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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땀을 흘리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집 안으로 밀려드는 후덥지근함.
집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기 싫었다.
하지만 내가 뭘 하기 위해 여기 있는가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미 밭으로 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날씨 탓을 하며 집 안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주섬주섬 작업복을 챙겨 입었다.
요즘 우리 집의 주된 일은 제초작업(풀뽑기)이기에 긴 팔 옷을 입었다.
풀숲을 헤치고 나가려면 모기들을 생각지 않을 수 없으니.

작업장은 토방 앞, 그러니까 고추밭 옆이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이미 숲이 되어버려 누가 와도 이곳으로 안내하기가 어렵게 된지 오래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늘 마음에 걸리는 곳이기도 했기에 오늘 작심을 하고 결판을 내기로 했다.

달려들어 작업을 시작하는데,
들고 간 낫도 옆에 던져두고 두 손으로 뽑기 시작했다.
낫으로 베는 것 보다는 할 수만 있다면 뿌리까지 뽑아버리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고,
다행히 비가 많이 온 후라 잘 뽑히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했던 대로 더위였다.
푹푹 찌는 날씨에 풀숲을 마주하고 앉아서 힘을 다해 뽑고 있으니.
흐르기 시작한 땀이 온 몸을 적시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초반에 짜증은 차츰 사라지고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 이게 정말 ‘시원하다’라는 것이구나!’
땀으로 온 몸을 적시며 느끼는 시원함, 그 시원함은 금방 행복함으로 바뀌고 있었다.
찬물로 샤워를 했을 때도 이런 시원함을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옷이 척척 몸에 달라붙었지만 전혀 불쾌하지 않고 신바람까지 났으니,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신기하다.

할 수만 있다면 땀 흘리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나의 천성적 게으름은 그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오늘 내 몸은 땀 흘림의 시원함을 경험하고 말았다.
그래서...

2005.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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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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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2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16. 19:28
오늘도 속리산을 넘어 괴산에 가서 노가다를 했다.
구조물을 철거한 옥상에 방수를 하고,
대문 옆에 흐르는 수로를 콘크리트로 덮는 작업을 했다.
지난번에는 혼자서 작업을 하는 것이라 내 페이스를 따라서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집 주인 아저씨와 목수 한 분이 함께 하셔서 그 분들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는 마치 천 미터 달리기를 하고 들어왔을 때의 그런 상태까지 가게 되어
쪼그리고 앉아서 50대 아저씨들이 일하는 모습을 뻔히 보고 있을 때도 있었다.
내가 이렇게 허약한가 하면서도
그냥 서 있어도 힘든 땡볕아래서 장시간 긴 붓으로 방수액을 바르고,
이런 저런 것들을 들어 나르는 일은 힘이 안 들면 이상한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소위 말해 노가다로 잔뼈가 굵은 분들은 힘 조절을 하면서 넉넉하게 일을 해 가는 것 같다.
나 같은 초보 노가다 꾼은 어디에 어떻게 힘을 줘야하는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맬 수밖에 없었다.

강단에서 설교하면서 땀에 대해서나, 일에 대해서 너무 쉽게 말했던 것 같다.
어쩌면 ‘잘 모르니’ 함부로 말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인아저씨는
‘이런 일도 해 봐야 돼, 그래야 두려움이 없어지거든!’ 하셨다.
맞다.
어떤 일이든 한 번 몸으로 해보면 다음에 해야 할 때 작업에 대한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씀을 들을 때 내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이런 분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는데 장애가 많다.
이제껏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 왔기 때문일 거다.
교회에서 말하는 실천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실천인가?
실천은 바로 이들의 말을 듣는 것,
그래서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닐지.
전혀 다는 세계에 살면서 잠시 한 발짝 들여 놓았다가 서둘러 빼버리는 것이 실천은 아닐 것 같다.
교회 밖에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교회 안으로도 충분히 정신이 없다.

오늘 함께 일했던 목수 아저씨는 장로님이라고 했다.
난 그 분에게 내가 전도사라고 말씀드리지 못했다.

2005.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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