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왕위앙(*방비엥) 여행 이야기1 - 탐 푸캄&불루라군

*태국과 라오스가 영문 알파벳 V를 W로 발음하기 때문에 영어식 방비엥이 아니라 왕위앙이 맞는 발음이다.

 수도인 비엔티엔도 역시 위앙짠으로 발음하는 것이 맞다.


약간 황량한 벌판(옛 비행장 터) 같은 곳에 버스가 정차해서 조금 황당했다. 너무 더웠고, 먼지도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길에 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냥 시골 작은 읍내같은 분위기였다. 더구나 숙소는 맨 꼭대기층이어서 에어콘을 틀어도 후텁지근해서 약간 실망감이 들기도 했다. 그나마 저녁이 되니 바람도 잦아들고 차분해지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는데 비호감은 그대로였다. 왜 여기를 여행자의 천국이라고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송강 쪽으로 나가서 그 주변을 보자 이전에 들었던 모든 의혹들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여기구나~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치 태국의 팡아를 옮겨 놓은 것 같은 경치였다. 왜 소계림이라고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이튿날 루앙프라방 베이커리에서 저렴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산책을 하는데 자전거 대여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하루, 아니 저녁까지 사용하는데 30,000낍(8,000낍이 1달러)이란다. 수중에는 환전을 못해서 10,000낍 조금 넘게밖에 없었다. 다시 오겠다고 하자 그냥 10,000낍만 받겠다고 들어오란다. 이유는 손님이 없어서라고. 암튼 파격적인 가격에 자전거를 대여해서 탐 푸캄 탐사에 나섰다. 통행료가 없는 나무다리를 건너 강변 길로 해서 마을을 지나 동굴로 가는 길에 접어들었다.




길은 넓게 닦여 있는데, 포장되 있지 않았다. (사진으로는 감이 잘 안 오지만) 자갈이 너무 많아서 계속 퉁퉁거리며 자전거가 튄다. 속도 내기도 힘들지만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 가도 가도 그런길, 늘 겪는 한계상황이 온다. '돌아갈까?' 이정표도 제대로 없어서 엉뚱한 길로도 들어가고,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나마 주변 경관이 너무 좋아서 참을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탈 일이 많진 않지만, 걸을 때와 가장 큰 차이는 잘 멈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셔터를 눌러도 몇 번을 더 눌렀을텐데 멈추는 것이 번거로워 그냥 지나간다. 또 특이한 점은 자전거로 지나갔던 길을 다시 걸었을 때, 전혀 다른 곳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빠르기 때문에 멈춤이 어렵고, 그래서 놓치는 것도 많아진다. 시간은 좀 많이 걸리겠지만 걸어서 가는 것이 이 길을 재대로 즐기는 법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차량으로 이동하는 사람에 비하면 자전거가 조금 나은 편이니 위안하며 열심히 패달을 밟는다.







그렇게 도착한 탐(탐은 동굴이라는 뜻) 푸캄은 길보다 더 실망스러웠다. 동굴로 올라가는 길도 가파르고 위험했고, 더구나 동굴은 규모나 볼거리가 기대했던 것에 한참이나 못 미쳤다. 그나마 블루라군은 약간의 매력이 있었는데... 서양 관광객들이나 라오스 젊은이들, 심지어 한국에서 온 아저씨 아줌마들까지 몸을 던져 다이빙하고 수영하며 노는데, 나는 선뜻 뛰어들지 못했다. 혼자이기도 하고, 푸껫에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물이 약간 무서운 측면도 있었다. 은근히 깊어보였다는. 그래도 그냥 확 몸을 던졌어야 했는데.






정오를 훌쩍 넘기며 배가 고파서 매표소 옆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간판에 라면+밥, 김밥 등 한국 말이 적혀 있었는데 특히 라면에 확 꽂혀버렸다. 아주머니와 의사소통이 안되어 내가 원하는 것이 라면과 밥이라는 것이 겨우 전달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커다란 냄비에 물을 담아 주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라면은 물 양이 중요하고, 타이밍도 중요한데, 이건 아니다 싶어 따라 들어갔다. 흠짓 놀라시더니 이내 자리를 내주신다. 나는 바로 물을 덜어냈다. 그 때 아주머니가 봉투 안에서 꺼내시는 것이... 신라면이었다. 와~ 감동, 오늘 두 번 감동이다. 자전거 대여점에서, 그리고 탐 푸캄 매표소 옆 식당에서 다시.

암튼 그렇게 내 스타일로 신라면을 잘 끓였고, 아주머니가 내놓은 밥과 맛나게 점심을 해결했다. 매표소에 있는 젊은이가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보곤 엄지손가락을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 천낍도 안 깎아준다. 그래도 기분 좋아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또 오라는 인사를 들으며 자전거 패달을 밟았다. 들어갈 때 보단 할결 가벼운 마음으로, 그러나 쿵쿵 엉덩이의 고통은 한층 더 느끼며 돌아왔다.

20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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