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문명의 시작점이자 유적 재료인 사암의 출처, 프놈 꿀렌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가이드북에는 멀고, 가는 길이 험해서 밴을 빌려야 하고, 그래서 단체로 가는 것을 권하는 곳이다.

그러면, 혼자 간 여행자는 가지 말라는 얘긴가.

세 번째로 씨엠립에 갔을 때, 프놈 꿀렌을 꼭 가보고 싶었다.

태국에서 넘어올 때 만난 한국친구가 함께 가기로 하고,

뚝뚝 기사에게 연락해 승용차를 섭외하여 가게 되었다.

기사에게 산길을 오르는데 문제가 없냐고 물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길이 포장이 안 되어 있어서 먼지가 많고, 더 문제는 좁아서 

올라가는 시간과 내려 오는 시간이 구분되어 있었다.

쉽게 구분하면 오전엔 올라 가고, 오후엔 내려온다고 생각하면 된다(정확한 시간이...).


차 위에 붉은 먼지가 수북이 쌓이도록 오르고 올라 가

일단 사찰 구경을 먼저 하고, 내려오면서 기념품 파는 곳들을 둘러 본 후에

프놈 꿀렌에 남아 있는 유일한 유적인 링가들을 보게 되었다.

이곳의 링가는 사원에 있는 링가를 생각하면 안 된다.

물 속에 요니와 링가를 일체로 해서 조각을 해 놨는데

링가는 약간 도드라질 뿐이다. 

오랜 세월 물살이 무디게 한 것인지, 원래부터 그랬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흐르는 물 속에 빈틈 없이, 또 수 없이 새겨져 있는 요니와 링가는

이들이 이 프놈 꿀렌에서 발원하는 씨엠립강 물을 신성하게 만들려고,

아니 얼마나 신성하게 여겼는 지 알 수 있다.


사찰 경내에 있는 링가 형상. 바가지로 링가에 부은 물이 요니를 거쳐 성수가 된다.


사진촬영의 재미에 빠진 승려들^^ 재미있다. 



물 속에 수많은 링가들이 새겨져 있다. 빈틈이 없다.


그리고 그 물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그 폭포...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에서 뛰어내려 더 유명해진 폭포가 있다.

폭포도 장관이고, 그 아래에서 수영하며 즐기기에 딱 좋은 깊이로 형성되어 있어서 좋았다.

수영복으로 어떻게 갈아입을까 걱정하고 내려갔는데,

세상에... 나무로 얼기설기 탈의실을 두 개 만들어 놓고, 또 옷 보관함을 만들어 놓고 돈을 받는다. ㅋㅋ

이런 곳에서 수영 한 번 해 줘야 여행의 맛이 아닌가. 고민할 필요 없다.

눈치보지 않고 뛰어든 물 속에서 시원함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

역사의 숨결에 살짝, 아주 살짝 접촉했다는 느낌이랄까...

폭포 바로 밑은 너무 추워서 가까이 갈 수 없었다.



프놈 꿀렌엔 외국인 관광객들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많았다.

아무래도 접근하기 어렵고, 또 짧은 일정으로 온 사람들의 우선순위에 들기 어려워서인거 같다.

그래서 더욱 프놈 꿀렌을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돌은 어디서 떠 갔을까 관찰하면서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운전기사 말로는 폭포 있는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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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에피소드1

뚝뚝을 타고 이 곳 저 곳을 돌며 간간히 지나쳐 가는 자전거를 탄 여행자들을 목격했다.

처음 든 생각은 '이 더위에 패달을 돌리며 타는 자전거는 얼마나 힘들까'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라고 못할 것 뭐가 있나.

더구나 가이드북에도 자전거로 가 볼 수 있는 곳 몇 곳을 추천하고 있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자전거를 줄지어 놓은 곳에 가서 얼마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 2달러^^ 오~대박!

물론 자전거의 상태에 따라서 좀 차이는 난다.

암튼 여권 맡기고 하나 빌려서 '자유롭게~' 씨엠립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첫 목적지는 서 바라이. 

앙코르 유적 입장권이 필요없고, 자전거로 가기에 딱 맞는 거리라고 했다.

가이드북의 안내글을 숙지하고, 올드마켓 부근에서 출발해 열심히 패달을 밟았다.

