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황간 장에서 병아리 일곱 마리와 오리 두 마리를 구입했다.
일단은 컨테이너로 덮어 놓고 물과 모이를 넣어주었다.

닭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닭장도 지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소리를 내고 있으니 당장 급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서둘러 꼬박 이틀을 닭장 짓는데 투자하게 되었다.

오자마자 오리 한 마리가 죽고,
닭도 한 마리가 비틀비틀하더니 이틀만에 죽고 말았다.
그래서 모두 합해 여덟마리가 남았다.

사실은 어미 닭이 품어서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를 기르고 싶었다.
부화기에서 깬 병아리는 후에 알을 낳아도 품지 않는다고 한다.
알을 먹거나, 닭을 잡아서 고기를 먹는 것은 동일하지만,
이 병아리들로는 다음 세대를 바랄 수는 없는 것이다.
어쩌면 생명은 있는 것이지만 생명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지.

인간들이 인간들만을 위해서 손을 대면 그 안에 생명이 소멸되어 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점이 없지만
그것들은 한 번으로 끝나버린다.

짐승뿐만 아니다.
우리가 먹는 곡식, 채소 들 역시 채종(seed gathering)은 거의 되지 않는다.
해마다 종자를 구입해서 심어야 한다.

인간의 눈에 보암직하고 먹음직하게 자란 작물은 다음 세대로 자신의 생명을 전하지 못하는 운명이다.

우리가 먹는 것들이 거의 이런 상황이다.
생명력이 활발한 것을 먹어도 부족한 현대인들이
마치 자신들과 같이 생명력 없이 겉만 번드르르한 먹거리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작고 볼품 없더라도, 혹 맛이 좀 덜하더라도 생명력을 가진 것을 귀하게 여길 수 있었으면...

200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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