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4-15 쿤밍


네팔, 특히나 안나푸르나는 막연한 짝사랑의 이름이었다.

이제나저제나 나의 발길 닿을 수 있을 지 바라만 본지 수 년이다.

드디어 이래적인 추위에 떨고 있는 대한민국을 뒤로하고 네팔로 향한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트레킹이기에 준비의 과정도 만만치 않았고,

더구나 낮은 기온으로인해 비수기인 1월에 꼭 가야할까하는 고민으로 중단될 위기도 있었다.

몇 차례의 고비를 넘기며 준비를 거듭한 끝에 배낭 하나 짊어지고 공항을 서성인다.


여행은 공항만 오면 끝이다. 

체크인 하고 출국수속을 마치면 내 몸은 준비한 여정을 따라 움직이는 거니까.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이륙을 기다리는 항공기 안에서 여행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더구나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옆자리에 아무도 타지 않을 때는 거의 환상적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한 공항에서 긴 환승이 있지만 40만원 초반의 저렴한 항공권을 판매하는 중국동방항공에 새삼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새벽 3시경에 도착한 쿤밍 공항은 낭만적이던 모든 기대와 안이한 생각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수화물처리를 하지 않아 입국수속 후 가장 먼저 나왔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앞이 캄캄했다.

열 시간 이상을 머물러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그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던 거다.

그냥 공항에서 시간을 보낼 거라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을 뿐이다.

일단 공항 어디에서도 달러나 카드를 받지 않았다. 위안화가 필요했다. 환전소도 없었다.

오로지 현금인출기만 몇 곳에 있을 뿐이었다.

결국 큰 수수료를 지불하고 200위안을 찾아, 만원인 캡슐텔 앞을 서성이다 환승객 라운지로 갔다.

100위안을 지불하고 쇼파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춥고 불편해 거의 가수면 상태로 시간만 보냈다.

아마도 이 때부터 감기가 더 심해지기 시작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쿤밍에서 당혹스런 상황을 맞으면서 이번 여행에 대한 정의가 내려졌다.

"준비부족 여행"

난 뭘 준비한 걸까. 준비할 것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며 열심히 챙긴 것들은 뭔가.

등산을 위한 옷가지와 장비들 준비는 했지만, 세부적 일정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던 거다.

그렇게 준비부족 여행은 시작되었고, 하루이틀 더 할 수록 부족감은 더 증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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