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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차, 레온에서 오스삐달 데 오르비고 가는 길 36.4(2)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 순례자에게 불친절한 길이다.




호박이 아니라 대박!이다.ㅎㅎ



20개의 아치가 있는 까미노에서 제일 긴 다리에 얽힌 이야기 

한 여인에게 버림받은 기사 돈 수에로 데 까뇬네스가 성년인 1434년 산띠아고의 날(7.25)을 전후로 한 달 동안 이 다리를 지나는 기사들과 대결하여 300개의 창을 부러뜨리겠다고 선언하고, 정말 그렇게 하여 명예를 회복하고 순례길을 떠났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해마다 6월 초 다리 옆에서 마상 창 시합을 연다고 한다.



길은 처음부터 길은 아니었다. 한두 사람이 밟고 지나가고 또 지나가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길은 그렇게 밟히면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헌신, 희생, 내어줌이 없이 길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예수님이 떠오른다. 예수님만큼 희생하고 헌신한 분, 밟히신 분이 또 있을까. 그래서 예수님은 최고의 길이다. 그리고 또 예수님처럼 자기를 희생하는 이들, 그들도 길이 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람과 신을 이어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종교에만 있지 않다. 사회 어느 모퉁이에서 누군가를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는 사람, 그들이 바로 길이고, 그런 앞선 이를 따라 가는 사람들 또한 길이 되고 있다. 이 시대 우리에게 참된 길이 많아져야 한다. 생명력을 잃은, 심지어 파괴적인 고속도로, 아스팔트 길이 아닌 울퉁불퉁하고 흙이 날리고,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는 그런 길, 살아있는 길이 필요하다. 사람도 동물들도 식물들도 품을 수 있는 길이 필요하다.
까미노에서 만나는 길 가운데 가장 힘든 길은 내리막길인데, 또 만나고 싶지 않은 길이 아스팔트로 단단히 덮힌 길이다. 순례자들은 대개 바닥이 딱딱한 등산화나 트레킹화를 신기 때문에 아스팔트길을 걷게 되면 발에 불이 나는 것 같다. 자연에게나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은, 죽은 길이 포장된 길이다. 그런 길을 편하고 좋다고 여기는 시대, 함께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201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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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한 장 의지해 길을 나섰다.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나 자신의 판단에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날도 덥고 발을 내 디딜 때마다 먼지만 날리고, 지나가는 사람도 오토바이도 없었다. 

발도 무거워지고, 신발 속으로 들어오는 작은 돌맹이들은 발다닥을 콕콕 찌르며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지도에서 본 그 길이 맞나? 아~ 나는 늘 이런다니까. 

방향감각에 대한 이 망할 자신감이 늘 화를 부른다고. 스스로 자책하며, 또 투덜거리며 길을 걷고 있을 때... 성큼성큼 나를 앞질러 가는 이가 있다. 

어! 하는 순간 '안녕!'하며 환한 미소로 인사한 그는 벌써 저만치 앞장서 있다. 

이 길이 맞나보다. 조금만 더 가면 될까? 하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앞선 사람의 존재, 그 얼마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지. 

그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지만, 나는 계속 그 길을 갈 수 있었다. 

이미 누군가 그 길을 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나는 늘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 왔는 지도 모른다. 

별 고민 없이 누군가 이미 걸어간, 또 걸어가고 있는 그 길을 걸어왔다. 

동시에 내 뒤를 걸을 누군가에겐 또 내가 앞 선 사람이 되겠지.

그럼...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보다 앞 선 사람은 또 올바른 길을 가고 있었던 것일까.

그 후 나를 앞서간 사람을 다시 보지 못했다. 두 시간을 헤메며 숲의 끝가지 갔지만 그는 없었다. 

뒤돌아 두 시간을 나오는 중간 중간 또다른 '나'를 만나며 나는 그 길의 끝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그들은 나를 앞선 사람으로 여기고 안도하며 그 길로 더 깊숙히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도 나를 다시 보지 못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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