그런데 공항을 지나고 한참을 지났는데도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책의 설명과 비슷한 곳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이런~ 전혀 다른 곳이었다.

하는 수 없이 길 옆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서 바라이를 물었더니 흔쾌히 안내하겠다고 나선다. 

따라 오라고 하더니 둘 다 자전거로 앞서 달리기 시작한다.

산악자전거거 아닌게 분명한데 모레길, 숲길, 돌길을 잘도 달린다.

그리고 얼마 후 큰 호수가 나타났다.

아~ ... 내가 가려고 했던 곳의 반대편에 도달해 있었다. 

이런, 멀리도 와 버렸네 ㅎㅎ

두 친구에게 고맙다고 하고 기념촬영도 하고, 또 미안한 마음에 1달러를 줬던 거 같다.

너무 고마워하면서 환한 미소를 남기고 뒤돌아 내려갔다.


그날 길을 잃어서 고생한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저녁에 알게 됐다.

사오 일을 뚝뚝만 타고 다녀서 햇빛의 강렬함을 간과했던 것이다.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서 자전거를 탔으니, 드러난 곳은 거의 구워졌다고 하면 맞다.

이후로도 몇 달 동안이나 그을린 피부는 원래 빛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려면 일단 햇빛을 잘 가리는 것이 우선이고

목적지에 가는 길을 잘 알아 두고 출발을 하는 것이 좋겠다.



자전거 에피소드2

두번째 갔을 때는 아예 더 멀리 가보기로 했는데,

올드마켓 인근에서 출발해 똔레삽 호수까지 갔다 오기로 했다.

서바래이 가는 길은 일단 6번 국도이고, 나름 길이 이중으로 넒게 닦여 있는데 비해

똔래삽 가는 길은 좁은 왕복 2차로이다.

그래서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도 위험하고, 먼지도 많다.

그래도 장점을 꼽으라면, 길 옆에 바로 붙어서 살고 있는 현지인들의 생활을 생생히 볼 수 있다는 것.


사실 목적지는 똔레삽 보트 매표소를 지나 뚝 위에 형성된 마을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앞에 검문소가 있고 허가받지 않은 외국인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 안에 한국교회의 후원으로 지어진 교회도 있고

다일공동체가 지원해서 만들어진 목재 배를 짓는 조선소가 있기 때문에 보고 싶었는데...

돌아올 때는 에너지가 거의 방전되서

캄보디아에서 인기있는 한국 음료...박카스 캔을 하나 마시고 힘을 내서 돌아왔다.


자전거를 탈 때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박카스 같은 에너지 음료도 하나 정도 챙기면 좋겠다.




자전거 에피소드3

세번째로 최근에 갔을 때는 자전거로 좀 더 지평을 넓혀 보고 싶었다.

앙코르와트에 갔다가 쓰리스랑을 지나 따 프롬까지 가는 것.

뭐 거리로 봤을 때는 그리 무리한 계획도 아니었다.

문제는 전날 자전거를 탈 때부터 이상하게 엉덩이가 무척 아팠다는거다.

더운 것도, 힘든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엉덩이가 아프니까 이건 견디기 쉽지 않았다.

아픈 것을 참으며 계획한 대로 가긴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정말 죽을지경이었다.

지나가는 뚝뚝을 잡아서 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다.


좀 생각을 해봤는데, 자전거가 이전에 탔던 것들이랑 좀 달랐던 것 같다.

서양인들의 체형에 맞추어진 것이었을까.

안장과 손잡이 부분이 너무 멀었던 것 같다(사이클도 아닌데).

그렇다고 핸들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암튼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전거를 고를 때 새 것이냐 헌 것이냐, 또 무슨 기능이 있냐를 보기 전에

내 몸에 맞는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봐야겠다.



세 번의 경험담을 썼는데, 진짜 결론적으로 하고싶은 말은

씨엠립은 자전거로 다니기 안성맞춤인 도시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평지이기 때문에 아주 먼 곳까지는 어렵겠지만, 

서 바라이, 똔레 삽 호수 입구, 앙코르와트, 따 프롬, 롤루오스 등등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는... 여행은 느리게 할 수록 더 좋다는 것!

비행기 보다는 자동차,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뚝뚝), 뚝뚝보다는 자전거, 자전거보다는 걷기.

