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날 때 생각한다.
길을 벗어나서 개천이나 논에 빠졌을 때의 상황을...

그런데 오늘 그 일이 현실이 됐다.
향유네와 저녁을 먹으려고 7시 경 향유네 포도밭으로 가려고 집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출발을 했는데 앞에 달린 바구니가 좀 돌아가 있어서 바로 잡았다.
그런데 그 순간 자전거의 방향이 한쪽으로 쏠리더니
그만 바로 옆 논으로 ‘어! 어! 어!’ 소리와 함께 떨어지고 만 것이다.

그 논은 길에서 한참 아래에 있는 논이다.
지난주에 모네기를 해서 모가 자그마하게 심겨져 있고,
물이 차 있으니 바닥은 늪과 같은 상태였다.

정신없이 몸을 일으켜서 자전거를 당겨서 끌고 반대편으로 나왔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창피함은 덜 했지만,
그 황당함이란 말로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서둘러 집으로 달려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안경이 없네!’
곧바로 어머니는 논으로 달려가셔서 소리치신다.
‘민태야, 장화신고 와!’
달려가서 내가 떨어졌던 곳에 반쯤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안경을 발견하고
내가 어떻게 빠져나왔을 까 싶은 논바닥을 겨우 걸어가서 꺼내왔다.

신발도 옷도 자전거도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도 과장을 조금하면 참담한 심정이 되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보면
약한 모습만 보이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앞으로는 쓸데 없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겠다.
괜실히 그 것이 현실이 되어버리면 크게 낭패를 보게 되니 말이다.
아무튼 오늘은 경험해보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경험해 본 날이다.

2005.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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