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4일차, 빰쁠로나에서 쁘엔떼 라 레이나 가는 길 24.4km(1)



파란불과 화살표! 순례자에게 가도 좋다는 신호로 보여서 기분 좋았다.



순례자들의 포토존, 뻬르돈 고개



10kg 가까이 되는 짐을 짊어지고 대여섯 시간을 걷는 일이 만만하지 않다. 자연스럽게 뭘 빼면 가벼워질까를 생각한다. 그렇다고 빵이나 음료 과일 같은 먹거리들을 뺄 수도 없다. 까미노 초반 필요 없는 몇 가지 소품들을 뺐지만 그 차이는 미미했다. 한 번은 배낭을 다음 목적지까지 부쳐보기도 했다. 출발할 때는 가벼움에 날아갈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자 매고 있는 작은 가방이 무겁게 느껴졌다. 어쩌면 맨 몸으로 걸어도 몸이 천근만근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무게와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고 힘이 떨어지고 피로도가 올라가면 뭐든 큰 무게로 느끼게 마련이니. 

짐을 덜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짐을 넉넉히 짊어질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기도를 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런저런 삶의 무게들을 덜어달라고 기도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더 중요한 것은 내 마음과 몸이 그런 무게들을 감당할 수 있도록 단단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 또 그렇게 스스로를 단련해 가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가 아닐까 싶다.
201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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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3일차, 빰쁠로나Pamplona


빰쁠로나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로마의 폼페이우스가 세운 유서깊은 도시이다.

그 역사가 긴만큼 사연도 많은 곳이었다. 순례 초반에 만나는 바람에 여유있게 살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헤수스 마리아 알베르게(협회 운영) 입구


알베르게 내부. 오는 순서대로 1층 입구쪽(아래층 밝은 곳)부터 배정을 한다.

더 늦게 온 캐린이 앞쪽에 자리를 잡은 것을 보면 전화로 예약도 받는 것 같았다.





까미노에서 배우는 것이 많지만 그 중에도 최고는 자신의 속도이다. 가이드북이나 다른 이들의 '오늘은 빰쁠로나까지, 22km이니 다섯 시간 안에 가야한다.'는 말에 맞추어 이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경우이다. 그들에겐 맞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나와는 다를 수 있다. 그들과 보폭도 다를뿐더러 물집도 있고, 무릎도 약간 아픈 상태이다. 그러니 지나간, 앞서 가는 사람의 발에 나를 맞출 수 없다. 그들에게 맞추다보면 내 페이스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내 발, 내 다리, 내 심장, 내 폐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 박자에 보폭을 맞추어 속도를 정해야 한다. 순례는 자기 속도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안타깝게도 오늘을 사는 이들은 '내'가 아닌, '남'의 기준에 맞추는 법에 길들여져 있다. ‘누가 더 남을 잘 따라하나’로 성패를 가르고 있지 않나. 자기 속도를 잃은 채 정신없이 달리고 있다. 걷기에도 벅찬 사람들도 있을 텐데 말이다.

201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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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3일차, 수비리에서 빰쁠로나 가는 길 22.2km(2)


빰쁠로나 바로 전에 있는 작은 도시 비얄바.





처음 며칠간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간 끌지 않고 서둘러 출발하는 것이 더 잘 걷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화장실만 다녀와 씻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훌쩍 떠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그러나 하루이틀 더해 가면서 고양이 세수라도 하고, 발이나 무릎을 주무르고 또 바세린도 바르고, 요구르트 하나 과일 하나로라도 속을 채우고 출발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는 단지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까미노는 매일 몸과 마음을 준비하며 약한 부분을 알아차려 그 부분을 보듬으며 걷는 길이다. 자신의 약점을 모른척하지 않고 바라보고 인정하고 품고 간다. 순례자, 먼 길 아픔이 없는 것처럼, 힘들지 않은 것처럼, 외롭지 않은 것처럼 걷는다.

