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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른 날보다 좀 일찍 일어났다.
닭들을 닭장에서 꺼내고 바닥에 왕겨를 깔아주고, 더러워진 물그릇도 닦고 맑은 물을 넣어 주었다.
소리와 토리가 함께 사용하는 물그릇에 낀 물때도 깨끗이 닦고 새 물을 담아 주었다.
그리고 모아놓은 개똥을 들고서는 누구를(?, 어디에) 줄까 잠깐 고민하다가 살구나무 주변에 뿌렸다.
내년에 더 맛있는 살구를 더 많이 달아달라는 마음을 가지고...

처음에는 살구나무나 호두나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감나무 정도 생각하고 거름도 구입했었는데,
살구도 따고, 호두도 따고 보니 이제는 이 나무들도 소중해졌다.
무엇인가 얻고 보니 귀해 보인다.
참, 뭔가 받아야만 특별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의 한계란...

뭔가를 받기 전에 상대의 소중함을 먼저 알아볼 수는 없는 것인지.
조만간 감나무가 특별해 보이게 될 것 같다.

2005.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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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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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0:38
친구 포도밭은 포도나무가 심겨진 줄이 긴 편이다.
그래서 어떤 작업을 하던 한 줄을 끝냈을 때 ‘와! 한 줄 끝냈다’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줄의 끝에 이르렀을 때 포도밭을 아래로 하고 하늘을 쳐다보면 그 광경이란...
마치 하나님이 포도나무들 위에 발을 딛고 계신 것 같다.
그래서 포도나무 사이사이는 어느새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가 된다.

포도나무의 하나님은 포도를 검붉게 익게 하는 하나님.
감나무의 하나님은 감을 노랗게 무르익게 하는 하나님.
참깨 밭의 하나님은 참깨를 영글게 하는 하나님.
감자 밭의 하나님은 감자를 알알이 맺게 하는 하나님.
고추 밭의 하나님은 고추를 빨갛게 익히시는 하나님.

나의 하나님은...

2005.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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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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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에 날이 흐려서 고추를 말리기 위해 토방에 불을 피웠다.
오랜만에 불을 피우려고 하니 땔감과 집게를 챙기며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작은 나무와 큰 나무들을 적당히 쌓고 아래에 신문을 말아 넣어 불을 붙였다.
어느 정도 붙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태풍 때문에 바람이 굴뚝으로 들어와서는 아궁이로 연기를 밀어 내니
온통 뿌옇게 연기로 가득 차고 겨우 붙은 불도 꺼져버렸다.
다시 불을 붙였고, 불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또다시 불어오기에
이번에는 나도 박스 조각을 가지고 열심히 부채질을 해댔다.
불은 양 쪽에서 바람 세례를 받으며 꺼지지 않았고 겨우겨우 안으로 타들어갔다.
나무에서 나무로 불이 붙어 가자 아까와 같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는 않게 되었다.

바람은 불을 끄기도 하지만, 반대로 불을 살리기도 한다.
촛불이나 작게 일어나는 불은 바람에 꺼진다.
하지만 산에 붙은 불은 바람이 불면 오히려 더 넓게 퍼져간다.

어떤 것에 대해 이러하다고 성급하게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나의 말, 가진 것들이 살리기도 죽이기도 할 수 있다.

2005.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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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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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향유네가 포도를 따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상주에 내려오면서 기대하고 고대했던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전국에서 포도로 유명한 모동에 화학 농약(제초제, 살충제 등도 포함)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포도농사를 짓는 친구가 있기에.
다른 집의 포도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친구의 포도밭에서 볼 수 있다.
친환경 농약들을 최대한 사용하지만 잎들이 병에 노출되어 점이 보이거나 말라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다른 밭을 보면 전혀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그러니 친구가 이런 저런 쉽지 않은 기간들을 보내며 결국 수확을 하게 되는 때란 정말 벅찬 감격의 때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수확을 시작한지 하루가 지나서 포도 수확에 합류 할 수 있게 됐다.
서 있기도 그렇고, 앉아서 하기도 그런 애매한 높이에 포도가 달려 있고,
무조건 따는 것이 아니라 봉투 아래쪽을 열어서 속을 확인하고 따야 하니 자세 잡기가 힘들었다.
허리를 숙이거나 컨테이너를 세워서 걸터앉은 상태에서 손을 머리 높이 보다 조금 높게 들고서는
봉투를 찢고 확인을 하고, 잘 익은 송이를 가위로 다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팔, 목, 허리에서 신호가 온다.
친구는 조금만 익숙해지면 나아질 거란다.
그래 익숙해지면 한결 나아지겠지.
정말 시간이 지나면서 봉투를 찢는 것 하며, 자르는 것, 컨테이너에 담는 것에 익숙해졌다.
한마디로 요령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몸 곳곳이 얼얼하기는 했지만 내 몸에 맞는 적절한 자세를 잡아가니 무리가 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포도밭 주인들을 거의 따라가면서 포도를 딸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익숙해진다는 것, 능숙해 진다는 것은 어떤 일을 할 때 생산성을 높이는 것 같다.
숙련공을 우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 말은 농사일을 한다든지,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할 때는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사람과 관련된 일에서는 맞지 않는 말이 아닐까.
사람을 만나는 일에 익숙해 졌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상황에 맞는 태도를 능숙하게 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가 아닐까.
특히 교회에서 사역하게 될 때 이런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위험신호가 아닐까?
설교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찬양을 인도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기도회를 인도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성도들을 만나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
과업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안에 본질인 하나님, 사람, 진정한 사랑과 관심은 자취를 감춰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한 명의 교회 기술자가 탄생한 것일 뿐이다.

익숙해진 그 것을 누리기보다는 본질에 대한 접근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어떤 행동 속에 감추어진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지...

2005.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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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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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이미 일어나신지 오래되어 밭에 다녀오시는 동네 어르신들께 늦은 인사를 드리며,
아침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패달을 밟는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두 가지가 내 코를 자극했다.
하나는 논에 잔뜩 뿌려서 하루가 지나도 가시지 않는 농약 냄새이고,
또 하나는 수확기가 다 된 잘 익은 포도의 향기가 그것이다.
냄새와 향기...
맡아도 맡아도 더 맡고 싶은 향기와
조금도 맡고 싶지 않은 냄새가 공존하는 농촌의 아침이라.

농약냄새와 같은 악취는 언제든 풍겨 올 수 있는 것들이라면
포도 향은 때가 되어야만, 그러니까 무르익었을 때에라야 맡을 수 있는 향기이다.

나에게서도 그런 것 같다.
이기심이라는 악취는 언제든 시도 때도 없이 발산하여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내면으로부터 성숙된 향기는 좀처럼 풍겨져 나오지 않는다.
깊은 자기성찰과 영성이 만날 때, 무르익었을 때나 가능할까.

2005.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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