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7. ABC트레킹 첫째날

포카라(850m)-나야풀(1,070m)-사울리바자르(1,220m)-킴채(1,640m)-간드룩(1,940m)



사울리바자르에서 킴채, 다시 킴채에서 간드룩 구간을 가이드북은 '급격한 오르막'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 급격하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직접 보고, 걸어보기 전엔 미처 몰랐다.

글로 읽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 사이의 간격이 얼마나 큰 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사울리바자르에서 식사하며 잠시의 휴식 시간을 갖고

이제까지 걸어온 것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길을 따라 걸었다.

초반 약간의 오르막과 계단을 오를 때까지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조차 못했다.

작은 다리를 건너서 조금 더 갔을 때, 드디어 그 놈을 보고야 말았다.

이게! 이게! 계단인가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뒤로 넘어지지 않고 잘 오를 수 있을까 싶었지만 

멈출 수 없어 한 발 한 발 내 디디며 스틱에 의지해 올랐다.

등에 짊어지고 있는 짐도 짓눌렀지만, 감기로 인해 좋지 않은 몸상태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솔직히 무척 당황했고, 상심이 되기도 했다. 

첫날부터 마음 상태가 바닥인데, 무슨 트레킹을 하겠다는 것인지 한숨이 나왔다.

첫 계단의 중간 정도 올랐을 때, 위에서 젊은 서양인 여성들이 달리듯이 내려왔다.

'하이~'하고 인사를 주고받을 틈도 없이 지나쳐 가버린다.

빨리 내려갈 수 있는 것도 부러웠지만, 내려가고 있다는 것은 한참이나 뒤돌아보게 했다.

나도 저들처럼 내려 갈 수 있을까, 그 날이 오기나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으니.

그 때 내 마음이 얼마나 참담했는 지.


그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집들이 나타나고 가로지르는 도로도 나타났다.

잠시 눈이 마주친 현지인 아주머니는 전혀 표정이 없다.

밝게 인사만 해주었어도 힘이 났을테지만, 그 분에게 그럴 의무는 없는 것이니 탓할 순 없었다.

지도를 보니 도로를 따라가면 지그재그로 돌고돌아 수월하게 올라 갈 수 있을 같았다.

그러나 트레커의 길은 그 길이 아니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계단이었다.

살짝 갈등을 하긴 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나는 트레커이지 자동차가 아니니까. 자존심이 있지.ㅠ


그렇게 사울리 바자르를 출발해 킴채를 지나 간드룩까지 장장 3시간 반 동안 걸었다.

사울리 바자르에서 보면 700미터, 나야풀에서 보면 900미터 가까운 높이를 올랐으니

단순히 걸은 것이 아니라 올랐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트레킹 첫 날 노포터 노가이드에 가파른 길을 오르며 도대체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었지만,

내 발로 왔다는 것, 누구도 갔다 오라고 등떠밀지 않았다는 것만 명확해질 뿐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고통스러운 여정이라 하더라도 불평은 내가 선택할 감정이 아니었다.

 

 

이 정도 계단은 (좀 과장하면) 거의 평지라 할 수 있다. 

 

 

힘든 가운데도 멀리 보이는 설산은 가슴을 띄게 만들었다.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