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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차, 로스 아르꼬스Los Arcos






산티아고로 가는 길 거의 모든 마을에 성당이 있다. 오래전 순례자들은 그 성당 하나하나를 빼놓지 않고 들려 기도하는 일을 중요한 일로 여겼을 것이다. 그렇게 좋은 때를 보낸 대개의 성당들은 사용되지 않는 것처럼 먼지가 쌓여 있지만, 그 화려함만은 여전하다. 특히 성당 전면의 장식은 프랑스나 여타 나라의 그것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번쩍거린다. 그 옛날 이것을 세우고 얼마나 기뻐하고 영광스러워하며, 영원히 하나님을 찬양하는 중심이 될 것이라 기대했을까. 성당의 전후좌우 가득한 성상들, 그것의 아름다움과 정교함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이 화려함에서, 이 웅장함에서, 이 섬세함에서 인간의 약함을 본다. 신을 성당과 그 장식들에 의존하다 못해 동일시하고 있으니. 그것의 도움이 절실한 그 존재적 한계가 인간의 본 모습이다. 종교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고, 그렇게 만들어 온 것이다. 문제는 처음엔 부수적이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중심으로 위치 이동을 하고, 더 중요한 자리에 앉아 버린 것이다. 그리곤 다시 현란함으로 인간의 시선을 빼앗고, 그 이면의 깊은 두려움을 낚아채 가버린다. 

종교의 겉모양을 통해 사람들의 필요, 요구, 본능을 어느 선까지는 채워줄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 겉모양과 형식을 더 중요하게 만드는 일을 종교인들이 해왔다. 형식에 치우친 종교는 알맹이 없는 껍질만 남게 되고, 껍질에 껍질을 더하는 비만한 종교를 만들어갈 뿐이다. 늘 껍질의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물도 넘어서야 하고, 종교인들의 주장도 넘어서야 하고, 심지어 경전도 넘어서야 한다. 그럴 때 어렴풋하게 본질을 보게 될 것이다.

201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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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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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정책론(1)_사회복지 정책이란?

수업 내용과는 좀 동떨어져 있지만
수업 중에 웃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교수님께서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 하면서 '금수만도 못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럼 짐승은 존엄하지 않다는 얘기냐며 약간은 웃으라는 의도로 말씀하셨다.
학생들은 짐승도 존엄하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그런데 짐승은 그렇다 치고 정말 사람이 존엄할까?라는 의문으로 돌아왔다.
정말 인간이 존엄할까?

그건 사람이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다른 누군가가 해 준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향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머릿 속에 모든 사람이 존엄하지는 않다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우리라는 틀, 즉 국가나 민족이라는 틀 안에 있을 때 그 사람은 존엄해 진다.
너를 지키는 것이 곧 나를 지키는 것이 되고, 다른 사람을 존엄하다고 해야 나도 존엄해지는 것이다.

다시 동물 얘기를 해 보면, 사람은 동물보다 심각하게 나약하다.
동물들은 태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생존의 방법을 터득한다.
인간이 고등하고 말하는 동물로 올 수록 그 적응 기간은 길어진다.
그래서 인간이 가장 긴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나약하고 힘 없는 존재가 서로 뭉쳐서 힘을 합칠 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굴린 결과 스스로를 존엄하다는 명분을 내 걸고
자연과 여타 생명체를 지배하고 유린하는 정당성을 획득한 것이다.

종교는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위대한 '존엄'의 이론적 근거가 아닐까?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이 놀라운 명제!
해탈을 통해 벗어 날 수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존재일 것이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를 거의 신적 존재로까지 고양을 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불완전성을 부정하고 신적 세계에 접촉하고 몸부림을 치는 것이 종교일 수도 있겠다.

암튼 사회복지라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기에
좋게 보면 서로를 돌보고 이끌어 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어쩌면 이제는 국가(정부)라는 더 큰 힘에 의존되는 과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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