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8. ABC트레킹 둘째날

간드룩(1,940m)-쿰롱단다(2,210)-킴롱콜라(1,500)-촘롱(2,170)


소소한 즐거움도 잠시, 결정적인 문제가 활화산처럼 폭발을 했다.

쿰롱단다에서 킴롱콜라로 내려가면서 몸 속에 세력을 키우던 감기 기운이 극에 달했다.

기운이 없어지니 다리도 떨리고 몸도 마음도 무너졌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걸어야 하는 건가 깊은 회의에 절망감마져 들었다.


등산에서도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 더 주의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짓누르는 짐의 무게에 저항하며, 풀린 다리가 접히지 않도록 안간힘을 써야 했다.

한 발 한 발에 엄청난 중력이 느껴졌고, 설상가상 오른쪽 스틱도 말썽을 부렸다.

 

겨우 강까지 내려왔는데, 다리로 가는 길에 돌담이 쌓여 있어 잠시 멈춰 섰다.
돌담 옆에 조그만 공간이 있긴한데, 지나갈 수 있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뒤에서 잡아 끄는 것 같은 배낭에,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배고픔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물이 많지 않아 만들어진 강바닥의 길을 따라 강을 건넜다.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앉았는데, 멀리서 세 자매가 다리로 건너며 사진을 찍고 있는 거다.

힘들게 건너온 강의 길이 다시 떠오르면서 힘이 쭉 빠졌고, 

다시 강뚝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왜 그리 가파른지, 한심해서 눈으로만 오르며 숨을 몰아쉬었다.

세 자매가 오기 전에 후들거리를 다리를 끌고 겨우 오르고 올랐다.

 

이 때 정말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목적지인 촘롱까지 갈 것인가 여기서 중단할 것인가.

중단한다는 것은 되돌아간다는것까지 포함한 결정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럼 뭐하러 내리막길을 내려와서 또 오르는 수고를 앞에 둔 것인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원망도 가중됐다.

문제는 목적지 촘롱은 킴롱콜라에서 '급격한 오르막' 2시간을 더 가야한다는 것.

도저히 더 갈 수 없다는 판단에 일단 킴롱콜라에서 예정에 없던 숙박을 결정했다.

어차피 여행은 변수의 연속인것이니 그럴 수 있는 것이라 합리화를 하며.

한정된 기간 촘촘히 짜여진 일정으로 온 여정이라 전체 일정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도 걱정도 되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온수가 나오냐는 물음을 던지며 결국 킴롱콜라에 짐을 풀었다.

역시 뜨거운 태양빛과 달리 숙소에서는 한기가 느껴졌다.

그래도 온수가 나온다고 하니 위안을 삼을밖에.

일단 허기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피자와 음료를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데 밖에 세 자매가 도착했고, 잠시 앉아 쉬다가 다시 출발을 하는 것이 보였다.

식당에서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선뜻 인사를 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데 그 때는 자존심도 상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배는 고팠는데 막상 음식을 먹으려니 입맛이 없어서 몇 조각 먹다가 내려 놓고 말았다.

따듯한 음료를 다 마시고 씻기위한 준비를 해서 샤워장 겸 화장실로 갔다.

그런데 아까 잘 될 거라고 했던 온수기가 고장이어서 온수는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너무 기가 막히고 힘이 빠져서 주방에 가서 허탈한 표정으로 온수 얘기를 하니

그제서야 고장이라고 한다. 아까는 온수가 된다고 해놓고, 참 대책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나마 주인 아저씨가 미안해 하며 따듯한 물을 한 통 준비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받아온 온수에 찬물을 섞어가며 작은 바가지로 궁색한 샤워를 할 수 있었다.

의도치 않게 일찍 도착한 두번째 롯지, 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포기했다는 절망감에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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