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4-26. 포카라

 

택시가 도착한 곳은 윈드풀이라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소 겸 여행사 앞이었다.

함께 한 두 길동무들은 이미 윈드풀의 도움을 받아 트레킹을 시작한 것이라 주인장의 환대를 받았다.

나야 뭐 약간은 서먹하게 첫 인사를 나누고 주변을 살폈다.

이미 트레킹을 마치고 쉬고 있는 사람부터 이제 첫 걸음을 떼야해 긴장 속에 질문을 쏟아내고 있는 이들부터

다양한 필요를 가진 한국 사람들로 북적였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이제까지 그 어떤 곳보다 좋은 환전 환율이었다.

그리고 네팔 여행, 특히 포카라 여행에서 빼놓은 수 없는 패러글라이딩도 예약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도 있었지만, 믿을 수 있는 곳에서 하는 것이 더 우선적 요소가 아닌가.

숙소는 다른 곳을 잡았지만, 환전과 패러글라이딩으로 윈드풀과 인연을 맺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오라는 말에 약간 위축됐고, 절벽같이 생긴 곳에서 뛰어내려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이 더했다.

내 순서가 되어 장비에 몸을 넣고는 몸이 땅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받았다.

하지만 뒤에 안전요원이 있어 알아서 해 줄거고, 나만 타는 것도 아니니 걱정은 기우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몸을 맡겼다.

그리고 시키는대로 뛰어 발을 드는 순간 물흐르듯, 아니 새가 날아오르듯 전체가 붕 떠오른다.

와~하는 탄성과 함께 날으는 내내 감탄의 연속이었다. 예상했던 무서움은 1도 없었다.

포카라여행, 아니 네팔여행의 진수는 역시 패러글라이딩이 아닐까.

바라만 보는 것도 멋있고, 아름답기까지 하지만,

직접 줄에 매달려 바람을 타는 기분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참, 왜 아침을 먹고 오지 말라고 했는 지는 착륙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었다.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비행을 짜릿하게 경험하는 순간에.

 

포카라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음식을 하는 식당이 많고, 특히 한인식당도 곳곳에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난 트레킹 중 허기졌던 속을 포카라 2박3일 동안 내내 한국음식(김치찌개)을 먹었다.

 

 

 

 

 

 

 

 

 

 

 

 

오후엔 산악박물관에 다녀왔다.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지만,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등반가들에 대한 기록물들이었다.

8천미터 이상 14좌를 등반한 한국인 등반가들을 따로 구별해서 전시해 놓은 곳에서는 자연스레 발길이 머물렀다.

 

 

 

 

블로그 이미지

dolsori

,

2018.1.16. 포카라


포카라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다.

미비한 트레킹을 장비를 대여하거나 구입하는 것.

가장 필요한 것이 침낭*이다. 무겁고 부피가 커서 현지에서 조달하려고 미뤄왔던 준비물이다.

그러나 여기서 예기치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아웃도어 상점마다 장비 랜탈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침낭을 물으면 고개를 젓는다. 

그러다 한 가게에서 대여용이라고 꺼내 보여주는데, 냄새나고 더러워 도저히 건네 받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구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비교적 저렴하고 ABC트레킹에서 문제가 없을만한 것을 받아들였다. 

좀더 발품을 팔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계속 찜찜했지만,

잠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체취에 찝찝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카트만두에서는 마치 홀린 것처럼 현지인 식당을 찾아갔었고,

그래서 부족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포카라에서는 한국식당이 눈에 확확 들어왔다.

대부분의 것에 낯설음이 가시지 않으니 식사라도 편하게 하고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한국식으로 밑반찬이 네다섯 개가 나오고 김치찌개가 나오니 긴장이 확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거야~' 하면서도 한국을 떠난지 이틀만에 한국음식에 끌리고 있는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하지만 이틀이 두 주 같이 무겁게 누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칼칼한 한식으로 위장을 채우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여전했지만, 내일부터는 계획대로 갈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에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숙소*, 히팅이 된다는 말에 선택했다.

체크인을 하며 받아든 리모콘이 얼마나 반가웠는 지 모른다.

씻으려고 미리 실내를 따듯하게 하려고 온풍기를 틀었는데... 앞에 서 있을 때만 따듯하다.ㅠㅠ

실내 전체의 온도에는 그리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휴~ 그렇지 뭐, 이 가격대의 숙소가 얼마나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에 위안하며 내일을 위한 쉼의 공간으로 받아들였다.

무료조식도 제공하니 아침까지 걱정없이 잠을 청한다.

