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차, 엘간소에서 모리나세까 가는 길 32.4km(3) 

급한 내리막 길에 지친 순례자는 작은 마을 아세보를 보는 순간 잠시 고통을 잊는다.




몰리나세까에 들어서는 길목.

메루엘로 강가에 있는 몰리나세까는 위치가 좋아 예전부터 부유한 귀족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이나 구조물들에서 기풍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까미노에서 본 유일한 말탄 순례자!


아세보에서부터 모리나세까의 알베르게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한국인 청년 3명과 함께 걷게 되었다. 그때까지 한국사람을 많이 만나지도 않았었고, 또 그렇게 젊은 친구들을 본 것은 오랜만이기도 해서 마음 한 켠으로는 반가웠지만, 또 앞에 가는 친구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귀 속으로 쏙쏙 들어오는 바람에 약간은 거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들을 판단하는 마음이 솔솔 일어나는 것 때문이었다. 지나쳐 가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걸음걸이, 말투 등이 거슬리기 시작하더니 걷잡을 수 없이 이런저런 추측들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그들과 한 숙소에 묵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혼자 한 상상들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누구든 귀 기울여 들어보면 이해 못할 일이 없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면 왜 그러는 지 알게 된다. 그런 노력, 시간의 투자 없이 머릿속으로만 이러쿵저러쿵 상상의 나래를 펴면 오해하게 되고, 혼자 불편해 진다. 비록 나이로는 내가 곱절이나 많았지만, 그들은 나에게 보내진 스승들이었다.
20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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