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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제일먼저 대문을 연다.
밤사이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면 안에 머물던 것들이 나가고,
밖의 신선한 기운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어머니는 웃으시며 복이 들어오라고 대문부터 연다고 하신다.
정말 그것을 믿어서라기보다는 기분이 그렇다는 말씀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내가 먼저 대문을 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 집이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웃들은 이미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늦은 시각(상대적)에 일어나서
약간의 미안함에서 오는 머쓱함을 해소해 보려는 것이다.
대문이 열렸다는 것은 뭔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찍 대문을 열어 복이 들어오게 한다는 것은
이른 시각부터 부지런히 일을 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결과물 일 런지도 모른다.
요사이 문에는 단절을 위한 기능들이 추가되는 추세이지만
그것이 소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렇듯 농촌의 삶이란 ‘열려짐’이다.
열려진 공간 속에 열려진 나를 발견해 가는 과정.

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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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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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관공서에 다니는 것을 대체적으로 꺼린다고 한다.
나 역시 이런저런 서류들을 갖추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고, 귀찮게 느껴져서 가능하면 안 하자는 주의다.
작년에 내려오자마자 천여 평 되는 밭의 농사를 시작을 하긴 했지만
그것으로 계약서 써서 농지원부 만드는 일이 귀찮아 차일피일 미루다 해를 넘겨 버렸다.
그런데 올 해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포도밭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데, 저농약, 무농약 인증을 받으려면 친환경 작목반에 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서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기본이 농지원부다.
그래서 지난주엔 땅 주인과 계약서 쓰고, 어제는 이장님 도장도 받고,
오늘 면사무소 산업계에 신청서식에 맞춰 제출했다.
그런데 자판을 뚝딱뚝딱 하더니 ‘한 부 가져가실래요?’하는 거다.
‘얘! 바로 되요?’라고 할 밖에.
그래서 두 부 발급해 달라고 했다.
한 부는 작목반 관련 서류로 제출하고, 한 부는 집에 두고(!) 보려고.ㅋㅋ

(아무래도 감동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오늘은 정말 김민태의 생애에 역사적인 날이다.
농부가 된 것이다.
아니 국가공인 농부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에 농부가 한 명 더 늘었다.

*농지원부 : 행정관서에서 농지의 소유 및 이용실태를 파악하여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 관리하기 위하여 작성 비치하는 것인데,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이것을 기초로 하는 것 같다.

20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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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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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전에 포도밭에 약을 쳤다.
무농약 농사에서 허용하는 유일한 살충제라는 석회유황합제(?)였다.
일단 작은 그릇에 녹여 큰 물통에 넣어서 정해진 양의 물에 희석한 후, 밭으로 갔다.
호스들을 재위치 시킨 후 경운기에 시동을 걸어 펌프를 돌아가게 하고,
뛰어가서 한 나무 한 나무 흠뻑 젖도록 뿌려 주었다.
아무튼 경운기로 약치는 도구들을 싣고 밭까지 간 것도 그렇고,
경운기를 돌려 약을 치게 되다니 이젠 정말 농부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약줄 놓는 것 하나도 물어 가며 해야 하는 초보농부이긴 하지만...

화학약품으로 만든 농약이든, 친환경제재로 만든 농약이든 간에 농약은 작물을 위해 친다.
병을 예방하거나, 해충을 박멸하거나, 영양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작물에는 어쨌든 이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농약병의 뚜껑을 열어서 그대로 작물에 붓지는 않는다.
간혹 가루를 잎 같은 곳에 직접 뿌리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농약은 물에 타서 사용한다.
한마디로 희석(稀釋, 용액에 물이나 용매 따위를 가하여 묽게 하는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3k를 90리터의 물에 넣으라고 하면 30배 희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것은 100배, 200배 희석을 해서 치도록 한다.
아무리 이로운 것이라고 해도 원액 그대로를 뿌리면 오히려 작물을 죽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입에서 나오는 '말'도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옳고, 바른 말로 상대방에게 필요하다고 해도 너무 직설적으로 내뱉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얘기다.
상대방을 살리겠다고 말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죽게 만들 수도 있다.
그 말을 들을 때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도 좀 희석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상대방도 살리고, 나도 살 수 있도록 30배, 60배, 100배로 말이다.