계획대로 내일 아침 일찍 이 호텔을 나설 것이니. 


*침낭, 짝퉁 노스페이스-10도, 64달러, ABC트레킹에서 전혀 문제없이 따듯하게 사용함.

*숙소, Kotee Home Hotel, 1박 조식포함 2,200, 추천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괜찮았음.


 

 

조식을 먹으려고 레스토랑에 앉았는데, 군인들이 줄지어 구보를 한다.

포카라에서 군인들의 행렬을 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별난 구경거리였다.

 

포카라는 히말라야가 품고있는 도시이다. 어디서든 히말라야 설산을 볼 수 있다.

블로그 이미지

dolsori

,

2018.1.16. 포카라


여행을 하면서 은근히 고집을 부릴 때가 있다.

웬만하면 걸어서 이동하려고 하는 것인데, 

나 혼자서 충분히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쓸데없이 택시에 돈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강박 때문이다.

문제는 몸이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ACAP Permit & TIMS Counter로 가려고 했는데, 

지도어플에 Tims Office를 검색하고 건성으로 확인하고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성큼성큼 한참을 가서는 사설 여행사인 것을 확인하고는 힘이 죽~ 빠졌다.

자유여행에 일각연이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종종 경험하는 건성건성의 댓가다.

지도어플로 꼼꼼하게 확인하고 다시 온 길을 되짚어가는데 얼마나 낙심이 되고 지치던지.

함께하는 이가 없는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힘든 것을 아니 대놓고 불평은 못하지만, 한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투어리스트 버스 파크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있는 곳을 엉뚱한 곳으로 한참이나 갔다.

공항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걸어가도 된다는 정보를 갖고 있었으면서 한 헛걸음이었다.



그렇게 겨우 찾아간 ACAP Permit & TIMS Counter에서 또 어리버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퍼밋을 먼저 받고 팀스를 받아야 하는데, 팀스 카운터에 갔다가 저~쪽으로 가라는 손짓에 

퍼밋 카운터로 이동해서 서류작업을 다 하고는 달러를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ATM에 갔다가 고장났다고 하고, 또 환전하려고 사거리까지 진땀을 흘리며 다녀오고. 

왜 이리 낑낑거리며 일을 진행하는지. 

꼼꼼하게 위치를 확인하고, 미리 넉넉히 환전을 해 두고, 

또 혹시나 하는 마음보다는 준비하는 태도를 가졌더라면 허둥지둥 하지는 않았을 거다.

팀스를 만들며 노 가이드, 노 포터를 외치는데 스스로에게 확신이 들지 않았다. 

몸 상태도 안 좋고, 얼빠진 것 같은 자신의 모습에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으니.

어렵사리 퍼밋과 팀스*를 만들고는 스스로 해 냈다는 뿌듯함을 안고 숙소를 찾아 출발했다.


숙소를 찾아가는 길, 한 번 당해 놓고서는 다시 반복하는 어리석은 인간, 나다.

그 정도면 택시라도 잡아타고 갈만 한데, 또 그냥 낑낑대며 걷는다.

무릎, 허리, 등줄기에서 신호가 오는데 마치 잘 아는 길을 걷는양 힘찬(?) 모습으로.

그러면서 깨닫는다. 숙소를 잡아 놓지도, 어디로 갈 지도 정하지 않았다는 것.

급하게 인터넷을 검색하여 뜨는 숙소들.

아직 리버사이드의 남쪽 초입인데, 거의 북쪽에 위치한 곳들(예를들어 윈드풀 같은 숙소)이 뜬다.

간다, 내가 걸어서 가고야 말 거다 하며 택시의 유혹을 뿌리치며 걷는다, 계속 걷는다. 

결국 리버사이드의 중간쯤 가서 멈추었다. 더이상 걸을 수 없는 상태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급하게 아고다를 검색해 후기가 괜찮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인접한 곳으로 정하고 들어갔다.

카트만두의 기억을 상기하며 한 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히팅이 되는 곳!


계획대로라면 내일부터 ABC트레킹이 시작되는데, 지금 이 상태로 가능할까 의구심이 더 깊어졌다.

쿤밍과 카트만두에서 다운된 몸 상태는 더 나빠지고 있고, 

네팔에서 두번째 날을 보내면서도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마음 역시 불안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내일 출발할 수 있을까? 난 준비된 것인가? 


*퍼밋 2,260루피, 팀스 2,000루피. 

 달러는 받지 않음. 자료에 '20불' 이런식으로 안내하고 있어서 헷갈림.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