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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1:59
지난해에는 뭐가 뭔지 잘 모르고 이런저런 결정을 했었다.
조금 과장을 한다면 땅을 치고 후회한 경우가 감나무와 관련된 경우였다.
사실 감나무가 집터에 많다는 것을 큰 매력으로 여겼으면서도,
정작 그것이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빨리 익어 버린 감들을 탓하며 네 그루나 상인에게 팔아버렸다.
그리곤 남은 나무에서 감을 따고 깎아 곶감으로 만들고 나서야 후회 했다.
그래서 올 해 들어서는 우리 감나무는 말 할 것도 없고, 이웃의 감나무까지 임대해 버렸다.
거국적으로 곶감사업을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올 해 감 농사가 흉작인데다, 우리 것들은 벌레들까지 기승을 부려서 거의 지리멸렬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가만 두면 모두 홍시가 되어 떨어질 판이어서 다른 집들보다 좀 일찍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네 그루에서 감을 따고 깎았다.
작년에는 전부 해서 700개 정도 깎았던 것 같은데,
올 해는 한 번 깎은 것이 벌써 1,200개다.
이렇게 세 번 정도 더 해야 할 것 같다.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양에서는 우리 수준에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만약 작년 수준으로 열었다면 우리 식구가 감당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감나무를 보며 걱정하는 어머니께 수차 말씀드렸던 것처럼 '주신 대로' 하는 것이 농사가 아닐지...
지금까지의 걱정은 기우였고, 우리 손에 들려진 것이 우리에게 ‘적당히’ 주신 것이리라.

200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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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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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지막으로 감을 땄다.
집 주변에 있는 감들은 이미 다 땄고,
오늘은 밭에 있는 큰 나무 두 그루와 너 댓 개  달린 작은 나무들의 것을 땄다.

한 나무는 그리 높지도 않고 많이 달린 편이어서 재미있게 땄는데
두 번째 나무는 몇 개 달리지도 않았는데 아주 높아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나무에 올라가다보면 점점 더 올라가게 되는데 그것도 다리 떨리는 일이지만
5m정도 되는 장대를 이리 저리 옮겨가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한 나무가 끝나 갈 때, 대여섯 개가 남았을 때 갈등이 생긴다.
까치밥으로 그냥 두고 내려갈까?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오기가 생긴다.
이왕 올라왔는데 남겨두고 내려 갈 수 있는가?
그리고 몇 개라도 감이 남아 있는 나무를 보면 시원치 않았던 경험도 있고 해서.

농촌에 와서 살면서 까치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새가 되었다.
만약 그런 생각이 없다면 순순히 까치밥 남긴다는 명분으로 내려 올 수도 있었을 텐데.
이놈들이 고약한 짓을 좀 하는 통에 좋은 감정이 없어졌으니.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찌 감나무가 감을 나만을 위해 맺었겠는가?
자신을 위해서,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날짐승 들짐승들을 위해서가 아닐까?
그러니 악착같이 한 개도 남겨두지 않는다면 얼마나 섭섭할까.
새들이 자기들 밥을 남겨두지 않으면 이듬해에 보복을 한다는 전설(?)도 있다지만,
그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정하는 차원에서
열매를 나누는 차원에서
남겨 둘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오늘은 너무 높이 달리고 힘도 들어서 열 개 정도는 남겨 두고 온 것 같다.
이리 생각하니 아까워 할 일은 아닌듯하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밭에서 난 곡식을 거두어들일 때에는, 밭 구석구석까지 다 거두어들여서는 안 된다. 거두어들인 다음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서도 안 된다. 포도를 딸 때에도 모조리 따서는 안 된다. 포도밭에 떨어진 포도도 주워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들과 나그네 신세인 외국 사람들이 줍게, 그것들을 남겨 두어야 한다.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레위기 19:9-10

200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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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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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감장사가 감나무 네 그루 중 세 그루에서 감을 따갔다.
높은 나무에 달린 감들을 어떻게 딸까 하고 지켜봤는데,
전문가여서 그렇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작지만 감나무가 열 그루가 넘는다고 자랑은 하고 다녔지만
막상 수확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닥쳐오자 두려움도 역시 같이 찾아 왔다.
또 새로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에 익숙하지 않은, 해 보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은 늘 긴장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 두렵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높은 나무에 있는 감들...
홍시가 되어버린 것들은 한두 개 따 먹는 것이야 쉽지만
전부 따는 일이야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약을 치지 않아서 다른 집들보다 더 빨리 익어 물러지니 지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고.

그런데 오늘 오전에 두 사람이 작업하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는 좀 자신이 생겨서
해거름에 장대 높이 들고 시험 삼아 따 보았는데 할 만 했다.
괜히 값싸게 넘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한 가지를 배우고 알아간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리라.
수업료 비싸게 지불했다고 생각하며 내년에는 잘 해보리라 어머니와 다짐했다.
그래서 내일은 남아있는 나무들의 감을 딸 작정이다.
저온 창고에 넣어 두었다가 적절할 때 깎아 말려서 맛있는 곶감을 만들어야지!

200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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