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6. 포카라


여행을 하면서 은근히 고집을 부릴 때가 있다.

웬만하면 걸어서 이동하려고 하는 것인데, 

나 혼자서 충분히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쓸데없이 택시에 돈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강박 때문이다.

문제는 몸이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ACAP Permit & TIMS Counter로 가려고 했는데, 

지도어플에 Tims Office를 검색하고 건성으로 확인하고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성큼성큼 한참을 가서는 사설 여행사인 것을 확인하고는 힘이 죽~ 빠졌다.

자유여행에 일각연이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종종 경험하는 건성건성의 댓가다.

지도어플로 꼼꼼하게 확인하고 다시 온 길을 되짚어가는데 얼마나 낙심이 되고 지치던지.

함께하는 이가 없는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힘든 것을 아니 대놓고 불평은 못하지만, 한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투어리스트 버스 파크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있는 곳을 엉뚱한 곳으로 한참이나 갔다.

공항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걸어가도 된다는 정보를 갖고 있었으면서 한 헛걸음이었다.



그렇게 겨우 찾아간 ACAP Permit & TIMS Counter에서 또 어리버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퍼밋을 먼저 받고 팀스를 받아야 하는데, 팀스 카운터에 갔다가 저~쪽으로 가라는 손짓에 

퍼밋 카운터로 이동해서 서류작업을 다 하고는 달러를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ATM에 갔다가 고장났다고 하고, 또 환전하려고 사거리까지 진땀을 흘리며 다녀오고. 

왜 이리 낑낑거리며 일을 진행하는지. 

꼼꼼하게 위치를 확인하고, 미리 넉넉히 환전을 해 두고, 

또 혹시나 하는 마음보다는 준비하는 태도를 가졌더라면 허둥지둥 하지는 않았을 거다.

팀스를 만들며 노 가이드, 노 포터를 외치는데 스스로에게 확신이 들지 않았다. 

몸 상태도 안 좋고, 얼빠진 것 같은 자신의 모습에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으니.

어렵사리 퍼밋과 팀스*를 만들고는 스스로 해 냈다는 뿌듯함을 안고 숙소를 찾아 출발했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 한 번 당해 놓고서는 다시 반복하는 어리석은 인간, 나다.

그 정도면 택시라도 잡아타고 갈만 한데, 또 그냥 낑낑대며 걷는다.

무릎, 허리, 등줄기에서 신호가 오는데 마치 잘 아는 길을 걷는양 힘찬(?) 모습으로.

그러면서 깨닫는다. 숙소를 잡아 놓지도, 어디로 갈 지도 정하지 않았다는 것.

급하게 인터넷을 검색하여 뜨는 숙소들.

아직 리버사이드의 남쪽 초입인데, 거의 북쪽에 위치한 곳들(예를들어 윈드풀 같은 숙소)이 뜬다.

간다, 내가 걸어서 가고야 말 거다 하며 택시의 유혹을 뿌리치며 걷는다, 계속 걷는다. 

결국 리버사이드의 중간쯤 가서 멈추었다. 더이상 걸을 수 없는 상태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급하게 아고다를 검색해 후기가 괜찮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인접한 곳으로 정하고 들어갔다.

카트만두의 기억을 상기하며 한 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히팅이 되는 곳!


계획대로라면 내일부터 ABC트레킹이 시작되는데, 지금 이 상태로 가능할까 의구심이 더 깊어졌다.

쿤밍과 카트만두에서 다운된 몸 상태는 더 나빠지고 있고, 

네팔에서 두번째 날을 보내면서도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마음 역시 불안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내일 출발할 수 있을까? 난 준비된 것인가? 


*퍼밋 2,260루피, 팀스 2,000루피. 

 달러는 받지 않음. 자료에 '20불' 이런식으로 안내하고 있어서 헷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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