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8.~19. ABC트레킹 둘째~셋째날

킴롱콜라(1,715)


대부분의 롯지들이 길에 인접해 있다.

킴롱콜라에도 두 롯지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나는 아래쪽에 있는 롯지에 묵었다. 

나야풀에서 간드룩, 간드룩에서 킴롱콜라까지 오면서 

세 자매 외에 트레커를 거의 보지 못한 것으로 대변되듯 

이 작은 롯지에 묶는 이는 나 뿐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간드룩 코스보다는 란드룩 쪽 코스를 선호해서 그랬던 것 같다.

두 길이 합류하는 촘롱부터는 심심치 않게 트레커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킴롱콜라의 오후, 그리고 저녁은 쓸쓸함 그 자체였다.

몸도 마음도 약해졌는데, 홀로 보내는 공간은 적막감에 더 춥게 느껴졌다.

온수가 나오지 않아 빨래도 못하고, 대충 행궈서 널어놓고,

저녁 시간 전에 불편한 잠을 청했다. 

두어 시간 후 움추린 몸으로 겨우 나가서는 몇 가지 음식을 시켰는데, 

제대로 먹지 못하고 디저트로 시킨 쌀푸딩을 단맛으로 겨우 먹었다.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젊은 주인이 걱정어린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따듯하게 푹 자면 괜찮아질 거라고 한 마디 건낸다.

숙소는 따듯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없고, 난로라도 하나 넣어주는 것도 아니면서

따듯하게 자라고 하는 말은 비현실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괜찮아질 거라는 말, 힘이되고 위로가 되는 말이었는 지 모른다.

말뿐이긴 했지만, 얼마나 고마웠는 지.

어쩌면 그 말 때문에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품게 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촘롱으로 향하는 길에 내려다 본 킴롱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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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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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8. ABC트레킹 둘째날

간드룩(1,940m)-쿰롱단다(2,210)-킴롱콜라(1,500)-촘롱(2,170)


소소한 즐거움도 잠시, 결정적인 문제가 활화산처럼 폭발을 했다.

쿰롱단다에서 킴롱콜라로 내려가면서 몸 속에 세력을 키우던 감기 기운이 극에 달했다.

기운이 없어지니 다리도 떨리고 몸도 마음도 무너졌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걸어야 하는 건가 깊은 회의에 절망감마져 들었다.


등산에서도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더 주의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짓누르는 짐의 무게에 저항하며, 풀린 다리가 접히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야 했다.

한 발 한 발에 엄청난 중력이 느껴졌고, 설상가상 오른쪽 스틱도 말썽을 부렸다.

 

겨우 강까지 내려왔는데, 다리로 가는 길에 돌담이 쌓여 있어 잠시 멈춰 섰다.
돌담 옆에 조그만 공간이 있긴한데, 지나갈 수 있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뒤에서 잡아 끄는 것 같은 배낭에,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배고픔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물이 많지 않아 만들어진 강바닥의 길을 따라 강을 건넜다.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앉았는데, 멀리서 세 자매가 다리로 건너며 사진을 찍고 있는 거다.

힘들게 건너온 강의 길이 다시 떠오르면서 힘이 쭉 빠졌고, 

다시 강뚝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왜 그리 가파른지, 한심해서 눈으로만 오르며 숨을 몰아쉬었다.

세 자매가 오기 전에 후들거리를 다리를 끌고 겨우 오르고 올랐다.

 

이 때 정말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목적지인 촘롱까지 갈 것인가 여기서 중단할 것인가.

중단한다는 것은 되돌아간다는것까지 포함한 결정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럼 뭐하러 내리막길을 내려와서 또 오르는 수고를 앞에 둔 것인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원망도 가중됐다.

문제는 목적지 촘롱은 킴롱콜라에서 '급격한 오르막' 2시간을 더 가야한다는 것.

도저히 더 갈 수 없다는 판단에 일단 킴롱콜라에서 예정에 없던 숙박을 결정했다.

어차피 여행은 변수의 연속인것이니 그럴 수 있는 것이라 합리화를 하며.

한정된 기간 촘촘히 짜여진 일정으로 온 여정이라 전체 일정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도 걱정도 되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온수가 나오냐는 물음을 던지며 결국 킴롱콜라에 짐을 풀었다.

역시 뜨거운 태양빛과 달리 숙소에서는 한기가 느껴졌다.

그래도 온수가 나온다고 하니 위안을 삼을밖에.

일단 허기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피자와 음료를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데 밖에 세 자매가 도착했고, 잠시 앉아 쉬다가 다시 출발을 하는 것이 보였다.

