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철이 시작되고 있다.
밭에 거름을 넣고, 쟁기질 하고, 로터리 작업해서, 골도 타야 한다.
어제는 일단 감나무에 거름(유기물 비료)을 넣었다.
그리고 고추밭 만들 자리에도 거름을 뿌렸다.
다음 주에 내려와서 로터리 작업하고 골 타고 이랑도 만들어야 한다.
오래간만에 거름 나르고 쇠스랑으로 땅을 팠더니 팔도 욱신거리고,
무엇보다 손끝이 얼얼하다.
빨간 고무로 코팅된 장갑을 끼고 일을 하면 손이 가진 힘 이상을 사용하게 되어 손끝이 힘겨워한다.
하지만 몸으로 일하며 땀 흘리는 것만큼 유익한 경험은 없는 것 같다.
잡다한 생각들도 물러가고, 흙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니 말이다.
도시생활에선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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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딸기밭이다.
요사이 나오는 딸기를 제철 과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딸기가 제철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보면 된다.
아직 꽃도 피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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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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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인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어느날 얼굴을 만졌는데 피부가 장난이 아니게 부드러워 진 거다.
여자들만 그런게 아니라 남자들도 피부가 부드러워졌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 약간은 흥분도 되고 해서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는데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눈으로 보기에는 그래도 아마 시골에 와서 살다 보니 물이 좋아서 피부가 좋아졌나보다 했다.

그런데...

진실을 알게 되었다.
얼굴 피부가 부드러워진 것이 아니었다.


손바닥이...
손바닥이 두꺼워진 거였다.
농사일을 하면서 약간 거친 일을 하다보니 손바닥이 단련이 되어 있었던 거다.
그래서 감각이 무디어져서 얼굴이 부드럽게 느껴졌던 거다.
어느덧 내 손이 농부의 손을 흉내내고 있었던 것이다.


때로 그 쪽이 아니라 이쪽이 달라져서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아쉽지만 얼굴이 아니라 손바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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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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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오전에 서리태(검은콩)를 뽑으러 낫하나 들고 콩밭으로 갔다.
많은 양은 아니었기에 아버지와 1시간여 작업을 마쳐가고 있을즈음 후두둑하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상예보에 비가 온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하늘이 전혀 올 것 같지 않았기에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갔는데,
조금씩 더 굵은 방울이 떨어졌다.
조그맣지만 속을 꽉꽉 채우고 있는 배추도 좀 살펴보고 오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싶어 집으로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돌아와야 했다.

게으른 농부는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비가 오면 안되는 시기에는 그렇지 않겠지만,
농부가 맑은 대낮에 할 일이 없다고 집안에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소 미루어 두었거나, 눈에 거슬리는 일들을 찾아서 해야 한다.
그런데 비가 오면 이런저런 생각 다 짚어 치우고 집 안에서 빗소리만 들으며 '비오네!'하면 된다. 속 편하게...

농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부지런함이 아닐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뭐라도 해야 하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몸을 놀려야 속시원한 체질 말이다.
지식, 기술 다 떠나서 가장 우선 되는 것일 거다.
그런면에서 난 농촌과는 좀 거리가 먼 것일지도 모른다.
컴퓨터 하는 것이나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서 말하는 것이나 좋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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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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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관공서에 다니는 것을 대체적으로 꺼린다고 한다.
나 역시 이런저런 서류들을 갖추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고, 귀찮게 느껴져서 가능하면 안 하자는 주의다.
작년에 내려오자마자 천여 평 되는 밭의 농사를 시작을 하긴 했지만
그것으로 계약서 써서 농지원부 만드는 일이 귀찮아 차일피일 미루다 해를 넘겨 버렸다.
그런데 올 해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포도밭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데, 저농약, 무농약 인증을 받으려면 친환경 작목반에 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서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기본이 농지원부다.
그래서 지난주엔 땅 주인과 계약서 쓰고, 어제는 이장님 도장도 받고,
오늘 면사무소 산업계에 신청서식에 맞춰 제출했다.
그런데 자판을 뚝딱뚝딱 하더니 ‘한 부 가져가실래요?’하는 거다.
‘얘! 바로 되요?’라고 할 밖에.
그래서 두 부 발급해 달라고 했다.
한 부는 작목반 관련 서류로 제출하고, 한 부는 집에 두고(!) 보려고.ㅋㅋ

(아무래도 감동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오늘은 정말 김민태의 생애에 역사적인 날이다.
농부가 된 것이다.
아니 국가공인 농부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에 농부가 한 명 더 늘었다.

*농지원부 : 행정관서에서 농지의 소유 및 이용실태를 파악하여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 관리하기 위하여 작성 비치하는 것인데,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이것을 기초로 하는 것 같다.

20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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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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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4(목) 장신대 게시판에 쓴 글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고, 떡과 사과도 받고, 밥도 그냥 먹었습니다.
정말 감사한 날입니다. 가뜩이나 용돈이 궁한 형편에 민생고가 해결되고 간식까지 얻었으니까요.
하지만 예배를 드리면서 너무나 당혹스러움을 겪고 나니 이 모든 것이 솔직히 감사하지 않았습니다.

먼 길 오셔서 후배들에게 귀한 말씀 전해 주신 목사님께는 감정은 없지만, 그 상황에 그 자리에 함께 있으며 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제가 속한 공동체가 너무도 저를 답답하게 했습니다.
목사님의 입지전적 전기를 들으면 정말 감사가 있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추수감사예배에 적절한 분을 강사로 잘 모셨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른의 말꼬리를 잡아서 죄송하지만, 지금 예수님을 믿어서 이룬 오늘 목사님의 모습과 그렇지 않았을 때 지게나 지고, 리어카나 끌고, 잘 하면 타이탄에 야채 실어서 광장동에 와서 팔러 다니는 농부가 되었을 것이라는 말씀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예배당 단상 앞에 풍성하게 갖은 과일과 곡식, 채소들을 진열해 놓고 드리는 예배에서 그것을 만들기 위해(물론 하나님께서 물과 양분과 햇빛을 주셨지만) 씨 뿌리고 돌보고 추수한 농부를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물론 목사님께서 이것을 목적하셨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목사님이나 그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는 그 무엇 하나 생산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 농부들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정직한 땀방울을 흘리는 사람들인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추수감사예배를 드린 날 최소한 농부를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이들. 하나님께 허울 좋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끝내지 말고, 정말 농부에게도 감사하십시오! 오늘만이라도.

사족을 달자면, 오늘 본문 말씀인 고전15:9-10에서 바울이 어떤 상황에서 그런 감사의 글을 남겼는지를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예수님 만나서 망한 사람이 바울 아닙니까? 성경의 대다수의 인물들이 예수님 혹은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아서 망한 사람들 아닙니까? 그러나 그들이 왜 감사를 할까요? 하나님이 있어서, 다른 모든 조건이 최악이지만 하나님이 계셔서 감사한 거 아닌가요?

우리나라는 농부가 망하는 나라입니다. 농부 하면 망해서 사람 취급받기도 힘들죠. 그래도 그 분들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땅을 놀리면 벌받는다고 아픈 허리 꾸부정하게,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손목으로 호미 잡고 밭으로 가시는 분들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오늘만이라도 농부들에게 감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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