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에피소드1

뚝뚝을 타고 이 곳 저 곳을 돌며 간간히 지나쳐 가는 자전거를 탄 여행자들을 목격했다.

처음 든 생각은 '이 더위에 패달을 돌리며 타는 자전거는 얼마나 힘들까'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라고 못할 것 뭐가 있나.

더구나 가이드북에도 자전거로 가 볼 수 있는 곳 몇 곳을 추천하고 있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자전거를 줄지어 놓은 곳에 가서 얼마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 2달러^^ 오~대박!

물론 자전거의 상태에 따라서 좀 차이는 난다.

암튼 여권 맡기고 하나 빌려서 '자유롭게~' 씨엠립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첫 목적지는 서 바라이. 

앙코르 유적 입장권이 필요없고, 자전거로 가기에 딱 맞는 거리라고 했다.

가이드북의 안내글을 숙지하고, 올드마켓 부근에서 출발해 열심히 패달을 밟았다.

그런데 공항을 지나고 한참을 지났는데도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책의 설명과 비슷한 곳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이런~ 전혀 다른 곳이었다.

하는 수 없이 길 옆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서 바라이를 물었더니 흔쾌히 안내하겠다고 나선다. 

따라 오라고 하더니 둘 다 자전거로 앞서 달리기 시작한다.

산악자전거거 아닌게 분명한데 모레길, 숲길, 돌길을 잘도 달린다.

그리고 얼마 후 큰 호수가 나타났다.

아~ ... 내가 가려고 했던 곳의 반대편에 도달해 있었다. 

이런, 멀리도 와 버렸네 ㅎㅎ

두 친구에게 고맙다고 하고 기념촬영도 하고, 또 미안한 마음에 1달러를 줬던 거 같다.

너무 고마워하면서 환한 미소를 남기고 뒤돌아 내려갔다.


그날 길을 잃어서 고생한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저녁에 알게 됐다.

사오 일을 뚝뚝만 타고 다녀서 햇빛의 강렬함을 간과했던 것이다.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서 자전거를 탔으니, 드러난 곳은 거의 구워졌다고 하면 맞다.

이후로도 몇 달 동안이나 그을린 피부는 원래 빛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려면 일단 햇빛을 잘 가리는 것이 우선이고

목적지에 가는 길을 잘 알아 두고 출발을 하는 것이 좋겠다.



자전거 에피소드2

두번째 갔을 때는 아예 더 멀리 가보기로 했는데,

올드마켓 인근에서 출발해 똔레삽 호수까지 갔다 오기로 했다.

서바래이 가는 길은 일단 6번 국도이고, 나름 길이 이중으로 넒게 닦여 있는데 비해

똔래삽 가는 길은 좁은 왕복 2차로이다.

그래서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도 위험하고, 먼지도 많다.

그래도 장점을 꼽으라면, 길 옆에 바로 붙어서 살고 있는 현지인들의 생활을 생생히 볼 수 있다는 것.


사실 목적지는 똔레삽 보트 매표소를 지나 뚝 위에 형성된 마을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앞에 검문소가 있고 허가받지 않은 외국인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 안에 한국교회의 후원으로 지어진 교회도 있고

다일공동체가 지원해서 만들어진 목재 배를 짓는 조선소가 있기 때문에 보고 싶었는데...

돌아올 때는 에너지가 거의 방전되서

캄보디아에서 인기있는 한국 음료...박카스 캔을 하나 마시고 힘을 내서 돌아왔다.


자전거를 탈 때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박카스 같은 에너지 음료도 하나 정도 챙기면 좋겠다.




자전거 에피소드3

세번째로 최근에 갔을 때는 자전거로 좀 더 지평을 넓혀 보고 싶었다.

앙코르와트에 갔다가 쓰리스랑을 지나 따 프롬까지 가는 것.

뭐 거리로 봤을 때는 그리 무리한 계획도 아니었다.

문제는 전날 자전거를 탈 때부터 이상하게 엉덩이가 무척 아팠다는거다.

더운 것도, 힘든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엉덩이가 아프니까 이건 견디기 쉽지 않았다.