식당에서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선뜻 인사를 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데 그 때는 자존심도 상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배는 고팠는데 막상 음식을 먹으려니 입맛이 없어서 몇 조각 먹다가 내려 놓고 말았다.

따듯한 음료를 다 마시고 씻기위한 준비를 해서 샤워장 겸 화장실로 갔다.

그런데 아까 잘 될 거라고 했던 온수기가 고장이어서 온수는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너무 기가 막히고 힘이 빠져서 주방에 가서 허탈한 표정으로 온수 얘기를 하니

그제서야 고장이라고 한다. 아까는 온수가 된다고 해놓고, 참 대책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나마 주인 아저씨가 미안해 하며 따듯한 물을 한 통 준비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받아온 온수에 찬물을 섞어가며 작은 바가지로 궁색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의도치 않게 일찍 도착한 두번째 롯지,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포기했다는 절망감에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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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8. ABC트레킹 둘째날

간드룩(1,940m)-쿰롱단다(2,210)-킴롱콜라(1,715)


배운다는 것은 변화를 위한 것이니 배우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내가 가져왔던 생활습관을 버려야 할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것을 익혀야 할 수도 있으니까.

그 배움을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번번이 실패를 맛봐왔지 않나.

걸어보지 않은 길을 걷고, 나와 전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며 힘겨워하고 있으니

지금 난 더없이 훌륭한 배움의 길에 있는 것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향한 걸음이 힘겨울수록, 혹독할수록 더 큰 배움을 안겨주는 것이 아닐까.

온 몸으로 저항하고 있음에도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새로운 길을 간다.

힘들고 아프고 앞길을 예측할 수 없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니 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수업을 받는 것이다.


간드룩을 벗어나는 길은 비교적 수월했다.

계단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돌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간드룩의 좁은 골목들을 지났고,

약간의 오르막과 긴 내리막이 이어져 있어 큰 어려움 없이 걸었다.

바로 담 넘어에서 웃으며 나마스떼 인사를 전하는 아이들이 있어 힘낼 수 있었다.

하지만 길은 다시 오르막으로 접어 들었고, 산모퉁이로 돌아서 난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땐 자동적으로 뒤를 돌아보며 걸었다.


쿰롱단다로 향하는 오르막길 중간쯤에서 작은 체구의 젊은(어린) 동양인 여성들이 짐을 내려놓고 쉬고 있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깊은 숨을 뱉어내며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을 만나게 되도 언어문제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것을 염려해서 

간단히 인사만 하고 지나치는 것이 보통인데, 힘이 들어서 더 갈 수 없어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네팔 현지인들이었고, 세 명이 자매지간이라고 했다.

처음엔 잘 못 알아들어서 내려가는 중인 줄 알고 좋겠다고 했는데,

짐을 들고 앞서 걷는 것을 보고 미소가 절로 나왔다.

어디서 왔냐, 어디까지 가냐 등등 기본적인 정보를 대충 공유하긴 했는데, 정말 대충했다.

일회성의 만남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며칠 후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재회했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아주 중요한 사이가 되었다.

이들과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는 여정 또한 배움의 시간이었고,

마치 뒷산에 온 것처럼 걷는 그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내 모습에서

여러가지 생각하게 했으니 또 스승이 아닐 수 없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오르고 내리며 적적한 길에 길벗이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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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7.~18. ABC트레킹 첫째날~둘째날

간드룩(1,940m)


몸살 기운이 있기는 했지만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버틸만 하다고 여겼다.

해가 지는 시간에 접어들면서 한기를 느꼈지만 그것도 기온이 낮은 탓인줄로만 알았다.

얼마나 힘겹게 올랐든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고,부족하나마 온수도 나오고 

손에 잡힐듯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등 히말라야 산맥의 봉우리들의 그 빼어난 풍광을 보고 있으니 뭐가 문제인가 싶었다. 

안나푸르나로 향하는 길에서 3대 뷰포인트 중 하나인 간드룩에 있는 것이니 더더욱.

뒤늦게 도착한 네팔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폼잡는 모습도 알게모르게 크게 위안을 주었다.


저녁은 7시정도에 가능했다.

주방에서 한참이나 요리를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정작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은 나 혼자 뿐이었다.

단체 손님들은 객실에서 먹는 지, 아니면 자신들이 준비한 것을 먹는 지 알 수 없었다.

점심은 볶음밥 종류를 먹었으니, 첫 롯지에서의 식사는 네팔 전통 음식을 먹고싶었다.

한국사람이 먹기에도 무난하다는 그 달밧을 주문했다.