인생 한가운데를 달려가고 있는 중이라도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빨리 가는 것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먼 길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갈 길 멀다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앞으로 내어 밀 수 있는 것에 감사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201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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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3일차, 수비리에서 빰쁠로나 가는 길 22.2km(1)


언듯 둘이 커플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각각 온 순례자들이었다.

왼쪽 남자는 파리 몽빠르나스 기차역에서 기다란 막대기를 들고 있어서 순례길 떠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까미노 초반 자주 보게 되었다.

빰쁠로나 정도까지는 함께 피레네를 넘은 사람들이 거의 함께 간다.





정오가 가까워 오면서 덥고 힘든데 길 옆에 과일과 음료 등을 풀어놓고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오랜지 하나 사서 까먹는데, 자기가 돌들을 가져와 의자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자랑한다.


앞서 걷고 있는 분은 미국 아주머니인데, 천천히 걸으시길래 보조를 맞춰 뒤따라 걸었다.

덕분에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아래처럼 사진도 찍어 주셨다.

미국인들의 특이한 점은 어디서 왔냐고 하면 나라를 얘기하지 않고 주를 얘기하는 것이다.

이 아주머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걸 애교로 봐줘야 하는 것인지, 참 미국사람들 그 사고구조란...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편에 바로 만나는 건물이 라 뜨리니닫 데 아레 알베르게이다.

사진을 찍어주신 아주머니는 힘드셨는지 그 알베르게로 들어가셨다. 



둘이 걷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간에 말이다. 간간이 나누는 대화는 지루함을 잊게 할뿐만 아니라 고통도 잠시 뒤로 하게 한다. 또 홀로 결정하기 어려운 일도 손쉽게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란 보폭이 다른 법, 성격도 다르고 체질도 다르니 하루 이틀 지나면 조금씩 어긋나는 점들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럴 때 상대방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그 부분으로 인해 상대방이 힘들어 하지 않도록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 말은 결국 자신을 아는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고, 또 달리 하면 홀로 일 수 있는 사람이 둘 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홀로 독립적이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전가(투사)하기 시작할 때 상대방은 물론 본인도 무척 피곤해 질뿐이다. 

둘이면 좋지만, 둘이 걷기 어렵다면 과감하게 혼자 걷는 것이 좋다. 더 혼자 걸으며 충분히 혼자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둘이 걸을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어쩌면 이 까미노는 순례자로 하여금 몸과 정서에 약점을 스스로 들여다보도록 하는 것 같다. 처음엔 삐걱거리지만 여정을 마칠 때가 되면 누구와도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다(소망을 담아본다.). 혹시 이 길에서 안 된다면 또 다른 길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다. 결국 인생이란 혼자 걷는 것이 아닌 함께 걷는 길이니.

201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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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2일차, 수비리Zubiri


수비리 공립 알베르게


알베르게 오스삐딸로의 아들


닫은 줄만 알았던 수퍼마켓, 5시 넘어 오픈!


순례 초반에는 하루 20km전후를 걷는다. 그러면 보통 12:30에서 1:40 사이에 목적지 알베르게에 도착한다. 두 시경 숙소에 짐을 풀고, 샤워하고 빨래해서 널고 나면 저녁 준비를 한다. 만약 숙소에 주방이 없으면 식당에 예약을 하거나, 예약이 필요 없을 경우 식사가 가능한 시간을 알아오면 된다. 주방이 있을 경우 붐비는 시간을 피하려고 좀 더 일찍 저녁 준비를 하게 되는데, 문제는 식료품 가게이다. 대개의 상점들이 오후 두 시부터 다섯 시까지 ‘씨에스타’로 문을 닫는 거다. 그러니 조금만 늦게 가면 문이 닫혀 있고, 또 정확히 다섯 시에 문을 열지 않는 곳도 종종 있다. 그러면 준비가 늦어지고, 혼잡한 주방에서 불 경쟁을 해야 한다.

이 씨에스타를 뻔히 알면서도 문 닫힌 상점 앞을 몇 번을 찾아갔었는지 모른다. 다른 것들은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데, 이 씨에스타는 정말 익숙해지지도 않고, 계속 불편했다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돌이켜 보면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아니었을까. 하루 가운데 큰 쉼표를 두고 여유롭게 사는 스페인 사람들을 늘 서두르는 한국인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 아주 살짝 그들이 부럽다.


