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1일차,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드디어 피레네 산을 넘어 내리막에 접어드는 곳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높이만큼 내리막은 가혹했다.



스페인 첫번째 알베르게(순례자 숙소)가 예상보다 좋아서 조금 놀랐다. 침대 2층에서 잤는데, 움직여도 전혀 흔들리지 않아서 편했다. 그러나 늦게 도착하면 이런 좋은 숙소가 아닌 예전 숙소에 묵을 수도 있다. 





피레네 산맥을 넘는 것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순례자를 맞이하는 스페인 첫 번째 숙소가 있는 마을은 론세스바예스이다. 론세스바예스는 순례자를 위한 숙소와 성당, 식당이 전부인 아주 작은 마을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다리 아픈 순례자에게 딱 맞는 크기여서 다행이었다. 구경한다고 돌아볼 수도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아픈 무릎으로 낑낑거리며 겨우 식당과 성당을 찾아가는 것이 전부였지만, 깔끔한 숙소와 멋스러운 성당에서의 미사는 낙심할 수도 있는 순례자에게 충분한 쉼과 격려가 되었다. 특히 미사 중 신부님이 알베르게(순례자 숙소를 이르는 말)에 묵는 순례자들의 출신 나라들을 모두 불러주고, 또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언어로 축복해주셔서 감동적이었다. 녹화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지만 한국말 축도는 없었다. 가르쳐드려야 할 듯...

아무튼 목적지,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한 줄도 모르고 한참이나 주변을 배회하고, 순례자 메뉴는 예약 못해 두 번째(7:00와 8:30 중) 타임에 먹으며 맞이한 어설픈 시작이다.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 속속 눈에 들어오고, 말을 걸어오는 이들도 있었지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이런 몸과 정신을 가지고 순례를 잘 마칠 수 있을 지도 의심이 드는 저녁이었다.

201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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