아픈 것을 참으며 계획한 대로 가긴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정말 죽을지경이었다.

지나가는 뚝뚝을 잡아서 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다.


좀 생각을 해봤는데, 자전거가 이전에 탔던 것들이랑 좀 달랐던 것 같다.

서양인들의 체형에 맞추어진 것이었을까.

안장과 손잡이 부분이 너무 멀었던 것 같다(사이클도 아닌데).

그렇다고 핸들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암튼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전거를 고를 때 새 것이냐 헌 것이냐, 또 무슨 기능이 있냐를 보기 전에

내 몸에 맞는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봐야겠다.



세 번의 경험담을 썼는데, 진짜 결론적으로 하고싶은 말은

씨엠립은 자전거로 다니기 안성맞춤인 도시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평지이기 때문에 아주 먼 곳까지는 어렵겠지만, 

서 바라이, 똔레 삽 호수 입구, 앙코르와트, 따 프롬, 롤루오스 등등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는... 여행은 느리게 할 수록 더 좋다는 것!

비행기 보다는 자동차,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뚝뚝), 뚝뚝보다는 자전거, 자전거보다는 걷기.

빠르면 그만큼 놓치는 것이 많다는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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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는 단연 러시아와 중국 사람이다.

그리고 일본, 한국 사람이고, 말레이시아나 인도 사람들도 많다.

러시아나 중국 사람들은 대륙에 살다보니 주로 물이 있는 푸껫 같은 섬이나 해변으로 간다.

그래서 태국의 치앙마이나 라오스의 도시들처럼 내륙이나 앙코르 유적 같은 곳에선 

어떤 한 나라에 쏠리지 않은 비교적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을 만나게 된다.

앙코르 유적에선 서유럽 사람들이 많고, 간간히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온 이들이 있다.

특히 여행지에서 만나는 서양인들에게선 뭔가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여행의 기술', 그들은 무척 잘 단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그들은 일단 많은 준비를 해서 오지 않는다.

옷도 장비도 먹을 것도 가능한 현지에서 조달한다.

그러니 짐은 딱 필요한 것만 가지고 오는 것 같다.

여행을 위해 준비한 짐이 오히려 여행을 방해하는 일이 더 많지 않나.

바리바리 짐보따리 들고, 무거운 카메라 짊어지고 다니는 동양인들(특힌 한국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앞의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렇기도 할텐데

복장이나 가방을 보면 오랜 여행으로 때가 꼬질꼬질한 것을 볼 수 있다.

누구 시선을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여행을 즐긴다.

그래도 미국이나 캐나다 여행자는 외모는 비슷하지만 차림새는 좀 깔끔하다.

여담이지만 가장 젠틀하고 친절한 사람들은 역시 캐나다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 때문인 것 같다.


현지의 로컬 교통 수단을 주로 이용한다.

버스터미널이나 저렴하게 이동하는 지역 버스들 앞에는 여지없이 서양인들이 서 있다.

한국산 중고 버스의 좁은 간격의 의자에 끼어 앉아서도 별로 불평하지 않는다.

여행을 이해하는 관점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

어떤 곳, 어떤 볼거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체의 과정을 여행으로 즐기려는 자세의 차이다.



여행 중 일어나는 예기치 않은 일들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 모든 변수들을 여행의 일부로 여긴다.

아무래도 긴 여행기간을 갖고 와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 사람들은 한 곳에서 일정이 틀어지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지만

이들은 더 머물러야 되면 더 있을 수 있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있다.


가능한 자신들의 몸을 활용하여 경한다.

다양한 엑티비티를 즐기고, 이동할 때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토바이 등을 타면서

어떻게든 길, 바람, 열기를 온 몸으로 만끽하려고 한다.

이 부분에는 나이나 성별이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 대형버스 안에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갖혀서 여행하는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유별나 보일까.


진지하게 경청할 줄 안다.

가이드의 설명을 경청하며 또 진지하게 질문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대한 다른 관광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자세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분위기를 즐긴다.

생각보다 음주를 즐기지 않는다. 

