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사람들


라오스는 산 아니면 강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산과 강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그래서 도시에서 도시를 이동하려면 배를 타고 강으로 이동하던, 아니면 자동차로 산마루로 난 길로 이동해야 한다. 보통 길은 산 중턱이나 물길 옆으로 마을들이 있는 곳을 이어서 낸다. 그런데 라오스의 길은 산마루를 이어 오르락 내리락 한다. 버스가 오르막을 달릴 때도 겁이 나지만, 내리막을 달릴 때는 혹시 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자를 붙들게 된다. 아마도 화전을 하며 살아가는 산족들의 마을들을 연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산에 길을 낸 것이 아닌지. 아니면 워낙 산세가 높고 깊어서 계곡에 가깝게 길을 내는 것이 불가능 했던 것일까. 4월이면 깍아지른듯한 산비탈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위 사진은 두번째 방문한 6월에 찍은 사진). 불을 질러 밭을 만들어 다년생의 바나나 나무를 기르고, 일년생 옥수수나 찹쌀을 재배한다고 한다. 재대로 서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은 곳에 오가며 화전을 일구는 이들의 삶이 기구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낭만적이기도 하다. 



루앙프라방 남부터미널.

하루 전날 가서 예매를 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숙소 시내에 있는 여행사에서 예약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약간의 변수는 있다.

오히려 여행사에서 가격이 저렴할 수도 있는데, 어떤 차를 타게 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ㅎㅎ



VIP버스는 맞는데, 한 때 어디선가 그랬다는 뜻이다. 라오스의 버스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중고차이다. 그 중 많은 차가 한국에서 들어온 현대차이다. 스타렉스와 버스류가 주를 이루는데, 한 때 그 중고차 수입 때문에 현대차가 라오스를 주름잡았다고 한다. 아쉽게도 법이 바뀌어서 중고차가 더는 들어가지 못해 중국산 신차나 일본산 자동차가 맹렬히 추격해 오고 있다고 한다.


불을 놓아 연기가 솟고 있는 야산.


이 사진과 아래 사진은 6월의 풍경이다. 대기가 맑아졌고, 산과 계곡도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그래도 곳곳의 경작지는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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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들이 라오스의 제일가는 관광도시 루앙프라방에 와서 어떤 느낌을 받을까? 자신들의 지배로 사찰을 제외하고 라오스의 전통은 사라지고, 유럽의 작은 마을을 연상하게 하기에 그것에서 만족스러움을 느낄까? 이처럼 인도차이나 곳곳에 식민지배의 흔적들이 이제는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으며 외화벌이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수리와 재건축을 통제받으면서 루앙프라방의 모습은 그렇게 이국적인 모습을 계속 유지할 거다.

한 도시가 세계적인 관광지게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곳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의 소외를 의미하는 것 같다. 특히 라오스처럼 경제력이 미약한 나라에서는 현지인들은 관광지의 높은 물가를 감당할 수 없어 외곽으로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도시 내부는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 식당, 여행사, 마사지샵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웬만한 식당의 음식 가격은 주변에 더 잘 사는 태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높다. 관광객들을 위한 음식의 식자제들이 거의 수입에 의존되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관광지 물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라오스는 사람이 좋아서 찾아가는 곳이다. 그런데 루앙프라방을 포함한 대개의 관광지에서는 그 '사람'을 만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좀 과한 표현이긴 하지만, 온통 관광객들의 주머니만 노리는 이들로 가득할 뿐이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 좀 더 걸어나가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라오스... 참 좋은 곳이지만, 그것이 관광객들 만을 위한 것인 것 같아 좀 씁쓸하다.



숙소 레스토랑에서 먹은 아침 식사. 완전 유럽의 어느 바Bar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메뉴이다.


나이 지긋한 서양인 관광객들이 가이드르이 설명을 듣기위해 모여있다.

