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2일차, 론세스바예스에서 수비리 가는  21.9km



까미노에서 생을 마감한 이를 기리는 비석. 까미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축들이 울타리를 넘어가지 않도록 순례자들에게 문을 꼭 닫아 달라고...


둘째 날 아침,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다신 걸을 수 없을 것처럼 아팠던 무릎, 그 고통은 온데간데 없이 또 다시 어두움을 가르며 걷다니,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아니, 기적이었다. 아~ 이런 식으로 계속 걷겠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또 겁도 났다. 며칠이 될지 모르지만 계속 아픔을 품고 걸어야 할 것이라는 것 때문이다.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은 이젠 상상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아닌 실제로 걷는 시간이기에 나의 까미노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그래서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을 휘돌았다. 그렇지, 이제 하루하루 끝으로 가는구나... 그 섭섭함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밟는 길과 지나치는 사람들과 자연을 마음속에 잘 담으리라 다짐했다.


>>길이 안내하는 곳으로

첫째 날 저녁 식사, 하마터면 못 먹을 뻔 했는데, 둘째 날 오전엔 앞 사람만 따라가다가 아침 먹을 곳을 지나치고 말았다. 배고픔을 겨우 참으며 작은 마을에 있는 바에 도착해 허기진 배를 채웠다. 서툰 스페인어 단어 몇 개와 손짓으로 커피와 치즈 넣은 바게트를 주문해 먹었다. 가이드북이 아닌 길이 안내하는 곳에서의 첫 식사였다.

201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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