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사람의 합작품

출 37

1 브살렐은 아카시아 나무로, 길이가 두 자 반, 너비가 한 자 반, 높이가 한 자 반인 궤를 만들었다.

2 순금으로 그 안팎을 입히고, 그 둘레에는 금테를 둘렀다.


하나님께서 산 위에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것들이 그대로

오홀리압과 브살렐, 그리고 그를 돕는 이들의 손길에 의해 실체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모세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들의 솜씨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혹시 잘못 이해한 부분 때문에 오류가 나지 않을지 노심초사 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성막을 만들고 언약궤를 만들고 성소의 각종 기명들을 만드는 일은 순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모세에게 설계도를 주셨을 뿐 그것을 만드는 일은 오로지 백성들의 몫이었습니다.

물론 당시 상황에서 모세가 전하는 것을 하나도 빠트릴 수 없었겠지만,

이 작업의 모든 키는 작업자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좀 달리 표현한다면 하나님의 꿈의 실현이 사람들의 손끝에 달려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능력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그 이상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집중해서 한 치의 오차 없이 만들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있었습니다.


이 본문을 읽고 위와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서 우리 손끝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꿈이 사람들의 손끝에서 현실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삶의 장 속에서 그것을 분별해 내고 구체화 해 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말 모세와 같은 불세출의 영웅이 등장해서 모든 의혹을 말끔히 씻어 준다면 또 모르겠지만

오늘의 사회, 오늘의 기독교, 오늘의 교회의 현실은 한마디로 ‘오리무중’이라 하겠습니다.

성도들은 자신이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말해 자신이 뭘 해야 할 지 도무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가르침들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 말이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것을 가지고도 정반대로 이야기들을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죠.

더구나 사회 문제들에 대한 견해들은 왜 그리 극단을 달리는지.

그러다 보니 교회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현재 교회에 잘 출석하고 있는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지 심히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성경 말씀 한 두 줄 읽고 너무 멀리까지 나온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답답한 마음을 담아 봅니다.

어쨌든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마치 브살렐과 같이

하나님의 설계도를 자신의 손끝에서 실체로 만들어 내는 삶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과 동업자요, 동역자입니다.

그 동역의 결과는 멋진 합작품의 생산에 있는 것이 되겠죠.

그런데 요사이 그리스도인들, 특히 말 잘하는 사람들이 그 합작품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기에 아쉬운 마음 가득합니다.


그래도 어디선가 조용히 멋진 작품을 만들고 있는 분들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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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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