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6일 ~ 28일, 카트만두

 

ABC트레킹을 간다고 준비를 하긴 했는데,

그 방향이 잘못되었었다는 것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옷이나 장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평소 몸 관리를 잘 하고 최상의 상태로 출발하는 것이 더 우선하는 준비였던 거다.

그 부분에서 나의 이번 트레킹은 실패였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많이 배운 여정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많으니까.

그 준비 부족으로 인해 비용은 더 들었지만,

좋은 친구를 만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예상치 못했던 히말라야의 선물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었기에 안나푸르나(남봉)가 더 감동을 주고, 마음을 빼앗아가 버린 것이 아닐까.

그 고생을 하고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다음엔 랑탕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해 뭐할까.

 

준비하면서 갈까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떠나길 너무 잘 했다.

킴롱콜라에서 중단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다시 출발하기를 진짜 잘 했다.

그러니 이런저런 이유와 장애를 꼽으며 못하겠다고 하는 말 하지 말아야겠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면 시간 문제이지 목적하는 곳에 닿아 있을 테니까.

내년엔... 랑탕? 쿰부?

너무 자연스럽게 다시 히말라야를 꿈꾼다.

 

나름의 대장정을 마치고 다시 찾은 카트만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카트만두.

대업을 이룬 후에 무엇이 눈에 들어올까만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꼭 봐야 한다고 손꼽는 곳 두세 곳 찾아보았다.

덜바르 스퀘어, 스와얌부나트, 파슈파티나트, 보우드나트.

외국인에게만 입장료를 받는 것이 거슬리긴 했으나

시간을 내어 보고 만지고 맡아보며 네팔을 더욱 진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수도이지만 시간이 멈춘 것처럼 예전 것들이

그대로 오늘의 것과 전혀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져 있어서인지

그 어떤 도시보다 더 편안함을 준 것 같다.

 

타멜 거리

 

 

덜바르 스퀘어

 

 

 

 

스와얌부나트(원숭이 사원)

 

 

파슈파티나트(흰두교 성지)

 

 

 

 

보우드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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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5-16. 카트만두


숙소를 정하는 기준은 단 하나, 따듯한 물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고다를 통해서 이용후기를 검색해 적당한 가격의 숙소를 찾았다.

가격은 1,800루피이고, 따듯한 물이 나오는 싱글룸이었다.

그러나 비용을 지불하고 올라와 짐을 풀면서 알게 됐다.

따듯한 물은 나오지만, 숙소가 너무 춥다는 것을.

숙소 자체에 난방을 위한 설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거다. 할 수 없는 일...

그래도 콸콸 나오는 따듯한 물에 위안 삼으며, 아니 감사하며 네팔에서의 첫날 지친 몸에 쉼의 시간을 가졌다.

어쨌든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았던 따듯한 물 하나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깊이 깨달았다.

이후에도 핫워터를 얼마나 외쳤는 지 모른다.


그렇게 추운 숙소에서 이불과 씨름하고는 포카라로 가기위해 일찍 숙소를 나섰다.

Kanti Path(타멜 인근 도로)에서 오전 7시에 포카라로 가는 투어리스트 버스들이 출발한다.

비수기라서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좋은 자리에 앉아서 가려고 6:30에 맞춰서 나갔다.

끝이 보이지 않게(과장) 도로에 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버스를 지날 때마다 눈길을 주고, 붙잡으려고 하지만 소신껏 버스를 고른다.

아무래도 비교적 외관이 깔끔한 버스를 골라 흥정을 하고 올라탔다.

타고 보니 내부는 거기서 거기 같다.

여행사가 아닌 직접 지불을 해서인지 좀 더 친절하게 자리로 안내해 주는 것 같다.

아마도 내 착각일 수 있겠지만, 그랬을 거 같다. 700루피나 줬으니 그랬어야 했다!


낮설지만 낯설지 않은 풍경들. 동남아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그런 친숙한 모습들이 눈길을 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길이다. 

한 나라 수도의 길이 어떻게 이리 엉망일 수 있을까.

공사 중인 것인지, 방치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그러니 흙먼지가 끊일 수가 없는 거다.

