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차, 엘 간소에서 몰리나세까 가는 길 32.4km(2) 


철십자가Cruz de Ferro



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져온 돌을 놓고 가는 전통이 있다고 해서 집에서부터 챙겨간 돌에 이름과 좋아하는 성경구절을 적어 두고왔다. 돌이 자신이 지은 죄만큼 커야 한다는데 나는 너무 작은 돌을 가져갔다. ㅎㅎ





만하린은 1180년부터 있던 마을인데 지금은 알베스게 하나밖에 없다. 워낙 높은 곳이고 외떨어져서인지 전기나 샤워시설 없이 잠자리만 제공한다고 한다.



역시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진리!


까미노는 스스로 선택한 광야이다. 마치 예수님께서 광야로 나가셨듯이 말이다. 유혹도 더 강렬해지지만 영적 열망 또한 강화되어 내부에서 더 강하고 치열하게 부딧히게 된다. 이 때 자신을 더 적나라하게 보게 되고, 결국 발가벗겨진 마음과 정신으로 신에게 내놓여지는 장이 된다. 그래서 800km라는 긴 거리, 그것도 두 발로, 배낭을 짊어지고. 결국 자기와의 싸움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나를 더 세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 아픔에서도, 기쁨에서도, 자연에서도, 함께 걷는 이들에게 비추이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자신이 얼마나 작고 연약한지, 인내심이 없는 지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런 자신을 이끌어 불가능할 것 같았던 목적지까지 끌고 간다. 인생이 그러하듯. 그래서 더 긴 인생의 여정을 걷기위한 힌트를 얻는다.
20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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