빠르면 그만큼 놓치는 것이 많다는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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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앙코르 유적을 보기 위해서이다. 

앙코르 유적, 정말 대단하다. 그냥 대단한 정도가 아니라 놀랍도록 대단하다.

앙코르 유적을 보고나면 웬만한 유적은 눈에도 안들어온다는 단점이 있을 정도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이렇게 놀라운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이름없는 동방의 작은 나라에 말이다.

이 부분 앙코르 유적을 발견한 초기 학자들부터 의문이었다고 하니

이 보잘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겉모습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지나치는 동남아의 가장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그리 작게만 보이진 않는다.


이렇게 놀라운 문명의 흔적을 볼 때 무엇을 보는 것이 가장 잘~ 보는 것이 될까.


12세기 거대 도시였던 앙코르톰의 남문


앙코르톰 안에 있는 바이욘 사원. 3층에 '크메르의 미소'로 일컬어지는 사면상이 인상적이다.


우선은 마치 외계인이 내려와 지었을 것 같은 규모와 정교함에 온통 정신을 빼앗기게 된다. 

어떻게 그 큰 돌들을 날라올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빈틈없이 매끄럽게 쌓아 올릴 수 있었을까?

습지 위에 견고하게 올려 놓을 수 있었을까? 

엄청난 규모의 건물을 그리도 짧은 기간에 완성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또 그 거대한 유적들이 몇 백년을 잊혀질 수 있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경외감으로 변하게 된다.


앙코르와트 중앙 성소. 


또 시간이 만들어 놓은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의 모습이 주는 감동이다.

감동이라고 하니 좀 그런데, 캄보디아가 가진 기후와 식생으로 인해 탄생한

스펑(또는 보리수) 나무와 유적의 파괴적 조화이다.

사실 나무가 완전히 제거되어 복구된 유적보다

여전히 나무 뿌리와 돌들이 뒤엉켜 있는 유적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더 붙잡는다.


꼬 께르 인근에 있는 유적. 나무뿌리 모습에서는 이 곳이 단연 압권이다.


어디 놓치지 않고 봐야하는 것들이 이 정도뿐일까?

실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앙코르와트에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종교와 정치의 밀월이다.

정치권력이 어떻게 종교의 이름을 빌어 사기를 치는지 생생히 보게 하는 곳이 앙코르와트이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종교와 정치의 구분선이 모호하기도 하다.

어디까지가 정치였고, 어디서부터 종교였을까?

정치는 종교적 특성을 가질 때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사실 정교분리의 시대라고 하는 오늘날에도 

정치는 충분히 종교성을 띠고, 종교는 정치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과거에야 얼마나 더 했을까 상상해 볼 수 있다.

앙코르의 흔적과 오늘 정치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몰입하는 대중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 사기극이 얼마가지 않을텐데, 왜 그걸 모르고 열광을 하는 지...

앙코르와트를 보면서 더더욱 확신에 가까운 가설이 하나 떠오른다.

단기적 사기는 정치이고, 장기적 사기는 종교가 아닐까 하는.


앙코르와트 중앙 성소 네 번째 회랑 '천국과 지옥'의 한 장면. 

막대기를 들고 있는 염라대왕 뒤에서 한 말씀 거들고 있는 사람이 앙코르와트의 주인 수리야바르만 2세이다. 


앙코르 유적이 캄보디아에 득일까, 실일까?

짧게 봤을 때는 분명히 득이라 할 수 있겠다.

변변한 산업이 없기 때문에 이 놀라운 관광자원으로 인해 얼마나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나?

캄보디아에 가서 놀라는 것 중 하나는 1달러 이상은 그냥 달러로 통용된다는 것이다.

씨엠립만 그럴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암튼 달러벌이의 차원에서는 이 유적들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길게 보면 캄보디아의 발전을 가장 발목잡는 것이 앙코르 유적이 아닐까 싶다.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서 그냥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때 그건 진보가 아닌 퇴보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좀 우스운 관점이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늘 미래가 아닌 과거만 바라보고 산다고 보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기술을 배우고, 생각을 바꿔 변화를 꿈꿀 필요가 없는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캄보디아이다.

그러니 앙코르 유적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더욱 캄보디아에 실이 될 것이다.


바꽁에서 숨바꼭질을 하면 놀고 있는 현지 아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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