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4일차, 빰쁠로나에서 쁘엔떼 라 레이나 가는 길 24.4km(2)


자전거 순례자들이 오르막에 잠시 멈춰 지나온 뻬르돈 고개쪽 풍력발전기와 어우러진 경치를 촬영하고 있다.

뻬르돈을 작은 오솔길로 오르다 자전거를 되돌려 도로쪽으로 가는 것을 봤는데, 한참 후에 다시 만난 것이다. 왼편에 있는 이는 여성이다!



목마른 순례자에게 너무나 반가웠던 우떼르가의 급수대.




토요일, 순례자는 결혼식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까미노 둘째 날 만났던 길동무를 넷째 날 이른 아침 빰쁠로나를 막 벗어날 즈음 다시 만났다. 거기서부터 그 날 목적지인 쁘엔떼 라 레이나까지 같이 걸었다. 잠깐 같이할 것 같았는데, 꼬박 하루를 함께 걷게 될 줄은 몰랐다. 체력이나 나이나 여러 면에서 봤을 때 도무지 같이 걸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길 옆에 주저앉아 쉬며 아침도 해결하고, 힘든 길 위에서 같이 투덜거릴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해 보면, 그 날 같이 걸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가 힘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역시도 걷는 것에 한계를 느낄 때이기도 했다. 그러니 서로 노력을 하지 않고도 보조를 맞출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 하루 이틀은 그도 속도를 낼 수 있었지만, 넷째 날엔 힘이 부치고 있었던 것이다. 뿌엔떼 라 레이나에 들어가서 숙소를 찾아 약간 헤매며 둘 다 힘들어하며 얼마나 궁시렁 거렸는지 모른다. 

동무가 된다는 것, 힘을 빼는 것이 먼저이다. 자기주장을 앞세우고, 자기 생각대로 하려는 의지가 남아 있을 때는 좀 더 기다리는 것이 낫겠다. 혹시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먼저 가라고 양보하는 것이 지혜가 아닐지. 언젠가 그 역시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 좋은 길동무가 될 테니 말이다.

201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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