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3일차, 수비리에서 빰쁠로나 가는 길 22.2km(1)


언듯 둘이 커플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각각 온 순례자들이었다.

왼쪽 남자는 파리 몽빠르나스 기차역에서 기다란 막대기를 들고 있어서 순례길 떠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까미노 초반 자주 보게 되었다.

빰쁠로나 정도까지는 함께 피레네를 넘은 사람들이 거의 함께 간다.





정오가 가까워 오면서 덥고 힘든데 길 옆에 과일과 음료 등을 풀어놓고 파는 아저씨가 있었다.

오랜지 하나 사서 까먹는데, 자기가 돌들을 가져와 의자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자랑한다.


앞서 걷고 있는 분은 미국 아주머니인데, 천천히 걸으시길래 보조를 맞춰 뒤따라 걸었다.

덕분에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아래처럼 사진도 찍어 주셨다.

미국인들의 특이한 점은 어디서 왔냐고 하면 나라를 얘기하지 않고 주를 얘기하는 것이다.

이 아주머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걸 애교로 봐줘야 하는 것인지, 참 미국사람들 그 사고구조란...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편에 바로 만나는 건물이 라 뜨리니닫 데 아레 알베르게이다.

사진을 찍어주신 아주머니는 힘드셨는지 그 알베르게로 들어가셨다. 



둘이 걷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간에 말이다. 간간이 나누는 대화는 지루함을 잊게 할뿐만 아니라 고통도 잠시 뒤로 하게 한다. 또 홀로 결정하기 어려운 일도 손쉽게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란 보폭이 다른 법, 성격도 다르고 체질도 다르니 하루 이틀 지나면 조금씩 어긋나는 점들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럴 때 상대방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그 부분으로 인해 상대방이 힘들어 하지 않도록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 말은 결국 자신을 아는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고, 또 달리 하면 홀로 일 수 있는 사람이 둘 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홀로 독립적이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전가(투사)하기 시작할 때 상대방은 물론 본인도 무척 피곤해 질뿐이다. 

둘이면 좋지만, 둘이 걷기 어렵다면 과감하게 혼자 걷는 것이 좋다. 더 혼자 걸으며 충분히 혼자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둘이 걸을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어쩌면 이 까미노는 순례자로 하여금 몸과 정서에 약점을 스스로 들여다보도록 하는 것 같다. 처음엔 삐걱거리지만 여정을 마칠 때가 되면 누구와도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다(소망을 담아본다.). 혹시 이 길에서 안 된다면 또 다른 길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다. 결국 인생이란 혼자 걷는 것이 아닌 함께 걷는 길이니.

201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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