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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오전에 서리태(검은콩)를 뽑으러 낫하나 들고 콩밭으로 갔다.
많은 양은 아니었기에 아버지와 1시간여 작업을 마쳐가고 있을즈음 후두둑하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상예보에 비가 온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하늘이 전혀 올 것 같지 않았기에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갔는데,
조금씩 더 굵은 방울이 떨어졌다.
조그맣지만 속을 꽉꽉 채우고 있는 배추도 좀 살펴보고 오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싶어 집으로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돌아와야 했다.

게으른 농부는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비가 오면 안되는 시기에는 그렇지 않겠지만,
농부가 맑은 대낮에 할 일이 없다고 집안에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소 미루어 두었거나, 눈에 거슬리는 일들을 찾아서 해야 한다.
그런데 비가 오면 이런저런 생각 다 짚어 치우고 집 안에서 빗소리만 들으며 '비오네!'하면 된다. 속 편하게...

농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부지런함이 아닐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뭐라도 해야 하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몸을 놀려야 속시원한 체질 말이다.
지식, 기술 다 떠나서 가장 우선 되는 것일 거다.
그런면에서 난 농촌과는 좀 거리가 먼 것일지도 모른다.
컴퓨터 하는 것이나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서 말하는 것이나 좋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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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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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만약 서울에 살고 있었으면 '가뭄에 비가 와서 좋네'하면서도 솔직히 좀 귀찮아 할 것이 분명하다.
가뭄이라는 것에 대해 거리감을 느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난 정말 기분이 좋다.
오전에 몇 가지 해야 할 일을 하고 난 후 내리는 비, 더구나 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비여서 너무 좋다.
어제 감자를 심었는데(좀 늦음), 딱 맞게 비가 내려 주니 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지난해에 마을 어르신께서 지나가시면서 비와 관련해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농촌에는 비 오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고, 비 온 후에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때에 맞춰 농사를 잘 지어야 한다고 말이다.
사실 별 생각 없이 감자도 심고, 포도밭에 거름도 했는데 그 말씀 따라 계획적으로 한 것처럼 되었다.
농촌에서의 생활이 만 일 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무슨 일이든 하기 전에는 꼭 옆 집 할아버지나 귀농 선배들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텔레비전도 보고, 인터넷을 하건만 잠시 날씨 확인 하는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니 지난해와 별반 다름없이 나는 초보농부일수밖에 없다.
매일 수차례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뒷집 형도 '오늘은 이 친구 뭘 하나, 제대로 하나'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도 당연하다.
사오 년? 아니면 그 이상 초보농부일 것 같다.

봄 가뭄을 해갈하는 비이기를 바라면서
마음속까지 시원함을 느끼며
행복해 하는 초보농부의 두서없는 넋두리다.

20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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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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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계속 온다.
어제 밤부터 쉬지 않고...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와주기를 바랬다.
메마른 대지를 위해서도 그렇고,
실은 좀 방에 쳐 박혀 있고 싶은 소망에서도 그랬다.
대부분의 농부들은 비가 오더라도 쉬는 날은 아니다.
논 물고도 봐야 하고, 뒷집 형처럼 비를 맞으면서도 제초작업은 한다.
그러나 나 같이 농사 흉내만 내고 있는 사람은 별 일이 없다.
단, 아침부터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고추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비를 맞으면서까지 나가서 줄을 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오고, 날도 어두워져 가니 좀 걱정이 된다.
고추가 기절하다 못해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어쩔까 해서.

때로 학수고대하여 그 일이 실현이 되면
막상 그 현실이 지루해질 때가 있다.
변덕스런 이놈의 인생에게 인지상정이겠지만.
지금이 그렇다.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
닭장에도 비가 그만 뿌리쳤으면 좋겠고,
소리와 토리에게도 비 걱정 않고 풀어놓아 자유 시간을 주고 싶다.
그리고 고추나 허브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장마는 어찌 날지...)

비오는 날,
난 집안에 틀어박혀서 대나무로 이것저것을 뚝딱뚝딱 만들었다.

2005.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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