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V열차


까미노를 걷기위해 파리에서 출발하는 이들에게 중간기착지인 바욘느는 기차나 버스를 타기위해 잠깐 머물다 가는 역이다. 그러나 나에겐 하마터면 하루를 묵어가는 곳이 될 뻔했다. 어찌어찌 바욘느까지는 도착을 했지만, 이미 마지막 기차 시간을 한참이나 지나버린 것이다. 솔직히 아무 생각 없이 바욘느역을 서성거렸다. 너무 당황을 했던 것일까. 그런데 그 때, 기적이 일어났다. 

어리버리하게 기차 시간표들을 기웃거리는 분명히 까미노를 목적으로 온 것 같은 동양인이 눈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던 것. 밝은 미소로 불러 세우더니 '생장 가죠?(물론 영어로)'하며 말을 건넨 사람은 50대의 스웨덴 여성 Karin이었다. 말인즉, 생장으로 가려고 택시를 부른 사람이 있는데, 24유로만 내면 같이 타고 갈 수 있다는 거였다. 같이 가겠냐고 묻는데 잠시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숙소를 찾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구해서 바욘느에서 하루를 묵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이 아닌가 말이다. 순례자 사무소가 몇 시까지 하는지 몰랐지만, 일단 생장으로 가는 것이 이 상황에서 최선이기에 낯선 서양인들과 함께 밴에 몸을 실었다. 

다시 한 번 미리 걱정 할 필요 없음을 깨닫게 한 사건이었다. 몸으로 맞닥뜨리면 그 자리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게 되고, 도움의 손길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후에 캐런을 두세 번 더 만났는데, '바욘느의 천사'라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201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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