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차, 산또 도밍고에서 벨로라도 가는 길 23.9km(2) 


까미노엔 산띠아고까지 남은 거리를 알리는 다양한 이정표들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마다 그 기준이 다른 지 

이미 555km 표시를 지난지 한참인데, 20km나 더해 576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헐~


까미노 곁에 있는 해바라기 밭에 여지없이 순례자들의 손길이 닿은 해바라기들이 있다. 

얼굴, 화살표 등 다양한 모습으로 순례자들을 다시 맞이한다. 재미있다.


순례자들은 쉼의 시간엔 가이드북을 꺼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시골 조그만 마을들에 고기를 파는 차가 왔다. 사진찍는 순례자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올라! 부엔 까미노!




이 날, 길에 유일한 나무 그늘이었다!


벨로라도 시내에서 만난 스페인 순례자와 지쳐보이지만 멋진 자태를 뽑내는 개들을 만났다.


목적지에만 마음을 두면 걷는 길은 고달프기 그지 없다. 그럴 때 과정은 신속히 지나가야하는 힘든 과제가 되어 빨리 지나가 버리기를 소원하게 된다. 결과에만 몰입해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과정을 뛰어넘으려는 것과 같다. 그래서 목적지를 염두에 두고 걷지만 과정 가운데도 충분히 머물 때, 한 발 한 발이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 될 수 있다. 결국 목적지는 과정, 한 걸음 한 걸음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과 대화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버거운 과제가 아닌 행복한 누림의 시간이 될 것이다. 

까미노 11일째에 접어들면서 빨리 걷겠다는, 먼저 도착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어느새 목적지에 눈 앞에 펼쳐진다. 더 빨리 가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20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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