같은 단체여도 한국인 단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소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이고, 복장 또한 아웃도어 일색인 한국사람들에 비해 훨씬 편안해 보인다. ㅎㅎ


나이트 마켓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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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으로 내려가는 슬로보트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한 여성이 뒤쪽에 있는 화장실 문에 손이 끼여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의사를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그 보트 안에 의사가 다섯 명이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자 자신의 크고 작은 가방(키트)을 들고 뒤쪽으로 갔고, 응급처치가 이루어졌다. 다행히 부상이 심하진 않았던지 잠시 후 의사들은 속속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 중 한 사람이 사진의 주인공인 캐나다 출신의 의사다. 뭐 내가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고, 앞뒤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가 어디 출신인지를 알 수 있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옆 자리에 앉아서 하루 정도를 같이 이동했지만, 별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보통 서양인들은 자기들끼리 어울리고 동양인에게 별 관심이 없다. 아마 예쁜 여성이었다면 말을 걸어왔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이틀 동안 한 배에 타고 루앙프라방에 도착해서는 각자의 숙소를 찾아갔다.

도착한 날 저녁에 나이트 마켓과 식당 등을 돌아다닐 때 같이 배를 타고 온 이들을 보게 되지만 아는 척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캐나다 출신 의사는 친해진 다른 서양인들과 함께 시장으로 들어서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너무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Hello! How are you?" 하며 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지나간다. '한 배를 탔던 인연'을 기억하고 있다는 너무도 강렬한 표현이었다.

우연이겠지만, 여행을 하면서 동양인인 나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은 거의 예외없이 캐나다인이었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고 비판을 듣는다해도, 난 캐나다 사람들이 제일 친절하고 잰틀하다고 말하고 싶다. 혼자 여행하는 남자 동양인을 따듯하게 대해준 고마움에서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말을 잘 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따듯한 태도를 높이 사고 싶다. 결국 생각보다,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몸에 배어 있는 태도인 것 같다. 말 몇 마디 나누고 판단하기 보다 그와 함께하며 그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지, 특히 무시할 수도 있는 작은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이 사람도 슬로우보트를 타고 루앙프라방으로 함께 온 사람이다. 

들고 있는 악기는 스위스 것이지만 정확히 스위스 사람인지 프랑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 사람은 태국 빠이에서도 봤고, 치앙마이에서 치앙콩 오는 그린버스도 함께 탔으니까 

최소한 네 번은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이다.

치앙마이에서도 봤다고 했더니 더 반가워하면서 CD에 사인도 해주었다(구입함).

악기를 연주하며 여행경비를 충당하는 것 같았다.

바구니에 담긴 CD는 우리 돈으로 8,00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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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은 사원의 도시이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구도심의 곳곳에 사원들이 있고, 주황색 천을 걸친 승려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압권은 아침(보통 오전 6시 전후)에 이루어지는 탁밧(탁발)이다. 다른 곳(나라)에서는 혼자 혹은 둘이나 셋이서 오전 시간에 집집을 찾아다니는데, 이 곳에서는 돗자리 깔고 줄지어 공양하는 이들 앞을 승려들 역시 줄지어 지나가며 그릇에 먹을 것을 받아간다.

그 모습이 워낙 볼거리라 이제는 관광상품으로 변하여 투어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관광객들로 그 이른 시간이 북적인다. 심지어 관광객을 위해 돗자리 깔고 공양할 음식을 놓아두고 오라고 손짓하는 이들도 있고, 돌아다니며 공양할 음식을 판매하는 이들의 모습은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환경은 그렇게 변하고, 변질되었다고 하더라도 승려들의 삶은 그대로의 '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그릇 만큼만 받아 갈 뿐만 아니라, 받는 족족 곁에서 구걸하는 이들에게 내어 놓음으로 그릇이 넘치지 않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누어주면서도 전혀 생색을 내지 않는 '무심한' 표정 역시 보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우린 오늘도 우리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을 담아 서로를 무겁게 하고 있지 않나. 나는 갑자기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고, 이내 길가에 걸터 앉아 스쳐 지나가는 이들의 흔적을 카메라가 아닌 가슴에 담고 있었다. 루앙프라방은 사원의 도시이고, 아침의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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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사원을 유지보수하는 일을 승려들이 담당한다. 

그것이 그들의 수행하는 삶의 일부라고 한다.

어린 승려들이 지붕과 담을 보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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