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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처음 쓸 때는 버스정류장에 서서 내가 기다리는 버스 위치를 검색해 보며 어디쯤 오고 있는 지를 아는 것에 뿌듯해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엔 폰을 꺼내서 검색해 보려고 하다가 멈추어 버린다. 귀찮아서이기도 하지만 뭐 꼭 그걸 검색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다. 그냥 기다려도 오고, 추적을 해 본다고 해서 더 빨리 오는 것도 아니니 의미 없는 소비적 행동같아서이다. 
그 시간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의 끝자락을 잡아서 이런 글 하나 더 쓸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 보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엔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요금제를 바꿔야 할 판이다. 꼭 필요할 때만 살짝 터치할 뿐.
이제 초고속 인터넷은 보편화 되고, 핸드폰도 그냥 핸드폰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우리의 정서는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에 영혼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이상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 전하는 것을 보고 듣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글을 쓰더라도 잠시 지나가는 감정을 단문으로 아주 짧게 그리고 무책임하게 쏟아놓을 뿐이다.

오늘 새벽에 담임목사님께서 주신 말씀 가운데 너무도 적절한 구절이 있었다. "속도를 낸다고 빨리 도착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 우리의 삶이 빨라졌다고들 하지만, 정작 자신을 진실되이 돌아보는 데도 느려졌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 역시 느려지고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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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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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간 서울, 아니 양수리를 다녀왔다.
차를 황간역 앞에 주차해 놓고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가 버스타고 다시 내려왔다.
이전까지는 황간과 서울을 오가는 버스가 40분 간격으로 있었는데,
몇 일 전에 세 번으로 줄어들었단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덕분에 발생한 일이다.
처음에는 모서면에 있는 터미널의 버스가 하루 세 번으로 줄어들고,
이제는 황간까지 세 번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미 기차는 KTX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무궁화호가 하루 세 번만 다닌다.
아무튼 세 번이 최후의 보루인 샘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KTX가 생겨서 전국이 몇 시간의 생활권으로 바뀌었고,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내륙의 교통에 획기적인 전기가 열렸는데,
실상 이 곳은 더 열악해 지고 말았다.
일이 있어서 서울이나 다른 곳을 가더라도 몇 편 되지 않는 버스나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야 하고,
조금만 시간을 잘못 맞추면 대전으로 가서 한참을 기다려 차를 갈아타고 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속도가 빨라지면 자주 멈출 수 없고,
길이 잘 뚤리면 옛 정거장은 잊혀지게 되는 법인가 보다.

개발을 통해 주목받는 곳이 생기면 소외되는 지역은 그 몇 배가 된다.
그 개발주의자들의 기치였던 ‘속도’는 이들에게 오히려 저만치 남의 일이 되어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군가 빼어난 능력을 발휘해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은
결국 그의 몇 배의 사람들이 그의 그늘 아래 머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귀함을 발견하고 소중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너무 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마음 쓰는 일을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가까이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작아 보이는 존재까지도 사랑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다.
시선을 너무 빨리 돌려서 그 누군가의 존재를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2005.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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