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7. ABC트레킹 첫째날

포카라(850m)-나야풀(1,070m)-사울리바자르-킴채-간드룩(1,940m)


호텔 조식을 간단히 먹고 짐을 단단히 챙기고 길을 나섰다.

아직은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

지금 내 상태가 트레킹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준비한 것들은 적절한 것일지,

노포터로 올라가는 것이 잘한 선택인지... 그 어떤 것도.

ABC트레킹의 출발점인 나야풀로 가는 교통수단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로 '일단' 호텔을 나섰다.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걸어서 가려고 할 만도 한데

머리 속이 하얀 상태로 나선 길이다.

전날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글들을 봤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탓도 있다.

전적으로 내 상태의 문제였다. 몸과 마음이 풀어져서 뭘 제대로 해낼 수 없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한산한 도로를 신기한 눈으로 살피며 걷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반대편에 정차하고 있는 택시의 기사가 손짓을 한다.

나야풀로 간다고 하니 어서 오라고 반긴다. 그리고 1,800이라고 착한 가격을 부른다.

보통 2,500 전후라고 알고 있었고, 약간 늦은 출발이기도 해서 망설임없이 바로 올라탔다.

나야풀에 도착하기 전부터 흥정으로 피로감을 높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트만두와는 달리 깔끔하게 닦인 시내의 도로를 달리던 택시는 좌회전을 해서 좁고 꼬불꼬불한 오르막길로 들어선다.

기사가 경찰이 어떻다고 얘기를 하는데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암튼 길이 달라진다고 해서 비용이 더 드는 것은 아니니 기사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좁아서 다른 차와 교행 할 때는 정말 아찔했고, 움푹 파여서 차가 들썩거리기를 여러 번

도로 정비하면서 공사중인 구간은 또 먼지 구간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 여를 달려 나야풀 입구에 있는 식당 앞에 도착했다.

드디어 출발이구나. 배낭을 메고 스틱을 잡았지만 전혀 실감나지 않았다. 

 

2,000루피를 주니 거스름돈을 팁으로 달란다. 그래, 내가 지금 정신이 없으니 좋다.

내려와서도 자신에게 연락해 달라고 해서 전화번호도 받았다. 암튼 내가 정신이 없으니 좋다.


배낭을 메고 스틱을 짚으며 걸으니 마치 까미노를 걷고 있는 착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나야풀을 가로지르며 걷는데 공중에 붕 뜬 기분이었다.

내 상태가 그랬다. 정상이 아니었다.

팀스 확인받고, 다리 건너 비레탄티Birethanti에서 퍼밋 확인받고, 거의 평지 수준의 길을 멍하게 걸었다.

춥다는 1월의 햇살은 따가웠다. 흐르는 땀에 내가 지금 적절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앞뒤로 아무도 없는 길을 걷는 것이 발걸음을 더 무겁게 했다.

비수기라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잘 모르겠다.


점심을 먹을 예정인 사울리바자르Syauli Bazar에 정오가 되어 도착했다.

내려가는 중인지 오르는 중인지 서양인들 몇 명이 식사를 하고 있는 식당을 지나 

텅 빈 식당에 들어가 간단히 식사 주문을 하고 땀에 젖은 옷을 벗고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볶음밥과 바나나가 들어간 후식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밥요리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했다.

삼분의 일은 남기고, 후식은 클리어 하고는 물을 병에 나누어 담고 길을 나섰다.

식사 중일 때 도착한 현지인들이 큰 눈으로 시선을 주는데, 내가 특이한 점이 있나 싶었다.

아마도 그들은 대부분 포터나 가이드들이었던 것 같다.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난 그저 출발점에 선 초보 트레커였으니.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