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5일차, 에스떼야Estella



에스떼야 입구에 있는 샘.









길이나 숙소에서 볼 때마다 ‘코리아노’를 외치며 반갑게 맞아준 스페인 아주머니를 에스떼야 시내에서 다시 만났다. 이 분은 특히 발에 물집이 많이 잡혀서 고생하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눠서 더 기억에 남는다. 물집이 너무 심해 병원까지 다녀와서는 더 못 걷고 마드리드로 돌아간단다. 손짓발짓으로 의사의 말을 전하는데, 바늘로 물집을 쑤시면 위험하다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단다. 의사들은 다 그렇게 말할 것 같다. 까미노를 쉼 없이 계속 걸어야 하는 사람에겐 별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또 바늘과 실로 물집을 잡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을 체험하니. 

물집이 잡히면 바늘에 실을 꿰어 물집을 통과시킨 후 실을 너무 길지 않게 앞뒤를 잘라 그대로 둔다. 실은 무명실이어야 물이 잘 타고 나온다고 한다. 그렇게 아침까지 끼워두고 있다가, 양말을 신을 때도 그냥 두면 걸으며 생기는 물이 계속 빠지고, 저녁에 양말을 벗어 보면 실은 이미 빠져나가 버리고 물집 부위 피부가 착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대략 2~3일이면 물집은 잡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신발이 너무 꽉 맞지 않아야 하고, 끈 조절을 잘해야 한다. 특히 발의 볼이 넓은 사람은 운동화 앞 쪽에 좀 더 여유를 주는 것이 좋다. 아무튼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며 한 컷을 남겼다.

201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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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5일차, 뿌엔떼 라 레이나에서 에스떼야 가는 길 21.1km(1)




포도밭 너머로 보이는 시라우끼Cirauqui


주말 밤의 축제를 즐긴 시라우끼의 청소년들이 순례자들을 스쳐 지나간다.

오늘을 살아가는 까미노의 청소년들은 그 길을 걷는 순례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매일 어김없이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익숙하겠지만...



잠시 휴식을 취하는 브라질 순례자들. 사람도 쉬고 이렇게 배낭들도 쉼의 시간을 갖는다.



작은 마을에 작은 바Bar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순례자들은 쉼과 충전으로 한결 밝아진 얼굴로 다시 까미노를 걷는다.



짐을 산처럼 싣고 까미노를 걷는 당나귀 모습. 누가 순례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ㅎㅎ


일상생활을 넘어서는 강행군을 하면서 다리 관절들, 발의 피부가 아우성이다. 몸의 약한 곳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 지르기 시작한다. 평소엔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에 약한 줄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더 준비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미 길 위에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다. 솔직히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는 중이니 감당해야 할 대가라 여길 수밖에 없다. 

약한 부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열고 살아야 한다. 매일 장거리를 걷는 까미노와 같은 한계를 넘는 상황이 왔을 때, 그 부분이 가장 먼저 발목을 잡으니 말이다. 그 때 발견하면 이미 늦은 거다. 미리미리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성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면 지혜로운 사람이겠고, 가장 힘든 부분인 것 같다. 
사회도 역시 취약한 분야, 약한 사람들을 평소에 예민하게 찾아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도자들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누구든 그런 마음 자세를 갖고 사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러면 그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거다.

201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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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4일차, 뿌엔떼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로스 빠뜨레스 레빠라도레스(교회에서 운영) 알베르게.

알려지기로는 이 곳 봉사자(오스삐딸로)가 동양 여성들을 대상으로 마사지를 해준다고 하면서 추행을 한다고 했다. 돌아와서 검색을 해보니 내가 갔을 때 있었던 그가 그였다. 지금도 있겠지...


스페인(유럽이 그런 것 같다)에서 과일을 살 때, 특히 이런 동네 가게에서는 주인이 주는 것을 받아온다.

내가 하나 하나 들어보고 고르는 것도, 또 좋은 것으로 바꿔 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바꿔달라고 해봤는데 표정이 확 바뀌었고, 다시 준 것도 아무거다 집어서 준 것이었다. ㅋㅋ

한국과 다른 점인데, 결국 상인과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거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손님이 좋은 것만 골라가면 좋지 않은 것만 남아서 상인은 손해를 보게 된다.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함께 가져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들었다 놨다 하며 얄밉게 좋은 것만 골라가는 우리네 습성을 반성하게 한다.




작은 마을의 이름 '뿌엔떼 라 레이나'의 뜻이 '왕비의 다리'로 이 다리로부터 기인한다. 

왕비가 순례자들에게 비싼 요금을 받는 뱃사공들의 횡포를 가슴아프게 여겨 만들었다고 한다.


