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3일차, 수비리에서 빰쁠로나 가는 길 22.2km(2)


빰쁠로나 바로 전에 있는 작은 도시 비얄바.





처음 며칠간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간 끌지 않고 서둘러 출발하는 것이 더 잘 걷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화장실만 다녀와 씻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훌쩍 떠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그러나 하루이틀 더해 가면서 고양이 세수라도 하고, 발이나 무릎을 주무르고 또 바세린도 바르고, 요구르트 하나 과일 하나로라도 속을 채우고 출발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는 단지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까미노는 매일 몸과 마음을 준비하며 약한 부분을 알아차려 그 부분을 보듬으며 걷는 길이다. 자신의 약점을 모른척하지 않고 바라보고 인정하고 품고 간다. 순례자, 먼 길 아픔이 없는 것처럼, 힘들지 않은 것처럼, 외롭지 않은 것처럼 걷는다.

인생 한가운데를 달려가고 있는 중이라도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빨리 가는 것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먼 길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갈 길 멀다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앞으로 내어 밀 수 있는 것에 감사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201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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