을 갈고는
기회가 되면 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다.
그러나 다윗은 마치 자신의 부모에게 베푼 은혜에 대해 감사하듯이 그들을 높여 주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전혀 서두르지 않는' 다윗을 볼 수 있다.
왜 다윗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에 효율적이지 않았던 것일까?
왜 힘을 쓸 수 있을 때 한 방 날리지 않는 것일까?
자신이 원하는 빨리 이루기 위해 달려들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편에 이었을 텐데 말이다.

그는 사울을 죽일 수 있었던 기회를 두 번이나 사용하지 않았다.
상황을 깨끗이 정리하고 스스로 자신의 때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때 그렇게 하지 않고 기다렸다.
오로지 하나님께서 열어 가시는 때를 기다렸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의 최선이라는 것은 하나님의 뜻과 원칙에 최대한 가까이 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모습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도리를 다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도리는 하나님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었고, 
그것은 하나님이 기름 부으신 왕을 죽이지 않는 것으로
하나님의 행하심을 앞질러 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도 근시안 적이다.
할 수만 있다면 단시간 힘을 써서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
당연히 자신이 손해 보는 상황은 조금도 참지 못한다.
참고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어떤 형태로든 힘이 있으면 상대방을 누르고, 제압하려 한다.
그렇다면 생각해 봐야 한다.
다윗이 정말 힘이 없어서 그렇게 긴 시간을 지체했는지.

다윗은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다윗은 그 힘을 누군가를 이겨먹기 위해 사용하기보다
자신 안의 '나'를 이기기 위해 애썼던 것이다.
그래서 정말 힘 있는 사람이고, 힘을 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칭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밖으로 힘을 드러내고 과시하는 사람은 정말 힘이 센 사람이 아니다.
힘이 셀수록 그 힘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말이다.

오늘, 예수님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윗 정도는 흉내라도 내 보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눈앞에 손해가 때로 크게 보면 이익이 될 때도 있다'고 말하며 기꺼이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결국엔 자신의 몸까지 던지면서 진실을 말하려 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추모하는 이들에게 마당 하나 내 주지 않고,
불순세력 운운하며 알량한 힘을 쓰는 사람이 있다.
누가 다윗의 길을 걷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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