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이 5월 7일이었는데 비행기 시간이 8일 01시였기 때문에 공항에는 10시 정도까지 가도 되었다. 어떻게 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이드북과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정보를 종합해서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물론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말라카를 다녀오는 것이 모험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약간은 긴장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LRT를 타고 반다르 타식 셀라탄 역으로 이동했다.


쿠알라 룸푸르에서 말라카로 가기위해서는 반다르 타식 셀라탄 역과 연결된 TBS로 가야한다.




오전 8시 표를 끊고 4번 문 앞에서 기다리는데, 한국 같이 정시에 출발은 커녕 버스가 도착하지도 않는 경우가 종종있다. 사실은 거의 그랬다. 페낭에서도 쿠알라 룸푸르에서도 말라카에서도... 10~15분 정도 지나서 출발하는 것은 기본이고 때론 좌석을 채우려고 더 늦게 출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말라카 터미널에 도착했다. 길은 괜찮아서 정말 두 시간 만에 도착한 것 같다.


터미널에 있는 짐 보관소에 배낭을 맡기고 가벼운 몸으로 이동한다.



AirAsia 항공기를 타기위해 LCCT로 가야해서 오후6:00 버스를 예약해 뒀다.

하지만 말라카 투어가 빨리 끝나서 2:50 차로 변경했다.


말라카 시내로 들어가려면 17번 버스를 타야한다. 빨간색 버스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대개 관광객들이 말라카 관광의 시작점으로 삼는 네덜란트 광장Dutch Square에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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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낭 곳곳에 정당 깃발이 과할 정도로 많이 걸려 있어서 총선이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그 총선을 두고 시국이 어떻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페낭 세인트 조지 교회에 갔을 때 안내해 주시던 여성 분이 이 번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 분은 야당을 지지하는 것 같았으니 그 분의 말은 정권교체를 의미했던 것 같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페낭이 야당색이 짙다고 나온 것을 봤다. 아무튼 페낭에서도 그렇고 쿠알라 룸푸르에 와서도 여행자가 총선과 관련해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긴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5월 4일 자정을 넘겨 투표일인 5일이 되는 순간 호텔 밖에서 자동차 경적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한두 대가 내는 소리가 아니어서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나가 봤더니, 야당 지지자들이 차량에 깃발을 흔들며 행진을 하고 있었다. 한국 같으면 오히려 조용해져야 할 시간에 더 시끄러워지는 것을 보곤 갑자기 겁이 덜컥났다. 곧바로 들어와 그제서야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교체가 점쳐질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진행 중이었다. 그 만큼 선거와 관련한 사건사고들이 이미 2,000건이나 발생했고, 더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언론의 보도였다. 더구나 야당의 지도자는 여당이 부정선거만 하지 않으면 야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니, 지금 돌아가는 흐름이 장난이 아니었던 거다. 와~ 이거 내일 쿠알라 룸푸르를 돌아다닐 수나 있겠나 싶고, 이런 중대한 시기에 내가 말레이시아의 수도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여기에 교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대사관의 공지사항을 확인하자 순간 맨붕이 올뻔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과 달리 투표는 큰 소요 없이 진행된 것 같고, 열망하던 정권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50년 넘게 장기집권을 해오고 있는 BN이 권력을 잃지 않았다. 결국 달라진 것은 없었다. 변화라는 것, 어디서든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2013.5.6.



페낭 곳곳에 걸려있는 정당 깃발들, 비가 많이 오는 날씨로 인해 포스터보다는 깃발을 선호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행자를 화들짝 놀라게 한 야당 지지자들의 차량 행렬이다.



투표 당일 쿠알라 룸푸르 곳곳에 지지자들이 모여 투표를 응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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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 룸푸르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 최소한 여행자에게 그렇다는 말이다. 

보통 많이 찾게 되는 주요 포인트들의 위치를 알게 되면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차이나타운 입구



메르데카 광장 건너편 국립 섬유 박물관


메르데카 광장


중앙 시장



차이나 타운을 걷다가 육교 길 몇 개만 건너면 국립모스크가 있고, 

부킷 빈탕을 걷다가 워크웨이라는 긴 육교를 따라가면 수리아 KLCC가 갈 수 있고

마지드 라멕을 지나면 바로 마르데카 광장,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이 있고,

거기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차이나 타운도 있고, 센트럴 마켓도 있다.

그렇게 오가다 고개를 돌려보면 KL타워가 따라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 지역 어디엔가에 숙소를 잡으면 굳이 비용 들여가면서 택시나 버스를 타고 다닐 필요도 없다.

