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드는 일

출 38

24 성소 건축비로 든 금 곧 흔들어 바친 금은 모두 성소 세겔로 이십구 달란트 칠백삼십 세겔이다.

25 인구 조사의 대상이 된 회중이 바친 은은 성소의 세겔로 백 달란트 천칠백칠십오 세겔이다.

26 스무 살이 넘어서 인구 조사의 대상이 된 사람이 모두 육십만 삼천오백오십 명이므로, 한 사람당 성소 세겔로 반 세겔 곧 한 베가씩 낸 셈이다.

27 성소 밑받침과 휘장 밑받침을 부어 만드는 데 은 백 달란트가 들었으니, 밑받침 백 개에 백 달란트 곧 밑받침 한 개에 한 달란트가 든 셈이다.

 

어느 날 아이 하나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매 주일 내는 헌금은 어디에 다 써요?”라고요.

그 아이는 그 돈으로 교회학교 선생님들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날 우리 선생님들은 한 푼 받지 않고 우리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것이라고 ‘강조’를 한 날이었기 때문이죠.

아이들의 의문을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이렇게 되겠죠.

‘우리가 내는 헌금은 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그 때 욱하는 마음에 ‘내가 다 받아 갔다!’라는 말이 턱밑까지 올라왔지만 꾹 누르고는

교회에 불도 켜야 하고, 물도 쓰고, 종이도 쓰고 등등을 읊어대며 비용으로 들어간다고 하며 넘겨버렸습니다.

‘교회와 돈’에 대한 의구심은 이렇게 작은 아이들조차도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교회와 돈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아니, 어떤 관계를 가져가야 하는 것일까요?


모세로부터 위임을 받아 성막과 성소의 물품을 만든 이들을 자신들이 사용한 물품,

더 정확히 말하면 비용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백성들이 쓰고 남을 만큼 많이 가져온 재료들 가운데서

얼마나 썼는지 낱낱이 밝혀 두어야 했던 것입니다.

금도 은도 무척이나 많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금은이 많이 쓰였으니, 백성들은 빈털터리가 되었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이 내어 놓은 대부분의 금붙이들은 애굽에서 빠져 나올 때 애굽 사람들에게 받아 온 것들이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미리 다 사용할 것을 예상하시고 준비하게 해 주신 것이지요.

아무튼 이제 이스라엘 백성들은 독립된 하나의 민족(아직 나라를 형성하진 않았으므로)으로서

하나님의 통치를 제도로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성막이 만들어졌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돈을 내어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불어 그 성막을 유지하기 위해, 성막을 중심으로 앞으로 이루어질 종교행위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돈(가축이나 곡식 포함)을 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재물을 내어놓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옛말에도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하듯이

돈이 가면 마음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수중에서 나간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 지, 또 어떤 절차를 거쳐 가는 지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결국 그 돈이 하나님께서 원래 부여하신 질서대로 투명하게 사용될 때

이스라엘 나라 공동체 또한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타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돈을 받아서 관리하는 사람은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닌 하나님께 바쳐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했습니다.

그것으로 자신의 부를 축적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사적 욕심을 위해 성전에 드려진 물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개의 교회의 재정은 한 사람에 의해 관리되지 않고

여러 사람들에 의해 관리되면서 어느 정도 감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그런 체제는 쓰임의 결과에는 관심하지만 과정에는 무관심(사실은 무지)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다 보니 필요하지 않은 곳에까지 낭비되는 경향이 많다는 것입니다.

체면치례를 위해, 임기응변적으로, 군중심리로, 일관성 없이 방만하게 운영되어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또 건물에 집중하다 보니 멋드러진 건물을 지어 놓고는 그 관리비에 허덕거리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경상비의 비중이 너무 커져서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작은 정부’라는 말이 있듯이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성소의 건축 비용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 멀리 나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성소이든 교회이든 돈이 드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이라고 해서 필요한 것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비용이 사람들의 손길을 통해 채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 돈을 더 잘 사용하기 위한 데에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서 모아진 돈을 허투루 쓰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교회의 일도 역시 ‘돈 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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