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차,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소


비야프랑까에 거의 도착해 갈 즈음 왼편 언덕 위에 이런 멋진 장면이 시선을 끈다.


비야프랑까 공립 알베르게. 빨래터가 좁고 주방은 크기에 비해 불이 적어서 여러명이 요리를 하느라 애를 먹었다. 아베 페닉스에 묵으면서 저녁을 사먹어도 괜찮을 수 있겠다. 한 가지, 광장을 지나 우측으로 깊이 들어가면 씨에스타에도 문을 여는 까루프가 있어서 좋았다.



'또 다른 산띠아고', '작은 산띠아고'로 불리는 산띠아고 교회.

산띠아고로 계속 가지 못하는 중세의 순례자들은 이 문을 통과함으로써 산띠아고에서와 똑같은 영적 축복을 받는 것으로 믿었다고 한다. 


백작들의 궁성


산 프란시스꼬 교회




순례길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멀리에 가 있다.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는 습성들에 매어있다는 것을 부인할수 없다. 순례를 통해 변화? 아니 내 모습, 진짜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다. 내가 나를 어찌할 수 없음을, 그래서 하나님이 필요함을 더 절실히 깨닫는 장소이다.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노라" 롬7:18 
뭔가 배우는 것 같고, 깨닫는 것 같고, 성찰이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결국 본질적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25일 동안 순례길 위에 있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에 적이 실망감이 든다. 그러나 그럴줄 알았던 측면도 있으니 절망은 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더 적나라하게 나 자신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20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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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차, 모리나세까에서 비야쁘랑까 가는 길 31.9km(2) 







10월에 접어들면서 포도 수확철에 들어간 것 같다. 포도주용이기때문인지 바로 화물칸 가득 실린 것을 볼 수 있다. 



스페인 소세지 초리소가 들어있는 작은 빵... 너무 맛있어서 한 컷!


까미노에선 수많은 외국인들을 만나게 된다. 영어가 짧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주로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을 뿐이다. 영어를 잘한다면 많은 외국인 친구를 사귈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질수밖에 없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 관계가 얼마나 깊어질 수 있을까 싶다. 늘 얕은 수준의 정보를 교환하는 정도가 아닐지. 이름이 뭔지, 국적이 뭔지, 직업이 뭔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와 관심사 정도. 외국인이라 신기해하며 호기심에 접근하지만 정말 유창하지 않은 다음에야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사실 사용하는 말이 같아 전혀 못 알아들을 것이 없는 한국사람끼리 만나도 대화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소리를 듣는 것과 정말 알아듣는 것에는 차이가 있으니까. 그래서 까미노에서 오히려 고독한 여정을 보내는 것이 유익한 것 같다. 얕은 호기심을 채우기위해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힘을 쏟지 말고 조용히 자신의 한 발 한 발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자기 안으로 향하는 여정 말이다.
20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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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차, 몰리나세까에서 비야쁘랑까 가는 길 31.9km(1) 


몰리나세까에서 뽄페라다 가는 길에 작은 마을 깜뽀Campo



뽄페라다에 있는 템플기사단의 성



뽄페라다 엔시나 바실리까Basilica de la Encina


시계 거리 Calle del Reloj





벌써 20하고도 3일차 순례길에 있다. 이젠 고민없이 30km 이상을 걷는다. 발바닥에 불이나도, 무릎이 아파도, 배가 고파도 5~6km 더 콜! 하고 막판 무아지경을 즐기듯 더 간다. 사실 무아지경도 이젠 없는듯 하다. 사람이 생활의 패턴이 익숙해지면 또 그렇게 적응해 가는가보다. 변화를 위해 왔지만 또 이 생활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걷기, 숙소, 식사, 세탁, 볼일 보기, 물집, 바, 보까디요, 까미노, 심지어 베드버그까지도. 생소하기만 했던 단어들이 또다시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아쉽고, 섭섭하고, 슬프다. 아니 무섭다.
20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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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차, 엘간소에서 모리나세까 가는 길 32.4km(3) 

급한 내리막 길에 지친 순례자는 작은 마을 아세보를 보는 순간 잠시 고통을 잊는다.




몰리나세까에 들어서는 길목.

메루엘로 강가에 있는 몰리나세까는 위치가 좋아 예전부터 부유한 귀족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이나 구조물들에서 기풍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까미노에서 본 유일한 말탄 순례자!


아세보에서부터 모리나세까의 알베르게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한국인 청년 3명과 함께 걷게 되었다. 그때까지 한국사람을 많이 만나지도 않았었고, 또 그렇게 젊은 친구들을 본 것은 오랜만이기도 해서 마음 한 켠으로는 반가웠지만, 또 앞에 가는 친구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귀 속으로 쏙쏙 들어오는 바람에 약간은 거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들을 판단하는 마음이 솔솔 일어나는 것 때문이었다. 지나쳐 가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걸음걸이, 말투 등이 거슬리기 시작하더니 걷잡을 수 없이 이런저런 추측들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그들과 한 숙소에 묵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혼자 한 상상들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누구든 귀 기울여 들어보면 이해 못할 일이 없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면 왜 그러는 지 알게 된다. 그런 노력, 시간의 투자 없이 머릿속으로만 이러쿵저러쿵 상상의 나래를 펴면 오해하게 되고, 혼자 불편해 진다. 비록 나이로는 내가 곱절이나 많았지만, 그들은 나에게 보내진 스승들이었다.
20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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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차, 엘 간소에서 몰리나세까 가는 길 32.4km(2) 


철십자가Cruz de Ferro



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져온 돌을 놓고 가는 전통이 있다고 해서 집에서부터 챙겨간 돌에 이름과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적어 두고왔다. 돌이 자신이 지은 죄만큼 커야 한다는데 나는 너무 작은 돌을 가져갔다. ㅎㅎ





만하린은 1180년부터 있던 마을인데 지금은 알베스게 하나밖에 없다. 워낙 높은 곳이고 외떨어져서인지 전기나 샤워시설 없이 잠자리만 제공한다고 한다.



역시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진리!


까미노는 스스로 선택한 광야이다. 마치 예수님께서 광야로 나가셨듯이 말이다. 유혹도 더 강렬해지지만 영적 열망 또한 강화되어 내부에서 더 강하고 치열하게 부딧히게 된다. 이 때 자신을 더 적나라하게 보게 되고, 결국 발가벗겨진 마음과 정신으로 신에게 내놓여지는 장이 된다. 그래서 800km라는 긴 거리, 그것도 두 발로, 배낭을 짊어지고. 결국 자기와의 싸움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나를 더 세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 아픔에서도, 기쁨에서도, 자연에서도, 함께 걷는 이들에게 비추이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자신이 얼마나 작고 연약한지, 인내심이 없는 지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런 자신을 이끌어 불가능할 것 같았던 목적지까지 끌고 간다. 인생이 그러하듯. 그래서 더 긴 인생의 여정을 걷기위한 힌트를 얻는다.
20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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