와인 같은 것도 딱 한 두 잔 정도만 먹고 지긋이 길을 주시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푸껫 같은 곳에선 대낮부터 바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을 많이 보게 되지만

캄보디아나 내륙의 도시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숙소의 부대시설을 여유있게 이한다.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여행과 쉼을 적절히 하면서 수영도 하고 비치의자에서 책도 본다.

빡빡한 일정에 짬이 나면 무조건 마사지 샵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한국사람들은 좀처럼 가질 수 없는 그림이다.


흥을 돋우며, 무례하지 않게 친구를 만든다.

즐겨 찾는 식당의 종업원이나 안내하는 가이드 등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으며 편안한 사이가 된다.

뭘 더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코믹한 태도와 유머로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편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이라고 무시하며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해변을 가든 유적을 가든 잠시의 시간이 날 때 책을 꺼내든다.

여행지에서 무슨 책이냐고 하겠지만, 책이라는 것은 마음의 여유를 뜻하고

또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정리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서양인들을 관찰하면서 생각해본 여행의 기술이다.

뭐 겉모습만 보고 잘못 짚은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양인들이 정말 이렇게 하냐 안 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여행의 기술을 가진 여행자가 되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 정리를 해 보았다.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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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앙코르 유적을 보기 위해서이다. 

앙코르 유적, 정말 대단하다. 그냥 대단한 정도가 아니라 놀랍도록 대단하다.

앙코르 유적을 보고나면 웬만한 유적은 눈에도 안들어온다는 단점이 있을 정도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이렇게 놀라운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이름없는 동방의 작은 나라에 말이다.

이 부분 앙코르 유적을 발견한 초기 학자들부터 의문이었다고 하니

이 보잘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겉모습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지나치는 동남아의 가장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그리 작게만 보이진 않는다.


이렇게 놀라운 문명의 흔적을 볼 때 무엇을 보는 것이 가장 잘~ 보는 것이 될까.


12세기 거대 도시였던 앙코르톰의 남문


앙코르톰 안에 있는 바이욘 사원. 3층에 '크메르의 미소'로 일컬어지는 사면상이 인상적이다.


우선은 마치 외계인이 내려와 지었을 것 같은 규모와 정교함에 온통 정신을 빼앗기게 된다. 

어떻게 그 큰 돌들을 날라올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빈틈없이 매끄럽게 쌓아 올릴 수 있었을까?

습지 위에 견고하게 올려 놓을 수 있었을까? 

엄청난 규모의 건물을 그리도 짧은 기간에 완성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또 그 거대한 유적들이 몇 백년을 잊혀질 수 있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경외감으로 변하게 된다.


앙코르와트 중앙 성소. 


또 시간이 만들어 놓은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의 모습이 주는 감동이다.

감동이라고 하니 좀 그런데, 캄보디아가 가진 기후와 식생으로 인해 탄생한

스펑(또는 보리수) 나무와 유적의 파괴적 조화이다.

사실 나무가 완전히 제거되어 복구된 유적보다

여전히 나무 뿌리와 돌들이 뒤엉켜 있는 유적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더 붙잡는다.


꼬 께르 인근에 있는 유적. 나무뿌리 모습에서는 이 곳이 단연 압권이다.


어디 놓치지 않고 봐야하는 것들이 이 정도뿐일까?

실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앙코르와트에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종교와 정치의 밀월이다.

정치권력이 어떻게 종교의 이름을 빌어 사기를 치는지 생생히 보게 하는 곳이 앙코르와트이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종교와 정치의 구분선이 모호하기도 하다.

어디까지가 정치였고, 어디서부터 종교였을까?

정치는 종교적 특성을 가질 때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사실 정교분리의 시대라고 하는 오늘날에도 

정치는 충분히 종교성을 띠고, 종교는 정치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과거에야 얼마나 더 했을까 상상해 볼 수 있다.

앙코르의 흔적과 오늘 정치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몰입하는 대중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 사기극이 얼마가지 않을텐데, 왜 그걸 모르고 열광을 하는 지...

앙코르와트를 보면서 더더욱 확신에 가까운 가설이 하나 떠오른다.

단기적 사기는 정치이고, 장기적 사기는 종교가 아닐까 하는.


