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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6. 카트만두에서 포카라 가기


계획을 세우면서 살짝 고민했다. 비행기로 빨리 갈까, 버스로 느리게 갈까.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나는 느린 여행을 선호하기에 오래 붙들고 있진 않았다.

비행기로 날아가며 히말라야를 더 가깝게 조망할 수도 있겠지만,

차창으로 지나치는 현지인들의 소소한 일상과 삶의 자리를 만나는 것이 

더 흥미로운 일이기에 자연스럽게 버스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결정이었지만, 네팔에서 버스를 탄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일단 한국 같으면 두세 시간이면 갈 만한 거리를 여덟 시간을 간다.

그만큼 차가 속도를 낼 수 없는 여러 조건들이 있다는 의미다.

그래도 차는 빨리 가려고 애를 쓴다. 왕복 2차로이다 보니 앞지르기를 많이 한다.

네팔의 앞지르기는 가히 곡예운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반대 차선을 달릴 때, 그리 빠른 속도로 달리지 않는 것도 조마조마한데다

간발의 차이로 충돌을 피하고 원래 차선으로 돌아오는데 

심장이 쫄깃해 지는 건 나 뿐이었던 것 같다.


길 상태는 또 어떤가.

아스팔트길이긴 한데, 대부분 얇아서 깨지고 움푹 파였다.

특히나 아스팔트 도로는 옆으로 콘크리트로 가이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어

바깥쪽부터 깨져 들어와 어떤 길은 차 한 대 지나갈만큼만 남아 있기도 했다.

그런 길을 요리조리 잘도 지나가는 차들, 기사들의 운전실력에 경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

그런 길에서 반대 차로로의 앞지르기가 더해지니 기막히지 않을 수 있나.

어떤 이는 척추뼈가 다 튀어나오는 경험이었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카트만두 시내도 그랬지만, 포카라로 가는 도로 역시 먼지 투성이였다.

도로 옆에 있는 나무들은 누렇게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광합성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니 그 길 곁에 딱 붙어서 지어진 집들과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처지는 어떨까.

그럼에도 하나같이 얼굴 찌푸린 이들이 없고, 오히려 수없이 지나가는 차들을 주목한다.

지나가며 잠깐 눈이 마주치는데도 아이들은 바로 손을 흔들어 준다.

아무 말도 없이, 그 어떤 만남도 없이 지나치는 버스 안의 외국인에게 보여주는 

그들의 따듯한 마음이 덜컹거리는 버스여행의 피로를 씻어주었다.

 

 

첫번째로 정차한 휴게소와 화장실. 포카라로 가는 투어리스트 버스는 휴게소에 3번 정도 정차한다. 위 사진처럼 볼일도 보고, 간단하게 요기도 할 수 있다. 

 

 

 

 

 

포카라 투어리스트 버스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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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5-16. 카트만두


숙소를 정하는 기준은 단 하나, 따듯한 물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고다를 통해서 이용후기를 검색해 적당한 가격의 숙소를 찾았다.

가격은 1,800루피이고, 따듯한 물이 나오는 싱글룸이었다.

그러나 비용을 지불하고 올라와 짐을 풀면서 알게 됐다.

따듯한 물은 나오지만, 숙소가 너무 춥다는 것을.

숙소 자체에 난방을 위한 설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거다. 할 수 없는 일...

그래도 콸콸 나오는 따듯한 물에 위안 삼으며, 아니 감사하며 네팔에서의 첫날 지친 몸에 쉼의 시간을 가졌다.

어쨌든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았던 따듯한 물 하나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깊이 깨달았다.

이후에도 핫워터를 얼마나 외쳤는 지 모른다.


그렇게 추운 숙소에서 이불과 씨름하고는 포카라로 가기위해 일찍 숙소를 나섰다.

Kanti Path(타멜 인근 도로)에서 오전 7시에 포카라로 가는 투어리스트 버스들이 출발한다.

비수기라서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좋은 자리에 앉아서 가려고 6:30에 맞춰서 나갔다.

끝이 보이지 않게(과장) 도로에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버스를 지날 때마다 눈길을 주고, 붙잡으려고 하지만 소신껏 버스를 고른다.

아무래도 비교적 외관이 깔끔한 버스를 골라 흥정을 하고 올라탔다.

타고 보니 내부는 거기서 거기 같다.

여행사가 아닌 직접 지불을 해서인지 좀 더 친절하게 자리로 안내해 주는 것 같다.

아마도 내 착각일 수 있겠지만, 그랬을 거 같다. 700루피나 줬으니 그랬어야 했다!


낮설지만 낯설지 않은 풍경들. 동남아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그런 친숙한 모습들이 눈길을 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길이다. 

한 나라 수도의 길이 어떻게 이리 엉망일 수 있을까.

공사 중인 것인지, 방치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그러니 흙먼지가 끊일 수가 없는 거다.

이렇게 도로같지 않은 도로를 무사히(!) 달리는 기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오른쪽 자리를 배정받고, 시종 창밖을 주시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열심히 모든 광경을 담아보겠다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한 쪽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아, 그렇구나 아무리 내가 모든 것을 보겠다고 눈을 크게 떠도 결국엔 한쪽만 본 것일 뿐이다.
한쪽만 보고서 마치 전부 본 것처럼 떠들어 댈 것이 아닌가.
그래서 겸손히 반만 봤다고 얘기하기로 했다.
아니, 아주 조금 보고왔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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