한 가지, 알베르게 주방에서 식사준비를 할 때는 먼저 마트를 찾지 않고, 주방에 무엇이 있는 지를 확인한다. 어떤 종류의 조리기구가 있는 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고, 앞선 순례자들이 남기고 간 쌀이나 기타 식재료들을 점검하는 것이다. 그러면 구입할 것들이 줄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

201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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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2일차, 론세스바예스에서 수비리 가는  21.9km



까미노에서 생을 마감한 이를 기리는 비석. 까미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축들이 울타리를 넘어가지 않도록 순례자들에게 문을 꼭 닫아 달라고...


둘째 날 아침,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다신 걸을 수 없을 것처럼 아팠던 무릎, 그 고통은 온데간데 없이 또 다시 어두움을 가르며 걷다니,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아니, 기적이었다. 아~ 이런 식으로 계속 걷겠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또 겁도 났다. 며칠이 될지 모르지만 계속 아픔을 품고 걸어야 할 것이라는 것 때문이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은 이젠 상상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아닌 실제로 걷는 시간이기에 나의 까미노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그래서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을 휘돌았다. 그렇지, 이제 하루하루 끝으로 가는구나... 그 섭섭함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밟는 길과 지나치는 사람들과 자연을 마음속에 잘 담으리라 다짐했다.


>>길이 안내하는 곳으로

첫째 날 저녁 식사, 하마터면 못 먹을 뻔 했는데, 둘째 날 오전엔 앞 사람만 따라가다가 아침 먹을 곳을 지나치고 말았다. 배고픔을 겨우 참으며 작은 마을에 있는 바에 도착해 허기진 배를 채웠다. 서툰 스페인어 단어 몇 개와 손짓으로 커피와 치즈 넣은 바게트를 주문해 먹었다. 가이드북이 아닌 길이 안내하는 곳에서의 첫 식사였다.

201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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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1일차,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드디어 피레네 산을 넘어 내리막에 접어드는 곳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높이만큼 내리막은 가혹했다.



스페인 첫번째 알베르게(순례자 숙소)가 예상보다 좋아서 조금 놀랐다. 침대 2층에서 잤는데, 움직여도 전혀 흔들리지 않아서 편했다. 그러나 늦게 도착하면 이런 좋은 숙소가 아닌 예전 숙소에 묵을 수도 있다. 





피레네 산맥을 넘는 것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순례자를 맞이하는 스페인 첫 번째 숙소가 있는 마을은 론세스바예스이다. 론세스바예스는 순례자를 위한 숙소와 성당, 식당이 전부인 아주 작은 마을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다리 아픈 순례자에게 딱 맞는 크기여서 다행이었다. 구경한다고 돌아볼 수도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아픈 무릎으로 낑낑거리며 겨우 식당과 성당을 찾아가는 것이 전부였지만, 깔끔한 숙소와 멋스러운 성당에서의 미사는 낙심할 수도 있는 순례자에게 충분한 쉼과 격려가 되었다. 특히 미사 중 신부님이 알베르게(순례자 숙소를 이르는 말)에 묵는 순례자들의 출신 나라들을 모두 불러주고, 또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언어로 축복해주셔서 감동적이었다. 녹화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지만 한국말 축도는 없었다. 가르쳐드려야 할 듯...

아무튼 목적지,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한 줄도 모르고 한참이나 주변을 배회하고, 순례자 메뉴는 예약 못해 두 번째(7:00와 8:30 중) 타임에 먹으며 맞이한 어설픈 시작이다.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 속속 눈에 들어오고, 말을 걸어오는 이들도 있었지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이런 몸과 정신을 가지고 순례를 잘 마칠 수 있을 지도 의심이 드는 저녁이었다.