앙코르와트 중앙 성소 네 번째 회랑 '천국과 지옥'의 한 장면. 

막대기를 들고 있는 염라대왕 뒤에서 한 말씀 거들고 있는 사람이 앙코르와트의 주인 수리야바르만 2세이다. 


앙코르 유적이 캄보디아에 득일까, 실일까?

짧게 봤을 때는 분명히 득이라 할 수 있겠다.

변변한 산업이 없기 때문에 이 놀라운 관광자원으로 인해 얼마나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나?

캄보디아에 가서 놀라는 것 중 하나는 1달러 이상은 그냥 달러로 통용된다는 것이다.

씨엠립만 그럴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암튼 달러벌이의 차원에서는 이 유적들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길게 보면 캄보디아의 발전을 가장 발목잡는 것이 앙코르 유적이 아닐까 싶다.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서 그냥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때 그건 진보가 아닌 퇴보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좀 우스운 관점이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늘 미래가 아닌 과거만 바라보고 산다고 보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기술을 배우고, 생각을 바꿔 변화를 꿈꿀 필요가 없는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캄보디아이다.

그러니 앙코르 유적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더욱 캄보디아에 실이 될 것이다.


바꽁에서 숨바꼭질을 하면 놀고 있는 현지 아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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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캄보디아 하면 앙코르왓(더 정확히 말하면 앙코를 유적. 앙코르왓은 가장 널리 알려진 사원 하나만을 가리킴)이고, 앙코르왓은 씨엠립이라는 캄보디아의 세번째 도시를 중심으로 돌아 볼 수 있다. 돌아 본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씨엠립을 가려는 계획을 세울 땐 출발 전부터 이 돌아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뭐 단체로 여행사를 끼고 가게 된다면 그런 준비를 할 필요는 없다. 여행사에서 준비한 에어콘 나오는 시원하고 편안한 버스를 이용할테니 말이다. 

자, 이제부터 하고싶은 얘기는 사실 이 편안한 버스를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너무도 편안히 다녀오셨고, 또 그렇게 가려고 하시는 분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서...


씨엠립을 다녀온 이들에게 씨엠립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뭐였냐고 물으면, 아마도 '뚝뚝'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거다. 길 양 옆으로 뚝뚝이와 그 기사들이 죽치고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다 못해 자기의 뚝뚝을 좀 이용해 달라고 애원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말미에 하고, 우선 하려고 하는 얘기는 앙코르 유적 탐방(관광)을 이 뚝뚝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뚝뚝은 오토바이의 뒤에 마주보고 앉은 수 있는 의자가 있는 마차(?) 같은 것을 달아서 만든 이동 수단이다. 내 생각엔 최대 인원이 4명인데, 더 타고 다니는 것도 본 적 있다.


거의 일주일을 함께 했던 따비의 뒷 모습


뚝뚝을 이용하면 좋은 점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일단 뚝뚝을 이용해 돌아다니면 탁트인 시원함을 경험하게 된다. 캄보디아가 연중 기온이 높아 덥지만 달리는 뚝뚝 위에서는 그 더위를 비껴갈 수 있다. 바람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또 뚝뚝을 타고 이동하면 주변 풍광은 물론 지나쳐 가게되는 작은 유적들, 그리고 현지 사람들의 삶의 현장들을 더 가깝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역시 뚝뚝을 이용해 이동하는 다른 관광객들과 눈을 마주칠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관광객이나 현지인 청소년들과도 웃음으로 인사를 나눌 수도 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는 전혀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뚝뚝 위에서는 매 순간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뚝뚝을 이용하라고 강력하게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유독 한국 사람들만(물론 다른 나라도 간혹 있긴 하다. 그리고 중국사람들도 좀 있다.) 더 단체로 커다란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눈에 띄어 어쉬움이 더 컸다.


그럼 아마 가이드 이야기를 할 거 같다. 그런 많은 유적들을 돌아보려면 가이드의 안내와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냐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처음 간 곳에서 가이드가 해 주는 그 장황한 설명, 솔찍히 조금만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그리고 여러명이 서서 설명을 들으면 잘 듣지도 않게 되고, 앙코르왓 회랑에 모여 길을 막고 서서 설명을 듣는 것이 또 얼마나 민폐가 되는 지 모른다. 그 부분 주의가 필요하다. 


