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투자해서 구입한 오디오.
스피커가 AR이라는 말만 듣고서, 누가 물어 보면 'AR이래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가족이 된 지 1년을 훌쩍 넘기고서야 좀 궁금해졌다.
왜냐면 어떨 때는 소리가 좋은데, 어떨 때는 좀 답답하게 들릴 때가 있어서다.
오래된 거라 성능이 좀 떨어졌나 싶어서 인터넷에 AR스피커를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내 거랑 똑같이 생긴 것들이 죽 뜬다.
물론 똑같이 보여도 여러 기종들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소장하고 있는 스피커는 60년대부터 생산된 AR-4x모델이다.
그런데 눈에 딱 띄는 문구, '보컬에 적합한' 스피커!
아~ 그랬구나. 이 스피커는 사람의 목소리를 잘 담아내는 거구나.
그래서 클래식을 틀면 왠지 소리가 뭉쳐서 들리는 것 같은데,
반면 재즈나 가요 같은 것을 들을 때는 참 좋았던 거다.
이제부터는 스피커에 맞는 음악을 들어야겠다.

그런데 사람들도 그런 것 같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징, 사람의 결이라고 할까.
그 사람만의 고유성이 있는데, 그것을 거의 무시하고
이것저것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려고 하는 것 같다.
아니 그런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모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밀어 붙인다.
특히 자녀들을 대하는 엄마들의 태도가 그렇다.
엄마들이 원하는 자녀상은 아마 거의 똑같을 것이다.
기계적으로 엄마가 계획하는 대로 다 받아서 좋은 성적 내고, 좋은 대학 가고, 좋은 회사 가고, 돈 많이 버는 사람이 되는 것!
만약 그렇게 되면 마치 영화 메트릭스의 마지막 부분에 세상 사람이 몽땅 스미스로 바뀐 것처럼 되어 버릴 지도 모든다.
모두 똑같은 사람을 목표로 기르려고, 아니 생산하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엄친아라는 말도 나왔을 거다.

스피커도 그러할진데, 사람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
각각 담아내는 삶의 내용이 다르게, 다른 소리를 내도록 창조된 것이 사람이 아닐까.
그래서 그 다름, 독특함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는 것이 아닐까. 



# 삼베로 만든 그릴을 벗기면 약간은 험악한 속살을 드러내는데, 연륜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마 나에게 오기까지 여러 사람의 손을 탔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암튼 매력적인 놈과 동거 중이었다니, 새삼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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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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