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6. 포카라


포카라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다.

미비한 트레킹을 장비를 대여하거나 구입하는 것.

가장 필요한 것이 침낭*이다. 무겁고 부피가 커서 현지에서 조달하려고 미뤄왔던 준비물이다.

그러나 여기서 예기치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아웃도어 상점마다 장비 랜탈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침낭을 물으면 고개를 젓는다. 

그러다 한 가게에서 대여용이라고 꺼내 보여주는데, 냄새나고 더러워 도저히 건네 받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구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비교적 저렴하고 ABC트레킹에서 문제가 없을만한 것을 받아들였다. 

좀더 발품을 팔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계속 찜찜했지만,

잠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체취에 찝찝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카트만두에서는 마치 홀린 것처럼 현지인 식당을 찾아갔었고,

그래서 부족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포카라에서는 한국식당이 눈에 확확 들어왔다.

대부분의 것에 낯설음이 가시지 않으니 식사라도 편하게 하고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한국식으로 밑반찬이 네다섯 개가 나오고 김치찌개가 나오니 긴장이 확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거야~' 하면서도 한국을 떠난지 이틀만에 한국음식에 끌리고 있는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하지만 이틀이 두 주 같이 무겁게 누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칼칼한 한식으로 위장을 채우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여전했지만, 내일부터는 계획대로 갈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에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숙소*, 히팅이 된다는 말에 선택했다.

체크인을 하며 받아든 리모콘이 얼마나 반가웠는 지 모른다.

씻으려고 미리 실내를 따듯하게 하려고 온풍기를 틀었는데... 앞에 서 있을 때만 따듯하다.ㅠㅠ

실내 전체의 온도에는 그리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휴~ 그렇지 뭐, 이 가격대의 숙소가 얼마나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에 위안하며 내일을 위한 쉼의 공간으로 받아들였다.

무료조식도 제공하니 아침까지 걱정없이 잠을 청한다.

계획대로 내일 아침 일찍 이 호텔을 나설 것이니. 


*침낭, 짝퉁 노스페이스-10도, 64달러, ABC트레킹에서 전혀 문제없이 따듯하게 사용함.

*숙소, Kotee Home Hotel, 1박 조식포함 2,200, 추천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괜찮았음.


 

 

조식을 먹으려고 레스토랑에 앉았는데, 군인들이 줄지어 구보를 한다.

포카라에서 군인들의 행렬을 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별난 구경거리였다.

 

포카라는 히말라야가 품고있는 도시이다. 어디서든 히말라야 설산을 볼 수 있다.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