난 이 부분에 대해서 공부하고 가라고 충고하고 싶다. 꼭 역사책은 아니더라도 가이드북 좋은 것 구하면 웬만한 가이드 몇 명 보다 낫고, 더 정확한 설명을 담고 있기도 하다. 가이드 설명 듣다보면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과장을 하거나 아예 근거 없는 얘기를 하는 것도 보게 된다. 그러니 가기 전에 공부(예습)하고, 현장에 가서는 그것을 확인하며 감격하는 것이 최상인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앙코르와트 내비게이션](정숙영, 그리고책)이 그래도 좋은 가이드 북인거 같다(본인 이 책과 아무 상관 없음ㅋㅋ). 이거면 예습도 탐방계획 세우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 준비만 잘 되어 있다면, 한국말 잘하는 뚝뚝 기사를 찾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어디어디' 하며 스케줄 전달만 할 수 있으면 누구든 상관이 없는 거다. 그래도 못 미더울 땐 한국말을 잘하는 뚝뚝 기사를 한국에서부터 섭외하고 가면 된다. 인터넷에 '태사랑' 홈페이지를 검색해 들어가서 캄보디아 섹션을 찾으면 뚝뚝 기사들에 대한 이용후기들이 올라와 있는 게시판이 있다. 거기서 마음에 드는 기사를 골라 카톡으로 연락을 하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그러면 현지에 있는 어느 여행사 연결 한 거 보다 안심하고 첫발을 내 디딜 수 있다.


여기서 뚝뚝을 이용할 때 또 하나의 장점이 나왔다. 바로 스케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 그날 그날 가고 싶은 곳을 정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뚝뚝 기사와 논의도 할 수 있다. 참,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뚝뚝 기사는 뚝뚝이 갈 수 있는 곳에만 갈 수 있다. 뚝뚝을 두고 유적 안으로 함께 들어갈 수는 없다. 그러니 뚝뚝을 이용할 때는 만날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고 들어가야 한다. 같이 다닐 수 있는 방법은 뚝뚝 기사 입장권을 끊어주면 되는데... 알다시피 입장료가 비싸기도 하지만, 예습을 잘 했으니 그럴 필요도 없다. 


그리고 또 장점이 하나 더 있는데, 뚝뚝을 이용하면 현지인 한 명은 확실히 친해질 수 있다. 한국말을 잘 하는 기사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인사만 주고 받고 여행과 관련된 정보만 교환하지만, 마칠 때 즈음에는 나라 돌아가는 얘기, 자녀 얘기, 인생 얘기 등 심도있는 대화도 나누게 된다. 이 부분 유적, 환경, 문화 등등과 어울려 여행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돌아와서도 가끔 카톡으로 안부를 물기도 하고, 다른 여행자들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지만, 뚝뚝 기사 중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여행자를 불편하게 하는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건 어떤 일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잘 알아보는 것은 필수이겠다. 태사랑도 괜찮고, 아래 사진을 빌려온 사이트에 가도 뚝뚝 이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있다.


(뚝뚝을 찍은 사진이 없어서 ttearth.com에서 빌려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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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립으로 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태국에서 국경을 넘어서 올 수도 있고, 수도인 프놈펜에서 버스나 비행기로 올 수도 있고, 당연히 비행기는 어느 나라에서든 올 수 있다. 그럴 때 가장 많이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 비자를 받는 일이다. 동남아 나라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유독 입국을 할 때 커미션을 요구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에어아시아 항공편으로 입국하면서 내심 긴장도 하고, 반대로 기대도 했었다. 달러를 요구하면 어떻게 응대를 할까, 절대 돈을 주지 않을 거야 하는 결의를 갖고 있었지만 막상 긴장이 더 앞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정부 관리를 상대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무런 요구가 없다. 참 우스운 광경은 비자 붙이고 싸인하고 도장 찍는 것에 정말 많은 사람이 앉아 있는 거다. 첫 사람이 여권을 받아들고 뭔가를 처리하기 시작해, 한 사람씩 넘기고 넘겨서 마지막 사람에게서 아무런 요구 없이 여권을 받아들었다. 약간은 김이 빠지는 것 같았지만, 상쾌하게 일을 마쳐서 기분은 좋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항공편이어서 그랬나 싶기도 한데, 정확한 건 잘 모르겠다.