LRT나 모노레일을 타도 세 정거장 이상 가는 일도 없다.

예외적으로 바투 동굴에 갈 때는 KTM코뮤터를 타고 일곱 정거장을 가니 그게 제일 길게 타는 노선이 된다.


국립 모스크


스리 마하 마리암만 사원(힌두교)




그렇게 걸으면서 들게 되는 생각 중 압도적인 것이 '다양함'이다.

일단 사람들의 피부색이 다양하다.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기타 여러 소수 인종들이 모두 말레이시아인으로 살고 있고,

내 앞으로 옆으로 지나다닌다.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별 문제 없이(1969년에 사건이 있긴 있었다고 함) 살고 있는 것,

그리고 그 인종의 다양함으로부터 나온 종교와 그 종교 시설(사원)들의 다양성 또한 놀랍다.

페낭에도 있었지만 말라카에도 있는 조화의 길이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명칭이다.

다양함을 조화로 이끌어낸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지혜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이런 다양성을 조화로 이끌 능력이 있는 나라가 앞으로의 시대에 힘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세안의 국가들이 이미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었고 2015년까지 지역통합을 하게 될텐데,

그럴 때 말레이시아의 이런 노하우는 큰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아무튼 이런 말레이시아의 역사적 인종적 배경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같다.


말레이시아 왕궁


KL타워


페트로나스 빌딩 아래 분수대 앞 소풍 온 어린이들


어느 도시이든 다른 점과 같은 점을 가지고 있다.

관건은 같아지려고 하기보다 달라지려고 하는 노력에 있는 것 같다.

다른 것이 결국 우리를 규정하는 것 아닐까?

이것은 국가와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한 개인에게도 해당된다.

같아지려는, 한 가지 기준에 맞추려는 애씀보다 나를 나로 구분할 수 있는 독특함을 찾고 그것을 발전시켜 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럴 때 도시는 관광객이 알아서 찾아드는 것이고,

개인은 앞으로 나서지 않아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자리에 있게 될 것이다.

백화점, 빌딩들은 똑같은 것들이지만 얼마나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느냐는 능력이다.

어떤 면에서 쿠알라 룸푸르는 어느정도 성공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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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돈벌이를 위해 관광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물론 어떤 나라는 아무리 해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성이 안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한국이 그런 것 같다.

반면 동남아나 유럽을 보면 관광이 그 나라를 먹여살리는 경우들을 보게 된다.

그래서 그런 곳에 가보면 관광객들이 주요 포인트를 이동할 때 전혀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내국인들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을 정도이다.


몇 곳을 돌아다니면서 그 나라가 주력으로 팔고 있는 관광상품의 유형이 좀 나오는 것 같다.


첫번째는 짧게는 몇 십년에서 길게는 수십 수세기 전의 유적을 파는 경우이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나 태국의 아유타야,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이 수 백 수 천 년 전의 유적이 그렇고,

태국 콰이강의 다리나 캄보디아 킬링필드, 베트남의 구찌 터널 같이 100년 내에 지어진 것들도 그렇다.

이 곳들은 오늘날에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


두번째는 과거의 것이지만 오늘도 사용하고 있는 경우이다.

예를들어 라오스의 루앙푸라방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인데, 여전히 사찰들이 운영되고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과 게스트하우스들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는 페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각 종교의 사원들이 여전히 기도와 예배를 위해 사용되고 있어서

때때로 여행자들이 들어가기 머뭇거려지 지기도 한다.

이런 곳들은 오늘의 사람을 위해 과거의 유물을 어디까지 바꿀 것인가 딜레마가 존재한다.


세번째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장소로, 사용여부나 시기로 구분하기는 어려운 곳들이다.

가보진 않았지만 미국의 그랜드 캐년이나 5대호, 터키의 갑바도기아나 파묵칼레 같이 대부분의 섬과 비치, 산들이 이런 유에 속할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곳들은 또다시 자연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한 거의 영구적으로 돈을 벌어주는 효자노릇을 할 것이다.


네번째는 오늘날에 와서 만들어진 건물이나 지역이 명소가 되는 경우이다.

각 도시마다 높게 솟아 있는 타워들이 그렇고, 고난도의 건축기술이 필요한 건설-토목공사로 만들어진 건출물들이 그렇다.

말레이시아를 놓고 보면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들 수 있겠다.

(오늘 페트로나스 빌딩을 얘기하려고 이렇게 장황한 도입을 하고 있다.)


첫번째와 세번째의 경우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어찌할 수 없고,

두번째와 네번째의 경우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가변적일 수 있겠다.