며칠 전부터 오른쪽 새끼발가락에 생긴 물집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물집이 잡힌 발가락만 아픈 것이 아니라 걸음걸이가 온전하지 않으니 몸 전체가 흔들거리고, 다리의 다른 부위까지 아파온다. 한 곳의 통증이 몸 전체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다. 균형이 깨진다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이 옴을 뜻한다. 

불균형은 아픈 것으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배낭에 짐을 꾸릴 때도 일어난다. 한 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짐을 잘 집어넣고, 배낭끈도 양쪽 길이를 같도록 잘 조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균형이 깨져서 한 쪽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게 된다. 
균형의 문제는 비단 물리적인 몸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이나 정서에서도 일어난다. 한쪽으로 너무 쏠려버리면 더 이상 정상적인 생각을 하고 일을 처리하지도 못하게 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지만 정서의 불균형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괴롭게 만들게 된다. 그래서 순례자가 매일 균형 있게 짐을 꾸리듯, 매일 마음을 살피며 치우쳐 있지 않은 지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어찌 사람의 몸과 마음만 그럴까. 사회 역시 관심이 한 쪽으로만 쏠리거나, 한 부분이 소외되고 고통 한다면 이도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고, 결국 건강하지 못한 사회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도자는 늘 부족한 곳, 소외되는 곳을 돌아봐야 하고, 또 반면에 너무 부와 권력이 한 쪽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201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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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4일차, 빰쁠로나에서 쁘엔떼 라 레이나 가는 길 24.4km(2)


자전거 순례자들이 오르막에 잠시 멈춰 지나온 뻬르돈 고개쪽 풍력발전기와 어우러진 경치를 촬영하고 있다.

뻬르돈을 작은 오솔길로 오르다 자전거를 되돌려 도로쪽으로 가는 것을 봤는데, 한참 후에 다시 만난 것이다. 왼편에 있는 이는 여성이다!



목마른 순례자에게 너무나 반가웠던 우떼르가의 급수대.




토요일, 순례자는 결혼식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까미노 둘째 날 만났던 길동무를 넷째 날 이른 아침 빰쁠로나를 막 벗어날 즈음 다시 만났다. 거기서부터 그 날 목적지인 쁘엔떼 라 레이나까지 같이 걸었다. 잠깐 같이할 것 같았는데, 꼬박 하루를 함께 걷게 될 줄은 몰랐다. 체력이나 나이나 여러 면에서 봤을 때 도무지 같이 걸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길 옆에 주저앉아 쉬며 아침도 해결하고, 힘든 길 위에서 같이 투덜거릴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해 보면, 그 날 같이 걸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가 힘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역시도 걷는 것에 한계를 느낄 때이기도 했다. 그러니 서로 노력을 하지 않고도 보조를 맞출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 하루 이틀은 그도 속도를 낼 수 있었지만, 넷째 날엔 힘이 부치고 있었던 것이다. 뿌엔떼 라 레이나에 들어가서 숙소를 찾아 약간 헤매며 둘 다 힘들어하며 얼마나 궁시렁 거렸는지 모른다. 

동무가 된다는 것, 힘을 빼는 것이 먼저이다. 자기주장을 앞세우고, 자기 생각대로 하려는 의지가 남아 있을 때는 좀 더 기다리는 것이 낫겠다. 혹시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먼저 가라고 양보하는 것이 지혜가 아닐지. 언젠가 그 역시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 좋은 길동무가 될 테니 말이다.

201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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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4일차, 빰쁠로나에서 쁘엔떼 라 레이나 가는 길 24.4km(1)



파란불과 화살표! 순례자에게 가도 좋다는 신호로 보여서 기분 좋았다.



순례자들의 포토존, 뻬르돈 고개



10kg 가까이 되는 짐을 짊어지고 대여섯 시간을 걷는 일이 만만하지 않다. 자연스럽게 뭘 빼면 가벼워질까를 생각한다. 그렇다고 빵이나 음료 과일 같은 먹거리들을 뺄 수도 없다. 까미노 초반 필요 없는 몇 가지 소품들을 뺐지만 그 차이는 미미했다. 한 번은 배낭을 다음 목적지까지 부쳐보기도 했다. 출발할 때는 가벼움에 날아갈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자 매고 있는 작은 가방이 무겁게 느껴졌다. 어쩌면 맨 몸으로 걸어도 몸이 천근만근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무게와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고 힘이 떨어지고 피로도가 올라가면 뭐든 큰 무게로 느끼게 마련이니. 

짐을 덜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짐을 넉넉히 짊어질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기도를 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런저런 삶의 무게들을 덜어달라고 기도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더 중요한 것은 내 마음과 몸이 그런 무게들을 감당할 수 있도록 단단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 또 그렇게 스스로를 단련해 가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가 아닐까 싶다.
201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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