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일차, 네그레이라에서 올베이로아 가는 길 34km



텐트도 아니고 천막을 덮고 노숙하며 까미노를 걷는 순례자들. 사진에 안 잡혔지만 개 한마기가 곁에 있었다.



빌라세리오Vilaserio였던 것 같은데, 마을 가운데 있는 바에서 먹은 보까디요를 잊을 수가 없다. 바게뜨를 불에 데워서 사이에 얇은 또르띠아를 넣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부드럽고 맛있던지. 생각만 해도 침이 꿀떡 넘어간다. 사진 찍을 겨를도 없이 먹었나보다.



옥수수를 수확하는 농기계.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바로 분쇄해서 트럭에 실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옥수수는 전체로 조각이 난채로 저장고에서 숙성시켜 겨우내 소를 먹이는 듯하다.



훌륭한 시설도 아니면서 12유로나 받은 올베이로아 오레오 알베르게. 

더 황당한 것은 여기서도 베드버그에 물렸다는 사실이다. 



순례길 어디서든 긴장을 놓으면 안된다. 긴 거리이든 짧은 거리이든 말이다.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로 향하는 마지막날 4km남짓 걸었는데, 그 짧은 구간에서 이제까지 전혀 문제가 없었던 왼쪽 새끼발가락에 물집이 잡힌 것이다.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생각해 보니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4km라고 얕잡아 보고는 양말 신기 전에 바세린도 바르지 않았고, 신발 끈을 멜 때도 순례 중 터득한 물집 잡히지 않는 방식을 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짧은 거리였지만 발에 탈이 난 것이다. 아휴~ 그 조그만 물집이 걸음 걸이를 얼마나 방해하는 지, 참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순례길에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으면 안되는 것 같다. 다르게 생각하면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순례 초반 이 물집으로 인해 많이 고생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30일만에 순례를 마쳤다는 자만에 빠지지 말고 다시금 자신을 깊이 성찰하라는 채찍임에 틀림없다. 짐 깊숙이 들어 있던 반짓고리를 꺼내고 바늘에 실을 꽤어 물집을 관통시켰다. 따끔함이 있었지만 작은 아픔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201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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