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차, 산또 도밍고에서 벨로라도 가는 길 23.9km(1)


기도하는 노부부, 고개 숙이고 손 모으고 한참이나 기도하는 모습에 숙연함을 느꼈다.





까스띠야 이 레온 지방에 들어서는 길목에 까미노를 안내하는 큰 이정표가 서 있다. 나중에 알았는데, 내 뒤에 서있던 아일랜드 출신 아저씨가 산띠아고에 거의 같이 들어갔다. 다리 굵기를 보니 그 이유를 알것 같다. ㅎㅎ


까미노, 하루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참 적다. 걸치고 있는 옷과 갈아입을 수 있는 옷 한벌, 그리고 최소한의 생필품들이 8kg을 넘지 않는다. 그것으로 족하다. 더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까미노 위에선 그것에 더하기보다 빼기를 고민한다. 
나의 인생길 때때로 부족함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적지만 참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정말 필요한 만큼 적절하게 채워주셨다. 마치 8kg 조금 넘는 것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것처럼 풍족하지 않지만 또 부족하지 않은 인생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The LORD is my shepherd, I shall not be in want.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내 속에 결핍이 아닌 풍요의 마음이 있다. 산토 도밍고에서 아침 출발 전 요기를 하는데, 앞에 앉은 노부부가 한참이나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아마도 이들의 기도 내용이 이것이 아니었을까? 짧지 않은 인생길 가운데 부족함 없이 채워주신 것에 대한 감사, 오늘 깨워주시고 새로운 길을 걷게 해 주심에 감사.
20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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