200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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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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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1:46
횡단보도에 대한 한 추억이 있다.
98년에 영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아마 자동차 문화로 치자면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가 아닐지 모르겠다.
더구나 마차로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보면 더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도에서는 당연하고, 차도에서조차 보행자가 우선이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도로에서 보행자가 버튼을 눌러 신호등을 켜고(물론 조금 후 파란 등이 켜짐) 건넌다.
그런데 차가 없을 때는 대부분의 보행자들은 파란불이 들어오기도 전에 건너가 버리고
그 뒤에 온 차들은 보행자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빨간불에 멈추어 서지만 불평하지 않는다.
그런데 심지어 런던에 갔을 때는 빨간 불이어서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는데
지나가던 차가 멈추어 서더니 운전자가 먼저 지나가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한국에서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경험을 하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버스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여러 대 줄지어 들어와서 내가 타야할 버스가 한참 뒤에 섰다.
그래서 그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옆을 보니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정류장에 맞추어 선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만 움직일 뿐이었다.
그래서 움찔하고는 버스가 가버리지나 않을까 약간은 불안한 마음으로 서 있었는데,
버스들이 차례로 줄지어 들어오고 내리고 타는 것이 지나고 내가 타야할 버스도 정류장에 맞추어 서는 것이 아닌가?
그 때에야 비로소 기다리던 사람들이 탑승을 하는 것이었다.
운전사는 입구로 나와서 손님들의 짐들을 들어주고, 밝게 인사까지 했다.
그 버스 운전사도 대단하고, 전혀 움직이지 않고 기다려 버스를 타는 사람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기다리고 양보하는 것을 명예로 여기는 사람들,
최소한 그 면에서는 신사의 나라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인들을 위해 횡단보도의 보행 시간을 늘리겠다는 생각에 박수를 칠 만 하지만
그에 앞서 횡단보도의 보행 시간에 상관없이 보행자를 우선하고, 보호하려는 운전자들의 의식, 자동차 문화의 부재가 아쉽다.


‘노인 많은 곳’ 횡단보도 신호등 시간 연장
[문화일보 2006-04-10 14:17]  

급속한 고령화 사회 진입에 맞춰 횡단보도 보행시간이 늘어난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 파고다 공원처럼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의 인근 도로와 경로당 등 노인시설과 인접한 도로의 횡단보도 보행 시간이 지금보다 20%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현행 규정은 횡단보도의 진입 시간 7초에 더해 도로 폭 1m당 1초를 부여하고 있다. 폭 40m 도로의 경우 47초가 주어지는 셈이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노인들의 이동이 잦은 횡단보도의 경우 진입시간 7초와 0.8m당 1초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200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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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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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화장실 똥을 펐다.
횟수를 더 할수록 도구(?)도 갖추어지고, 노하우도 생겨서 조금 더 수월하게 일을 마친 것 같다.
지난해 6월에 퍼서 덮어 두었던 것을 걷어서 밭에 뿌리고 그 자리를 정리해서 마른 풀들을 더 깔고 다시 부었다.
향유네서 배운 대로 볼일을 본 후 왕겨를 뿌리고 있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똥냄새도 안 나고, 파리도 덜 낀다.
또한 똥을 풀 때도 옮기는 나에게만 조금 날 뿐 마당에서 다른 일을 하고 계신 부모님들은 냄새가 안 난다고 하실 정도다.
그러니까 화장실에서 거의 액비(액체 비료)가 되어 버리는 거다.
예로부터 잿간을 화장실 곁에 두고 재를 뿌렸던 조상들의 지혜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난해 두 번째 푼 똥은 감나무 주변에 바로 거름으로 주었고,
오늘은 작년 6월 말에 처음으로 펐던 똥을 밭에 거름으로 뿌렸으니
정말 내가 소망했던 ‘순환’이 실현되는 현장을 똑똑히 목격한 날이었다.
충분히 발효를 시켰으니 기생충이나 해로운 것들이 작물에 들어갈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조금의 역한 냄새만 참고, 진땀나는 짧은 시간만 견디면,
나는 내가 저지른 일을 내가 처리하는 실로 감격적인 체험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도시 뿐만 아니라 농촌 어디를 가도 정화조를 묻고 똥차가 와서 퍼가는 형국이니
아마 나처럼 똥을 퍼서 확실한 거름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정말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집 앞에서 오후 내내 못자리를 만드느라 땀 흘린 뒷집 형은
‘똥 퍼요?’하면서 뭐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일로 땀 흘린다고 하나 하겠고,
부모님도 똥 푸는 일, 좀 꺼려지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는 아들이 신기하게 느껴지시겠지만,
난 똥 푸는 일을 일면 사명감을 가지고 기쁘게 하는 ‘사역’의 하나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오늘은 나에게 일 년에 몇 번 할 수 없는 정말 소중한 사역을 할 수 있었던 가슴 벅찬 날이었다.

2006년 4월 3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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