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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2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16. 19:28
오늘도 속리산을 넘어 괴산에 가서 노가다를 했다.
구조물을 철거한 옥상에 방수를 하고,
대문 옆에 흐르는 수로를 콘크리트로 덮는 작업을 했다.
지난번에는 혼자서 작업을 하는 것이라 내 페이스를 따라서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집 주인 아저씨와 목수 한 분이 함께 하셔서 그 분들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는 마치 천 미터 달리기를 하고 들어왔을 때의 그런 상태까지 가게 되어
쪼그리고 앉아서 50대 아저씨들이 일하는 모습을 뻔히 보고 있을 때도 있었다.
내가 이렇게 허약한가 하면서도
그냥 서 있어도 힘든 땡볕아래서 장시간 긴 붓으로 방수액을 바르고,
이런 저런 것들을 들어 나르는 일은 힘이 안 들면 이상한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소위 말해 노가다로 잔뼈가 굵은 분들은 힘 조절을 하면서 넉넉하게 일을 해 가는 것 같다.
나 같은 초보 노가다 꾼은 어디에 어떻게 힘을 줘야하는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맬 수밖에 없었다.

강단에서 설교하면서 땀에 대해서나, 일에 대해서 너무 쉽게 말했던 것 같다.
어쩌면 ‘잘 모르니’ 함부로 말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인아저씨는
‘이런 일도 해 봐야 돼, 그래야 두려움이 없어지거든!’ 하셨다.
맞다.
어떤 일이든 한 번 몸으로 해보면 다음에 해야 할 때 작업에 대한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씀을 들을 때 내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이런 분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는데 장애가 많다.
이제껏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 왔기 때문일 거다.
교회에서 말하는 실천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실천인가?
실천은 바로 이들의 말을 듣는 것,
그래서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닐지.
전혀 다는 세계에 살면서 잠시 한 발짝 들여 놓았다가 서둘러 빼버리는 것이 실천은 아닐 것 같다.
교회 밖에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교회 안으로도 충분히 정신이 없다.

오늘 함께 일했던 목수 아저씨는 장로님이라고 했다.
난 그 분에게 내가 전도사라고 말씀드리지 못했다.

2005.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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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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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1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15. 15:50
지난 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소위 말하는 노가다라는 것을 했다.
귀농학교 동기 중에 괴산에 사시는 분이 집에 일거리가 있다고 하셔서 어떨 결에 가게 되었다.
일은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비닐하우스를 뜯어내고
파이프들을 견고하게 부착시키려고 사용한 시멘트 블록을 떼어내는 작업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손쉽게 해치울 수 있는 일거리 같았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이게 정말 노가다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기술자들은 정해진 어떤 일을 한다.
하지만 밑에서 잡부(일본어로 시다라고 하던가?)는 기술자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어떤 일이든 하게 된다.
바로 그것이 노가다이다.
우리는 주로 집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노동일을 한다고 하거나 노가다를 한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집을 짓는 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기술자를 도와 잡일을 하는 것을 노가다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내가 한 일이 기술자를 돕는 일은 아니었지만,
비닐과 천막을 걷어내 접어놓고,
파이프를 뽑아 한 쪽에 정리해 두고,
블록 사이에 넣어둔 모래 퍼내고,
블록을 망치와 정으로 깨뜨려 자루에 담아 마당으로 내리는 일이었으니
노가다도 이런 노가다가 없는 거다.

아무튼 정의 머리를 때려야 할 망치가 왼손을 수차례 때린 후에야
겨우 옥상의 구조물이 깨끗하게 사라지게 되었다.
어깨에 멍이 들고, 팔은 저리고, 이튿날 아침에는 손도 퉁퉁 부어 잘 쥐어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급기야 토요일에는 몸살이 나서 열이 펄펄 끓는 지경까지 발생했다.
덕분에 ‘농사를 짓겠다고?’, ‘일은 무슨 일이냐?’하시는 어머니의 한숨석인 걱정도 듣게 되었다.

정말 그 노가다 때문에 몸살이 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정직한 땀 흘림’이라는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왔던 의식뿐만 아니라 내 육체와의 싸움 말이다.

난 오늘도 ‘노가다’를 했다.
늘어난 견공들을 위해 개집을 대대적으로 보수 확장했다.

2005.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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