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4일차, 빰쁠로나에서 쁘엔떼 라 레이나 가는 길 24.4km(1)



파란불과 화살표! 순례자에게 가도 좋다는 신호로 보여서 기분 좋았다.



순례자들의 포토존, 뻬르돈 고개



10kg 가까이 되는 짐을 짊어지고 대여섯 시간을 걷는 일이 만만하지 않다. 자연스럽게 뭘 빼면 가벼워질까를 생각한다. 그렇다고 빵이나 음료 과일 같은 먹거리들을 뺄 수도 없다. 까미노 초반 필요 없는 몇 가지 소품들을 뺐지만 그 차이는 미미했다. 한 번은 배낭을 다음 목적지까지 부쳐보기도 했다. 출발할 때는 가벼움에 날아갈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자 매고 있는 작은 가방이 무겁게 느껴졌다. 어쩌면 맨 몸으로 걸어도 몸이 천근만근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무게와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고 힘이 떨어지고 피로도가 올라가면 뭐든 큰 무게로 느끼게 마련이니. 

짐을 덜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짐을 넉넉히 짊어질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기도를 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런저런 삶의 무게들을 덜어달라고 기도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더 중요한 것은 내 마음과 몸이 그런 무게들을 감당할 수 있도록 단단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 또 그렇게 스스로를 단련해 가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가 아닐까 싶다.
201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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