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5일차, 다시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


10월 14일 피니스테라 버스 정류장(터미널), 동행하던 분은 묵시아로 떠나셨고, 다리 통증으로 인해 더 걷는 것은 포기하고 다시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로 가기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9:30에 승차했는데, 해안선을 따라 거의 모든 마을을 돌고 돌아 산띠아고에 오후 1:00에 도착했다.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 버스 터미널


다시 만나 얼마나 반가웠는 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왼쪽 부부는 벨지움 분들인데 아저씨는 내내 발 물집으로 고생하며, 아주머니는 유모차 같은 것을 밀고 순례를 마치셨다. 아소프라에서 스파게티와 와인을 나눠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은발의 아주머니는 온따나스에서 만났는데, 그 후로 따듯하게 챙겨주셨던 분이다. 너무 반갑다고 양 볼에 뽀뽀를 해서 깜짝 놀랐다. ㅎㅎ



10월 15일 다시 찾은 산띠아고 대성당, 이 날은 비가 내려서 광장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갈리시아 지방은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산띠아고에 들어갈 때 날씨가 맑은 것도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제단 위에 있는 산띠아고의 뒷모습. 뒤에서 껴 안으며 귀에다 속삭이는 전통이 있다.

정오 미사를 드리고 있는 중에도, 심지어 신부님의 강론 중에도 사람들은 쉬지 않고 산띠아고 상으로 오른다.

아무리 관광의 성격이 강하다고 해도 미사 시간 만큼은 자제를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보나부페이로! 큰 향로를 흔들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 광고에 유럽에서 꼭 봐야 할 것들 중 하나로 나오는 것을 보고 가슴 뭉클했다.



산띠아고에서의 마지막 저녁, 중국음식점에서 오랜만에 흡족한 식사를 했다.


산띠아고 대성당에 들어가면 순례자들의 필수코스가 있다. 제단 아래쪽에 있는 산띠아고의 유골함을 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제단 전면 뒤편으로 올라가 산띠아고의 형상을 뒤에서 껴안으며 귀속말을 하는 것이다. 매일 쉼없이 반복되는 웃지못할 헤프닝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면 산띠아고, 즉 야고보의 유골이 산띠아고에 있다는 것도 거짓이고, 또 그 거짓에 의해 세워진 성당과 그 중심에 있는 야고보상을 포옹하며 소원을 비는 것은 더 얼토당토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도 진지하다. 어떻게 하든 그것으로 인해 뭔가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눈에 보인다. 심지어 그 먼 이국, 대한민국에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산띠아고로 이름한 성당을 목적지로하여 걸어오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내린 결론! 사실이었냐 사실이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믿음이다. 

시작이야 어떻든 지금 사람들이 믿고 있다는 것이 진실이고, 그 믿음으로 인해 그들의 삶 가운데 어떤 변화, 긍정적 일들이 일어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어떤 현상에 대해서 사실에 기반하냐 거짓에 기반하냐를 묻는 것은 일견 낮은 수준의 질문이다.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한다면 그 다음을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살고 있느냐고 또 다른 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느냐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까미노 데 산띠아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사건을 일으켜주는 은총의 길이라 불릴만 하다. 그 출발이야 어떻게 되었든 지금 사람들이 이 길에 기대를 걸고(심지어 믿고) 고통을 감내하며 자신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3.10.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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