 


아마 간드룩에서 본 달밧이 가장 정갈하게 담겨서 나온 것 같다.

이후에 다시 먹지는 않았지만, 현지인들이 먹는 것을 보니 이렇게 깔끔하게 담겨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무튼 처음 대면한 달밧!

닭고기가 들어있는 카레는 얼마나 자극적인지

한술 뜨고 혀를 찼던 마늘녹두죽이 순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블로그들에서 먹을만 하다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입맛을 가진 것인지 궁급했다.

이후에도 한국사람들 중에 달밧을 주문해서 먹는 이들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독특한 카레 맛 때문에 다른 음식들까지도 먹지 못하는 경우는 봤다.

아무튼 몸상태처럼 입안 상태도 좋지 않아서 맛을 온전히 느끼지는 못했지만

한 번으로 족한 달밧과의 첫 만남을 갖고 간드룩에서 트레킹 첫날 밤을 보냈다.


한국의 겨울처럼 기온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실내 온도가 10도 이하로 떨어지는데 난방이 되지 않으니 더 춥게 느껴졌다.

좁은 침낭 안에서 불편한 잠을 자니, 상쾌한 아침을 맞기 어려웠다.

다행히 이른 시간부터 비추는 따듯한 햇빛 덕분에 찌뿌둥한 몸이 기지개를 켤 수 있었다.

몸도 덥혀주고, 마르지 않은 옷가지들을 순식간에 말려주었으니.

그리고 어제 저녁과는 또다른 자태로 맞아주는 히말라야가 있어 또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아~ 저기로 가고 있구나 싶어 그져 신기함에 한참을 멍하니 바라만 봤다.

 

 

안나푸르나 남봉

 

마차푸차레

 

 

아침으로 먹은 구릉빵. 안나푸르나 지역에 거주하는 구릉족의 전통 빵이라고 한다.

 

롯지의 꼬마인데, 사진보다 훨씬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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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7. ABC트레킹 첫째날

포카라(850m)-나야풀(1,070m)-사울리바자르(1,220m)-킴채(1,640m)-간드룩(1,940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에 깔린 돌계단들,

아마도 이 계단들에게 입이 있다면 할 말이 참 많을 거다.

자신들이 뭘 잘못했기에 밟을 때마다 이러쿵저러쿵 하느냐고 말이다.

쉼없이 지나가는 트레커들이 쏟아내는 불평에 억울함을 토로할 것이 분명하다.


계단이 왜 만들어졌을까? 결국 사람들을 위해서 사람들의 수고로 만들어진 것이다.
비탈진 길에 돌로 가지런히 계단을 만들어 오르내림에 편리를 도모한 것인데
너무 가파르다고, 너무 많다고 투덜대는 말들을 들어야 하니 기막힌 일이다.
그러니까 트레커들은 불평할 자격도 없거니와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
한 두 번 다녀가면서 주제도 모르고 떠드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계단 문제는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힘들고 아픈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만큼 무리가 될 정도로 걸은 내 책임이고, 그만큼 걸을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가지 않은 내 책임이고, 몸 관리를 잘 못해서 상태가 안 좋은 내 책임이다.
간드룩을 얼마 남기지 않았을 때는 무릎이 아파서 한 발짝도 더 나갈 수 없어 주저 앉아야 했으니 할 말이 없다.
까미노에서도 첫 날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듯이 히말라야에서도 그런 것인가 싶으면서도
더 걷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 심신이 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겨우겨우 간드룩의 입구에 다다라 너무 기뻐하며 사진을 찍으며 행복해 했는데,
기쁨도 잠시, 끝나지 않은 오르막길에 또다시 얼마간 더 투덜거리고 말았다. 
더구나 반팔반바지 차림의 서양인 남성 둘이 계단을 뛰어오르며 지나쳐 가는데
억눌러 왔던 감정이 폭발했다.
포터들이 지나쳐 가는 것도 괜찮고, 당나귀나 말이 지나쳐 가는 것도 괜찮았는데
그들의 모습은 속을 확 뒤집어 놓았다. 

아무튼 그렇게 가이드북에 있는 소요시간에 틀림없이 4:30경에 롯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비록 죽을동 살동 올랐지만, 간드룩에서 눈에 들어오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봉우리들은 모든 시름을 확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아직은 멀리 있지만, 저 곳을 향해 출발했고, 한 고비를 넘겼다는 뿌듯함에 벅찬 저녁이었다.

 

 

 

 

 

 

 

ABC트레킹의 첫 숙소인 간드룩 Peaceful Lodge.

 

간드룩의 저녁, 멀리 보이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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