씨엠립 공항은 정말 작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짧은 거리를 걸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비자수속 하는 곳이 있고, 거기서 짐 찾는 곳이며 나가는 출구까지 보인다. 작지만 깔끔한 공항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나오면서 핸드폰 유심을 캄보디아 것으로 구입해 끼웠는데, 태국에서처럼 바로 연결도 되지 않는다. 나오기로 한 뚝뚝이 나오지 않고 연락도 안되서, 다른 뚝뚝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아 이런, 비행기가 오전에 내렸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체크인을 하려니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거다. 최소 세 시간은 더 있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짐을 맡겨두고 예정에 없던 씨엠립 시내 구경을 하게 됐다. 문제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면서(6시간 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무척 피곤하고 졸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돌아다니는 것은 포기하고 씨엠립강 주변에 있는 벤치를 찾아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졸수밖에 없었다. 



여행하면서 별 일도 다 경험하는구나 싶을 무렵, 한 현지인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자신이 학교 영어교사를 하다가 그만 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나야 그곳에서 외국인이지만, 영어를 못하기에 위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더 적극적이 된 이 아주머니는 자신의 딸이 한국에 다녀왔고, 한국에 대해서 알고 싶어한다고 같이 가서 얘기를 나눠 줄 수 없겠냐고 요청한다. 너무도 설득력 있는 말로 이야기를 해서 좋다고 해버렸다. 그랬더니 딸에게 점심을 준비해 놓으라고 전화를 한다.

그리곤 자신이 뚝뚝을 싸게 잡을 수 있다고 하면서 한 대를 세우더니 타라고 한다. 뭐 별 의심 없이 함께 갔다. 집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좋았다. 문젠 딸은 보이지 않고 언니와 형부를 소개한다. 형부는 몸에 금붙이가 주렁주렁, 마치 크메르제국의 왕같은 분위기 ㅋㅋ 암튼 환대를 받고 점심식사를 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가 좀 이상하다. 자신이 동생이라고 하면서도 심부름 하고 온 사람처럼 행동한다. 밥도 허겁지겁 먹고 언니와 형부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식사 후에 집 주인 아저씨(형부)가 나를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한다. 그러더니 카드를 죽 펼치더니 능숙하게 모았다 펼쳤다를 반복하다가, 나보고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 그러면 자기가 그 카드를 맞추겠다고. 두세 차례 잘도 맞춘다. 옆에 와서 앉아 있는 그 아주머니도 덩달아 흥을 돋운다. 그러면서 이 사람이 카지노 얘기를 한다. 한국에 강원도에 있지 않냐고 하면서, 결국엔 자기랑 동업을 하자고 하는 거다. 같이 돈을 벌 수 있다고, 원한다면 부르나이 사람이 근처에 와 있는데 불러서 그 사람을 상대로 시험해 볼 수도 있다는 거다.

와~ 대박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돈도 없지만, 관심도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랬더니 한두번 더 권하다가 이전까지 친절했던 표정은 온데 간데 없고, 차갑게 잘 가라고 인사하고 사라진다. 그러자 나를 데리고 온 이 아주머니는 안절부절하더니 빨리 가자고 한다. 아~ 이 인간들이 지금 사기를 치려고 나를 유인해 온 것이구나.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나도 참 둔하다. 집을 나서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이 아주머니 화를 내면서 사진은 왜 찍냐고 한다. 


급하게 나오며 뒤돌아 찍은 것이라 사진이 온전하지는 않다.

순간, 무슨 사진을 찍고 그러냐는 그 아주머니의 약간은 격앙된 음성이 들려서 더는 찍지 못했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돌아오긴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큰 일을 당할뻔 한 것이다. 그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했다면 나라는 사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말이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분들, 그런 일 당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부끄러운 경험담을 나눈다. 재미있는 경험 같지만, 실상은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2013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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