201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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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여권(+복사본), 현찰, 카드(현금1, 신용1), 기차예약확인 출력물, 여행정보 출력물, 가이드북

필수 배낭(오스프리 Kestrel 48리터), 신발(아이더 트레킹화+기능성 깔창), 스틱(코베아 다이나믹III-탄소), 침낭(트레블 메이트 초경량), 무릎보호대2, 선글라스

배낭, 신발, 스틱 세 가지는 장거리 걷기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기의 몸과 맞는 것을 잘 골라야 한다. 평소 무릎이 약하다고 생각하면 무릎보호대도 필수 품목이 된다.

배낭은 마치 옷처럼 자신의 몸에 맞아야 한다. 특히 배낭은 엉덩이로 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허리 끈을 단단히 조일 수 있어야 하고, 어깨끈을 상황에 따라서 조절할 수 있는 배낭이 좋다.

신발은 등산화나 트래킹화처럼 바닥이 딱딱한 것이 좋은데, 평소 신는 운동화보다 10mm 더 큰 것을 추천한다. 두꺼운 양말을 신고 오래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스틱은 가능한 가벼운 것으로 하되 몸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강도의 것으로 한다. 스틱이 자신의 무게의 1/3을 감당한다고 하니 필수 아이템이 분명하다. 잡는 법과 길(평지, 오르막, 내리막, 비탈길 등)에 따른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

의류 바지2, 티셔츠2, 속옷 위2 아래2, 양말 2, 방수점퍼, 덕다운 자켓(유니클로 초경량), 기능성 모자, 반 장갑, 멀티스카프(얼굴 햇빛 가릴 때)

의류는 한 벌은 입고 한 벌은 배낭에 넣고 다니는데, 거의 매일 세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볍고 잘 마르는 재질의 옷이 좋다. 계절에 따라 유동성이 큰 부분이 될 것 같다.

속옷도 겉옷처럼 기능성을 추천하는데, 얇은 것이면 꼭 기능성이 아닌 것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장갑은 계속 스틱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데, 중간에 벗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에 반 장갑이 좋았다. 그러나 추운 계절에 간다면 온전한 장갑이 좋겠다.

위생용품 샴프, 바디클랜저, 폼클린징, 스킨로션, 밀크로션, 면도기, 치약, 칫솔, 빨래비누, 샌달(쪼리), 썬크림, 손톱깍기, 귀이개, 샤워 타올, 습식 스포츠타올, 건식 스포츠타올

샴프바디클랜저는 작은 것으로 가져가고 중간중간 구입해서 써도 된다. 

빨래비누도 큰 것을 가져가면 무거우니 세수비누로 대신하고, 중간에 하나 더 구입하면 될 것 같다.

샤워할 때와 보조적으로 신으려고 샌달(쪼리)을 가져갔는데, 마을을 돌아다닐 때도 신으려면 크록스나 운동화가 별도로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10월로 넘어오면서는 오후에 쌀쌀했기 때문이다.

건식 타올이 여러모로 편했다. 일단 물을 뭍혀서 사용하는데, 수분 흡수가 잘 되고, 마른 상태로 보관할 수 있어 가며워 좋았다.

의약품 소독약, 후시딘, 진통제, 버물리, 안티프라민100mg, 바세린100mg, 접착식 붕대, 3M밴드(텍스틸 재질이 좋음), 파스

안티프라민은 근육의 소염진통(마사지)과 때때로 벌레 물렸을 때 사용했는데, 장점은 냄새가 많이 안 나는 것이고, 단점은 멘소래담 같은 것보다 약효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멘소래담을 바르면 서양인들이 펄쩍 뛰면서 모든 창문을 열고 난리를 친다. ㅋㅋ

벌레에 잘 물리는 체질이라면 베드버그에 물릴 것을 대비해 항히스타민제 같은 약을 준비해 오면 좋을 것 같다. 버물리는 베드버그나 다른 벌레에 물렸을 때 최고였다. 중간에 연고를 구입해서 발라봤는데 버물리만 못했다.

전자제품 핸드폰(+충전기), 디지털 카메라(+충전기), 캡라이트, 손목시계, 이어폰

사람에 따라서 필요한 것들이 달라질 수 있는데, 내 경우 캡라이트(해드랜턴)는 일찍 일어나 어두운 길을 걸을 때나 소등 후 가이드북을 보거나 새벽에 조명 없이 짐을 꾸려야 할 때 요긴했다.

