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왕위앙(방비엥) 여행 이야기3 - 탐 짱


탐 짱, 이틀 전 탐 푸캄 갔다와서 자전거 타고 찾다가 실패해서 다시 시도해 보기로했다. 이번엔 자전거가 아닌 두 발로 천천히 살피며 찾아가니 헤매지 않고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지, 빠를 땐 그만큼 눈여겨 보기 어려우니 지나쳐 갔던 것 같다. 

왕위앙 리조트 입구에서 다리 통행료를 먼저 지불하고 표(영수증 같은 것)를 받아 다리 앞에서 내면 다리를 건널 수 있다. 다리를 건너 좌회전해서 조금 더 가면 동굴 입구가 나오고, 그 곳에서 다시 동굴 입장권을 구입하면 동굴에 오를 수 있다. 워낙 탐 푸캄에서 실망을 한 터라 동굴에 대해서는 별 기대 없이 갔다. 그러나...




동굴 입장료 내고 조금 가면 동굴에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이 너무 가파라서 오르는 내내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계단 꼭대기 동굴 입구에 다다르면 왕위앙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왕위앙의 전체를 둘러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탐 짱은 충분히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동굴 내부는 탐 푸캄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동굴 안에 돌아다닐 수 있는 길을 잘 만들어 놓았고, 무엇보다 오랜 세월의 산물인 종류석들이 많아 볼 거리들이 가득했다.


라오스 젊은이들도 계단을 오르는데 헉헉거린다.



탐 짱에서 돌아오는 길, 길 옆에 소들이 한가로이 쉬고 있다.

개나 고양이도 그렇고 이런 소들도 마찬가지인데, 짐승들은 그 나라 사람들을 닮는 것 같다.

한국의 짐승들에 비해 라오스의 짐승들은 경계심이 적고 여유로워 보인다.

특히 개의 경우 태국이나 라오스에서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왕위앙의 마지막 저녁, 한적한 송강에 발을 담그며 한참을 거닐었다.


왕위앙에 와서는 유난히 한국음식이 땡긴다. 여행기간이 길어져서 그렇기도 하고, 더 중요한 이유는 라오스 음식이 태국 음식처럼 입에 붙지 않아서이다. 라오스 음식이라는 것을 몇 가지 먹었는데, 특별히 뭔지 잘 모르겠고 맛도 없다. 그래서인지 왕위앙에서 유난히 한국식당이 눈에 많이 띈다. 어제 저녁(된장찌개), 참 그저께 점심(라면)과 저녁(김치찌개)도 한국음식을 먹었다. 가격도 비슷하거나 약간 비싸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먹게 된다.

오늘 점심에 갔던 한인식당은 주인 아저씨 혼자 있어서 가능한 메뉴가 두 개 밖에 없었다. 할수 없이 그 중 하나인 라면을 주문해서 밥과 함께 먹었다. 식당에 있는 내내 먼저 와 있는 60대 부부와 주인 아저씨가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주로 자식자랑에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주였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제 저녁 20대 초반 젊은이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어른들에 비해 젊은 사람들은 대체로 오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무엇을 보았고, 어떤 점이 좋았고, 무슨 생각을 했고, 또 뭘 하려고 한다는 것들이었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이룬 것이 없으니 그 쪽으로 자랑할 것이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어제에 집착하는 기성세대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자녀나 이전에 있었던 어떤 일, 이룬 일들은 어제의 일일 뿐만 아니라 지금 자신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 오늘 내가 어떤 관심을 갖고 있고, 또 무엇을 보고 느끼며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진정한 자신이 아닌가.

이 좋은 곳, 라오스 왕위앙에 와서 보는 것과 느끼는 것과 그것으로부터 떠오른 이후의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두고온 자식들 이야기에 과거의 흔적들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니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해도 이미 갖고 있는 생각의 틀을 넘어서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마음이 굳어서 그런 것인지. 어쩌면 나이와도 상관이 없을 지도 모른다. 스스로 늘 새롭게 하려는 마음 자세가 없다면 20대, 아니 10대라도 변화는 꿈도 못 꿀지도 모른다. 본다는 것은 배우는 것이고, 배운다는 것은 새로워지(변화)는 것을 의미한다. 늘 새로울 수 없는 사람은 배우지 않는 사람이고, 배우지 않는 사람은 봐도 보는 것이 아니다. 

20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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