이렇게 도로같지 않은 도로를 무사히(!) 달리는 기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오른쪽 자리를 배정받고, 시종 창밖을 주시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열심히 모든 광경을 담아보겠다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한 쪽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아, 그렇구나 아무리 내가 모든 것을 보겠다고 눈을 크게 떠도 결국엔 한쪽만 본 것일 뿐이다.
한쪽만 보고서 마치 전부 본 것처럼 떠들어 댈 것이 아닌가.
그래서 겸손히 반만 봤다고 얘기하기로 했다.
아니, 아주 조금 보고왔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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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5-16. 카트만두


차장에게 타멜이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타멜 옆을 돌아 멀어지는데도 아무 말도 안 해 준다.

아마도 내가 타멜을 여러번 외친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듯 했다.

버스가 서행하는 적당한 순간에 네팔식으로 도로로 뛰어 내려 카트만두 시내에 첫 발을 내디뎠다.

분주히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마치 이전부터 함께 걸어온듯 전혀 이물스럽지 않게 그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육교 위에서 도로와 건물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었을 때에야 비로소 난 외국인이 되었다.

그제야 사람들도 나를 힐끗 주목한다..

물론 수많은 외국인들이 지나갔을 길이기에 긴 시선을 주진 않았다.


스마트폰 지도앱을 따라서 첫 식사를 위한 스몰스타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도착한 작은 식당은 현지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언듯 얻은 정보에선 마치 한국음식을 파는 식당 같았는데, 온전한 현지인 식당이었다.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서 전통 음료를 마시며 피어대는 담배연기와 말소리로 가득했다.

일단 들어섰으니 돌아설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모든 감각을 최대한 살려서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메뉴판을 뚫어져라 봤지만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어서

점원의 도움을 받으며 튀긴 채소 모모와 음료를 주문했는데, 머리를 갸우둥 한다.

양이 적을 거라는 신호다.

그래서 국수 비슷한 것을 추가 주문했다.


모모는 네팔식 만두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모모~ 소의 채소가 거의 살아 있는, 생마늘 맛이 그대로여서 깜짝 놀랐다.

그나마 튀겨진 만두피 맛에 의지해 겨우 다 먹을 수 있었다.

추가로 주문한 국수, 국물은 괜찮은데 면을 먹을 수가 없어 거의 남겼다.

블로그에서 얻은 정보들을 너무 믿을 것은 못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식사였다.

어쩌면 이 때부터 내 입맛이 없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어두워져 조명 밝힌 타멜 거리를 걸어

아고다로 검색한 숙소를 찾아 가격 흥정해서 첫 쉼을 위한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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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5-16 카트만두


장장 20시간 가까이 걸려서 카트만두에 도착했다.

1월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따듯한 공기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었다.

허름한 공항의 시설들에 실망하는 이들도 있지만, 내 눈에 정감있고 편안했다.

당장 필요한 돈만 환전*하고, 유심칩*을 구입해 공항 밖으로 나왔다.

축적한 정보를 좇아 호객하는 택시기사들을 뿌리치고 공항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는 내내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배낭 맨 외국인이 택시를 타지 않고 공항 밖으로 걸어가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정문을 지나 왼편에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문제는 버스에 써 있는 글씨를 읽을 재간도 없고, 짧은 영어로 일일이 물어보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카페에서 얻어온 자료를 바탕으로 '라트나 파크'를 물으며 한 버스에 올라탔고,

버스는 예상한 길을 따라 타멜 거리 쪽으로 덜컹거리며 달렸다.

덜컹거리기만 하면 괜찮은데, 자동차들이 일으켜 날리는 흙먼지는 압권이었다.

더구나 그 먼지 속을 버스는 문을 열고 달린다.


네팔의 수도 답게 곳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라트나 파크 인근의 공터는 축제라도 벌어진 것인지 엄청난 인파로 붐볐다.

먼지 반 공기 반인 열악한 시내를 통과하면서도 활력 넘치는 사람들 속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쿤밍과 비행기에서 쌓였던 피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드디어 카트만두에 오고야 말았다!


*환전-환율은 카트만두가 포카라보다 좋고, 제일 잘 쳐주는 곳은 포카라 윈드풀임.

*유심칩-네팔텔레콤, 3기가, 30일, 시누아까지 터지고 뱀부에서도 간간이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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