사실 쿠알라룸푸르에 오면서 다른 것을 보겠다는 마음보다는 쌍둥이 빌딩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다른 곳, 차이나타운, 사원들, 시장, 쇼핑센터는 가보면 솔찍한 심정으로 거기서 거기고 다리만 아프다.

물론 섬세한 차이점들을 발견하는 재능이 있거나, 다양한 먹거리나 쇼핑거리를 찾는 사람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쿠알라 룸푸르에 들어오면서 멀리 트윈 타워가 눈에 들어오자, 마치 그리스에 갔을 때 아테네 시내로 접어들며 아크로폴리스 위의 파르테논 신전을 발견했을 때 그 두근거림이 그대로 느껴졌다.

자연이 이루어낸 작품들도 볼 때 감동을 주고, 과거의 건출물들이 경탄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최근에 만들어진 건축물 또한 큰 감명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페트로나스 빌딩을 보고 알게됐다.







아침 8:30부터 스카이브리지와 86층 전망대에 올라가는 표를 판다고 해서 8:00에 서둘러 나갔다.

40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벌써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가장 빠른 시간이 10:15이었다. 입장료는 RM80(약 32,000원)이다. 악!

표를 끊고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수리아KLCC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토요일이어서 많이 붐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한산한 편이었다.


드디어 시간이 되었고, 공항 디파쳐 게이트 못지 않은 꼼꼼한 검색대를 통과해 입장을 했다.

엘리베이터 사이즈에 딱 맞는 숫자의 인원이 같은 색의 명찰을 걸고 함께 이동한다.

스카이브리지에서 15분, 전망대에서 20분 이동하는데 10분 잡아서 45분 정도 관람한 것 같다.

사실 안에서 찍는 사진은 그리 멋이 있지 않다.

웅장하고 기묘한 건물의 외부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 압권인 것 같다.

그럼에도 그 건물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과 2번 타워에서 1번 타워를 보면서 느끼는 감동은 정말...

감동의 핵심은 이렇게 큰 건물을 설계한 것도 대단하고, 그 설계대로 작은 볼트 하나에서 커다란 철제들까지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있었을 것 같지만) 이어맞출 수 있었는 지 입이 쩍 벌어진다.

그래서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에 올라와서 멀리 바라보는 것보다 바로 유리창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의 외벽이 더 신기하고 기막힌 볼거리였다.










여기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는데,

지금 쿠알라 룸푸르를 넘어 말레이시아 전체를 통틀어서 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다. 

관광의 중심에 이 건물을 놓고 있다. 

주변에 있는 관광지에서는 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가 중요한 입지 조건이라고 한다.

그런제 잘 생각해 보면, 이것이 정말 말레이시아의 것일까?

미국사람이 설계하고, 한국과 일본이 하나씩 세운 것이다.

물론 자본은 말레이시아에서 나왔잖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돈문제 때문에 단군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도 좌초했으니.

아무튼 여기 쿠알라 룸푸르의 중심에 서 있으니 그들의 것이고 그들의 자랑이고 그들의 관광자원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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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 룸푸르 숙소 Hotel Happy Holiday

쿠알라 룸푸르 푸두 터미널에 4시에 도착했고, 숙소에 도착하니 5시가 좀 못되었다.

숙소 자체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복이 터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쿠알라 룸푸르 대중교통의 중심인 KL 센트럴 다음가는 곳인 마지드 자멕 역 코앞에 숙소가 있는 것이다.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고다에서 잡은 것인데, 감동에 감동이다. 1층에는 커피숍, 세븐 일레븐, 버거킹이 있고, 길 건너에는 맥도날드도 보인다.

여행을 하면서 가능한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이 원칙이지만 늘 그럴 수만은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버거킹도 얼마나 반가운 지 모른다.

더구나 태국보다 많이 부족하지만(이상한 점) 세븐 일레븐도 바로 호텔 로비 옆에 있으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KTM Komuter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지도 않고 바로 첫번째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바로 '바투 케이브(동굴)'이다.

LRT 마지드 자멕 역에서 KL 센트럴 역으로 가서 KTM Komuter Sentul Line으로 갈아탄다.

KL센트럴 역은 정신없기가 장난이 아니다. 

서울역보다도 작은 공간인 것 같은데 몇 개의 노선이 교차하는 지, 거기다 공항버스와 택시까지 연계되어 있다고 안내를 하고 있다.