기타 노트, 필기구, 바늘+실, 마사지 봉, 포크숫가락, 1.5m와이어+자물쇠, 옷핀6, 빨래집개6, 여분의 비닐지퍼팩, 다용도칼, 수면용 안대, 귀마개, 복대, 보조가방

바늘과 실은 물집이 잡혔을 때 필요한데, 실은 무명실이어야 물을 계속 빼낸다고 한다. 와이어는 실내에 빨래를 널 때 유용했다. 옷핀은 배낭에 빨래를 널 때도 좋고, 빨래집개가 부족할 때 사용해도 괜찮았다. 비닐지퍼팩은 먹거리들을 담거나 의류를 분리해서 보관할 때 필요하다. 다용도칼은 빵에 치즈를 바를 때나 과일을 깎을 때 필요한데, 중간에 무거워서 버리고 포크숫가락으로 해결했다.

잠 잘 때 예민하다면 귀마개와 수면용 안대도 필수품이다. 까미노가 고되기 때문에 코를 고는 이들이 많다.

복대는 일반 여행과는 다르기 때문에 꼭 필요하진 않았다. 땀만 차서 초반부터 사용하지 않았다.

음식 고추장(튜브3), 도시락용 김, 동결건조 김치, 국물용 원물, 밥이랑

[트래블 메이트] 매장에 가면 동결건조 김치를 판매하는데 경험해 보면 필수 품목이 될 것 같다.

음식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이 라면 스프인데, 달걀만 넣고 끓여도 되고, 파스타면을 넣어서 먹을 수도 있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 고향의 맛이라서...

다른 분이 가져온 거였는데 미소된장 분말과 밥이랑처럼 일본식 밥에 뿌려서 먹는 것이 맛있고 괜찮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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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1일차, 프랑스 생장에서 스페인 론세스바예스 가는 길 24.8km


출발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서양인 순례자들의 모습.

처음엔 여느 여행지에서 만났던 이들처럼 지나쳐 가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까미노 내내 정다운 길벗이 되어 주었다. 

같은 날 출발하며 얼굴을 익힌 이들은 더욱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생장을 벗어나며 목격한 무지개, 이로부터 까미노에서 총 다섯개의 무지개를 보았다.



생장에서 8km 지점에 있는 오리손 알베르게(순례자 숙소). 

첫 날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무리하지 않으려면 이 곳에서 하루 묵어가는 것도 좋다. 

그러나 두세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처음에는 이게 뭘까 하고 보다가 국경이라는 것을 알고는 기념촬영도 하고 재미있어 했다. 

반면 서양인들은 뭘 그리 놀라냐는 시선으로 쳐다보며 지나간다. 

우리 같은 섬나라 사람의 심정을 너희들이 알랴!


까미노 걷기에 대한 거의 모든 요소는 생장에서 론세스바예스로 가는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판가름이 난다. 준비물 중 계속 가져가야 할 것과 버려도 되는 것은 물론 몸의 약한 부분도 분명하게 알게 된다. 첫날이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출발해서 완만한 길을 오르지만, 그 길로 1,200미터 이상을 오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몸이 확실히 체감하기 때문이다. 

혹독한 테스트를 거친 짐과 몸이 확실하게 다이어트를 하게 된다. 특히 무릎 통증은 이후 순례를 계속 할 수 있을지 의심하게 할 만큼 심각했다. 순례를 위한 준비 중에서도 몸을 만드는 부분을 너무 소홀히 했다는 증거였다.

다른 준비물, 예를 들어 빨래비누 같은 것들은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낼 수 있지만, 몸이 받쳐주지 않는 것은 가장 중요한 준비물을 빼놓고 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몸에 딱 맞는 배낭, 트레킹화, 등산용 스틱이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고, 필요할 지 확신 없이 챙겨온 무릎보호대는 단연 필수 아이템으로 등급업 되었다.

201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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