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3일차, 빰쁠로나Pamplona


빰쁠로나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로마의 폼페이우스가 세운 유서깊은 도시이다.

그 역사가 긴만큼 사연도 많은 곳이었다. 순례 초반에 만나는 바람에 여유있게 살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헤수스 마리아 알베르게(협회 운영) 입구


알베르게 내부. 오는 순서대로 1층 입구쪽(아래층 밝은 곳)부터 배정을 한다.

더 늦게 온 캐린이 앞쪽에 자리를 잡은 것을 보면 전화로 예약도 받는 것 같았다.





까미노에서 배우는 것이 많지만 그 중에도 최고는 자신의 속도이다. 가이드북이나 다른 이들의 '오늘은 빰쁠로나까지, 22km이니 다섯 시간 안에 가야한다.'는 말에 맞추어 이동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경우이다. 그들에겐 맞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나와는 다를 수 있다. 그들과 보폭도 다를뿐더러 물집도 있고, 무릎도 약간 아픈 상태이다. 그러니 지나간, 앞서 가는 사람의 발에 나를 맞출 수 없다. 그들에게 맞추다보면 내 페이스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내 발, 내 다리, 내 심장, 내 폐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 박자에 보폭을 맞추어 속도를 정해야 한다. 순례는 자기 속도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안타깝게도 오늘을 사는 이들은 '내'가 아닌, '남'의 기준에 맞추는 법에 길들여져 있다. ‘누가 더 남을 잘 따라하나’로 성패를 가르고 있지 않나. 자기 속도를 잃은 채 정신없이 달리고 있다. 걷기에도 벅찬 사람들도 있을 텐데 말이다.

2013.9.13.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