암튼 내가 타고온 LRT 라인과 바트 동굴로 가는 KTM라인은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표 끊는 시간만 없다면 곧바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아쉬운 것은 장기권이야 연계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 1회용의 경우는 연계해서 끊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BRT와 MRT의 역이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아 환승의 의미가 없었던 방콕보다는 낫지만,

티켓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그런 불편을 모두 느낄텐데 왜 개선하지 않는 것일까.

(KL센트럴 사진, 또 열차 티켓 두 가지 사진)


바투 동굴로 가는 열차는 정말 천천히 갔다.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이 계속 보여서 신기해 하고 있을 즈음 밖이 어두워지더니 빗방울이 열차 유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뭐 많이 올까 했는데, 점점 굵어지는 거다. 아이고 이러면 안되는데...


바투 케이브 역 도착



바투 동굴 역에 내렸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역을 떠나지 못하고 빗방울이 잦아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바로 왼편 사원에 거대한 푸르둥둥한 원숭이 영웅하누만 상이 인상적이었다.

아~ 저기 거대한 무르간 상도 보이는데, 참 답답한 노릇이었다.

쿠알라 룸푸르에 머무는 날 수는 4일이지만 오늘도 좀 있으면 다 가고 내일은 토요일, 모레는 일요일인데 투표일이라고 한다. 그러니 주말과 투표가 있는 일요일이 얼마나 정신없이 지나갈까. 그리고 마지막 월요일은 말라카에 갔다가 바로 공항으로 가야한다. 그러니 다시 바투 케이브로 올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런 생각의 줄다리기가 오가고 있을 때, 비가 약간 잦아든 느낌이었다. 물론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 다시 올 수 없을 지도 모르니 비가 나를 막을 수는 없지.

가방 꼭 붙들고 뛰었다. 일단 거대한 황금 무르간 앞까지. 


황금색 거대한 무르간


와~ 탄성이 나오는 거대한 크기. 42.7m가 그냥 큰 정도가 아니었다. 

저런걸 하나 떡 하니 세워두니 이 곳이 완전 업그레이드됐을 것은 뻔한 거다.

사실 그 옆에 계단이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272개의 계단이면 작은 규모가 아닌데 무르간 덕분에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비 때문에 서둘러 오르다가 숨차서 죽을뻔 했다.

세 개로 구분되어 있는 계단은 과거에 지은 죄, 현재 지은 죄, 미래에 지은 죄를 각각 오르고 내리며 참회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이 바투 동굴 투어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계단을 오르는 것까지가 아닐까 싶다.


동굴 내부




동굴은 거대하고 또 아름다운(?)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렇게 확 다가오지는 않았다.

힌두교 신자들이 기도를 할 수 있는 사원이 있는데 그 규모도 작고 동굴과 조화를 이루고 있지도 못하다.

비가 오는 저녁에 봐서 그런지 최소한 내 느낌은 그랬다.

비만 안 왔어도 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텐데 참 아쉽다.


바투 동굴 후기

비는 어떻게 됐을까?

점점 더 내려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곳곳에 물웅덩이가 만들어졌고, 하나 있던 우산파는 가게도 문을 닫아버렸다.

겨우 편의점까지 달려가서 허기를 달래고는 문 앞에 서서 또다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 전혀 그럴 기미가 안보였다. 

그래서 신발 벗어 들고 가방 끌어 안고 기차역까지 달렸다. 와 이건 비를 향해서 달리는 것이었다.

내리는 모든 물줄기가 다 나에게 쏟아지는 것 같았다.

비맞은 생쥐꼴로 어설픈 자세로 열차 안에 앉아 에어컨 바람에 옷과 머리를 말리며 다시 온 길을 거꾸로 돌아왔다.


바투 동굴 관광을 한 것이 아니라 쿠알라 룸푸르의 우기를 보고왔다.

비가 쏟아질 때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어쩔 수 없으면 맞으면 된다.

그 비도 그칠 때가 있을 것이고, 흠뻑 젖은 옷과 몸은 다시 몸의 열과 바람에 마르게 될 것이다.

비가 온다고 불평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잘 피했다고 너무 기뻐하지도 말자.

지금 보는 것, 지금 가진 것, 지금 상황은 내 소망과 예측대로 계속되지 않을테니까.

그저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개이면 말리면 된다.

이것이 땅에 발을 딛고 빗방울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인간의 길이 아닐까.



빗물에 흠뻑 젖은 운동화에서

코를 댈 수 없을 만큼 악취가 나서

바로 요걸 구입해 사용했는데

정말 효과 만점이었다는...

하얀 부분을 운동화에 깔창에 대고

누르면 운동화 안쪽까지 분사가 되서

사용하기도 정말 편리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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